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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7-05 11:53
[한국사] 온조는 부여씨인가? 해씨인가? 1
 글쓴이 : 지수신
조회 : 462  

(앞 글, '삼국사기 백제본기 건국서문'에서 이어집니다)


앞서 언급한 A, 즉 삼국사기 백제본기의 건국서문은 삼국유사에서도 인용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묘한 어긋남이 발견된다.

 

D

삼국사기본기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그 세계(世系)는 고구려와 마찬가지로 부여에서 나왔으므로 해()로써 성씨를 삼았다. 그 뒤 성왕(聖王) 때에 이르러 도읍을 사비로 옮기니 지금의 부여군이다.

 

D에서 ......로 생략된 대부분은 A에 인용한 삼국사기와 같은 내용이다. 그런데 양자는 쭉 일치하다가 상기한 끝부분에 와서 묘하게 틀어진다. 차이를 드러내기 위해 A의 해당 부분을 재전재한다.

 

A-1

......그 계통은 고구려와 더불어 부여(扶餘)에서 같이 나왔기 때문에 부여(扶餘)를 성씨(姓氏)로 삼았다.

 

(국편위 한국사데이터베이스의 번역문을 인용하였는데, 같은 원문에 대한 번역문의 문체가 다르다. 아마도 역자가 달라서이기 때문일 것이다.)

 

삼국사기의 원문인 A에서는 온조를 시조로 하는 백제 왕가의 성씨가 부여씨라고 했는데, 삼국유사의 인용문인 D에서는 씨라고 한 것이다. 대놓고 모순이다.

삼국유사 인용문의 첫머리는 史本記云으로 시작한다. 삼국유사의 독자 서술이 아니라 史本記를 인용하였음을 밝힌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나오는 내용의 대부분이 삼국사기 백제본기의 건국서문과 일치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편위 데이터베이스의 역자도 史本記云삼국사기 본기에서는 이렇게 말했다로 번역했을 것이다. 이것은 대중적 번역서를 만들 때에는 적합한 방법이다. 하지만 최대한의 엄밀성을 추구하는 번역이라고는 할 수 없다. 엄밀성을 추구한다면, ‘史本記에 말하였다라고 번역한 후 주석을 달아서 아마도 삼국사기를 말함일 것이다. 이후에 나오는 내용이 삼국사기와 대부분 일치한다.’라고 해야 맞다.

그렇다면 일연 휘하의, 삼국유사 편찬자들은 실제로 어떻게 이 기록을 만들었던 것일까? AD의 대부분의 일치와 끝부분의 차이는 어떻게 해서 발생하였을까? ‘史本記는 정말 삼국사기를 가리키는 것일까? 몇 가지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가설1

史本記는 삼국사기가 아닌 다른 모종의 기록이다.

삼국유사는 애초에 正史가 아니다. 유학자들이 쓴 正史에서는 탈락되었으나, 불교 승려들이 보기에는 전승하고 되새길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이야기들을 모아 엮은 야담집이다. 그런 야담집에서 이미 편찬된 삼국사기를 굳이 전문 인용해서 지면 낭비를 할 이유가 없다.

삼국유사 편찬자는 D正史인 삼국사기의 내용과 중요한 차이-가 있는 별도의 기록이기 때문에, 내용 대부분이 삼국사기와 같은데도 굳이 많은 지면을 할애해 인용했던 것이다.

 

가설2

史本記는 삼국사기가 맞다. 그러나 당시 삼국유사 편찬자들이 보았던 삼국사기의 내용은 오늘날 남아있는, 조선시대 판본과는 다소의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유학자들의 기록 원칙이 述而不作이라고 하나, 인간 세상이란 원칙이 항상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후대의 일본 사학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들이 보기에 모순되거나 이해되지 않는 기록을 오류로 여기고 자의적으로 수정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삼국사기가 조선시대까지 전승되는 과정에서 내용의 첨삭과 개변이 전혀 없었으리라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아마도 삼국유사가 편찬되던 시점까지만 해도, 삼국사기의 A 기록에는 백제 왕가의 성씨는 해씨이다라고 쓰여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삼국유사의 편찬자들은 그것을 그대로 인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후대, 아마도 조선시대의 역사편찬 담당자들이 이 부분을 오류로 여기고 자의적으로 부여씨로 수정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正史인 삼국사기만을 수정하고, 야담집인 삼국유사는 검토할 가치가 없는 怪力亂神의 잡설이라고 여겨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 방치하였다. 그로 인해 오늘날 전승되는 두 기록, AD의 차이가 발생하였던 것이다.

 

가설3

史本記는 삼국사기가 맞다. 그 내용 또한 오늘날의 삼국사기와 같다. 후대 유학자들에 의한 첨삭 개변 따위는 없었다. 근거도 없이 선대 유학자들의 述而不作 정신을 띄엄띄엄 보고 음모론을 퍼뜨려서는 안 된다.

문제는 述而不作 정신에 투철하지 않았던 불교도들인, 야담집 삼국유사의 편찬자들이었다. 실제로 삼국유사의 주석을 보면 역사지리 비정이나 기록 시비의 판단에 있어, 별다른 근거도 밝히지 않고 자의적으로 설정해놓은 부분들이 많다. 이로 인해 후대의 역사관에 적지 않은 혼선을 초래하였다. 이런 엄밀하지 못한 태도는 본문의 편찬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로 발휘되었을 것이다.

삼국유사 편찬자들은 삼국사기 외의 여러 기록들을 취합하여 검토하는 과정에서, 백제 왕가의 성씨가 해씨라고 기록한 사료들을 접하였을 것이다. 그러면서 백제 왕가의 성씨는 해씨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삼국사기를 인용하려고 보니 거기엔 부여씨라고 쓰여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삼국사기가 오류라고 여겼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본, 백제 왕가의 성씨가 해씨라고 한 다른 여러 가지 기록들이 삼국사기보다 백제 당대에 더 가까운 시대의 사료들이었기 때문이다. 사료가 서로 모순된다면 더 오래된, 기록이 묘사하는 당대에 더 가까운 사료가 일단 우선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래서 자신들의 기준에 따라 삼국사기 인용문을 개변하여 해씨라고 바꾸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삼국사기에서 온조가 부여씨라고 잘못 기록하게 된 원인을 자기들 나름대로 추론하였다. 그리고 그 원인이 후대인 성왕 대에 부여로 천도하고 국호를 남부여라고 한 사실로부터 혼동을 일으킨 것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D의 뒷부분에는

그 뒤 성왕(聖王) 때에 이르러 도읍을 사비로 옮기니 지금의 부여군이다.’

라는 뜬금없는 내용이 추가되었던 것이다.

 

3가지 가설 모두 일방적 추론일 뿐이지만, 또한 상식선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경우의 수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러하다.

첫째 史本記가 삼국사기가 맞냐 아니냐?

둘째 만약 맞다면, 사료의 내용을 개변한 것이 삼국사기를 再版한 유학자들이냐 삼국유사를 편찬한 불교도들이냐?

이 두 차례 갈래에 따른 경우의 수다.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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