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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8-11 13:17
[한국사] 『신서고악도』에 보이는 신라의 기묘한 묘기들
 글쓴이 : 호랭이해
조회 : 1,371  

출처 : http://naver.me/GwgSqiez

『신서고악도(信西古樂圖)』는 고중세 일본에서 만들어진 그림 두루마리로, 14가지의 악기의 모습과 44가지의 무악(舞樂)과 산악(散樂) 장면이 그려져 있어 당시 동북아시아의 유희문화를 둘러볼 수 있는 중요한 시각 자료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러나 이 두루마리가 언제 그리고 누가 제작했는지는 현재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12세기 경인 헤이안 시대의 귀족이자 승려로서 한때 강력한 권력을 누렸던 후지와라노 미치노리(藤原通憲)가 출가 후에 사용한 법명으로 유명한 "신제이(信西)"라는 호가 적혀 있기 때문에 편의상으로 『신서고악도』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된 것이며, 실제 제작연도는 그보다 앞설 수 있다는 추측도 있다. 


『신서고악도』에서 묘사된 다양한 종류의 악기와 유희는 중국에서 유래한 것이나 혹은 임읍 일대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는 것도 있다. 그런데 또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그 중에서도 신라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이는 유희가 조금씩 보인다는 점이 흥미롭다. 바로 아래의 그림에서 소개할 「신라박(新羅狛)」과 「신라악(新羅樂) 입호무(入壺舞)」가 그 것이다.



 

(사진출처 : 네이버 한국전통연회사전)


(사진출처 : 일본 근대 디지털 라이브러리)


위의 사진에 보이는 것이 『신서고악도』에 묘사된 이른바 신라박(新羅狛)을 공연하는 모습을 그림을 묘사한 것이다. 이는 오늘날 우리에게 민속놀이로 친숙한 사자춤과 흡사한 면이 많이 보인다는 점이 흥미로운데, 첫번째 그림에서는 머리 뿐 아니라 발과 손에도 짐승 머리 모양의 장식을 달아 익살스러움을 더했고, 아래의 그림에서는 짐승탈을 쓰고 묘기를 부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삼국사기』 잡지 악조에는 최치원이 지은 「향악잡영시(鄕樂雜詠詩)」가 실려있다. 「향악잡영시」는 최치원이 당대에 유행하던 여러 공연유희를 관람하고는 이에 대한 소감을 5수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그 중 하나인 「산예(狻猊)」는 최치원이 짐승의 탈을 쓰고 재주를 부리는 사자춤과 흡사한 공연을 보고 쓴 것이다. 여기서 최치원은 사자춤을 매우 재미있게 보았는지 그 광경을 다음과 같이 유쾌하게 묘사하고 있다.

 

 

일만리 머나먼 길 사방 사막(沙漠) 지나오느라(遠涉流沙萬里來)

털옷은 다 해지고 티끌만 뒤집어썼네(毛衣破盡着塵埃)

머리와 꼬리를 흔드는 모습, 인덕이 배어 있도다(搖頭掉尾馴仁德)

영특한 그 기개, 온갖 짐승 재주에 비할소냐(雄氣寧同百獸才)



최치원의 시에서 묘사되듯이, 이와 같이 짐승의 탈을 쓰고 춤을 추는 공연은 사막 너머 인도와 서역 일대에서 유래된 유희로 생각된다. 통일신라 말기의 사람인 최치원이 이를 보고 즐겼을 정도라면, 사자춤은 이미 신라 사람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것 같다. 이처럼 서역을 거쳐 한국에 정착한 사자춤이 또다시 바다 건너 일본 열도에까지 전파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보다 후대인 1690년 경에 편찬된 일본의 문헌인 『악가록(樂歌錄)』에서는 당시 일본에 흘러들어온 "고려악(高麗樂)"을 매우 많이 소개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신라박과 마찬가지로 짐승탈을 쓰고 춤을 추며 재주를 부리는 놀이로 생각되는 박견(狛犬)이 소개되고 있다. "박(狛)"이란 본래 짐승을 이르는 말이지만, 『일본서기』 등을 비롯한 고대의 일본 문헌에서는 흔히 고구려를 지칭하는 말로도 사용되기도 한다.



(사진출처 : 네이버 한국전통연회사전)


신라악(新羅樂) 입호무(入壺舞)는 다룬 문헌이나 자료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놀이로, 아마도 음악에 맞춰 사람들 앞에서 선보이는 산악(散樂, 곡예 및 기예)에 가까운 유희로 생각된다. 『신서고악도』에 실린 그림에서는 재주꾼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작은 항아리에 몸을 구겨넣어 반대편에 놓인 다른 항아리로 빠져 나오는 등 마치 오늘날의 마술사들을 연상케하는 기묘한 재주를 부리고 있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신라의 재주꾼들이 무슨 수로 이런 재주를 부렸는지는에 대해서는 일절 설명이 없기 때문에, 그림만 보고 있으면 자못 신비로운 느낌마저 들기도 한다. 그 숨은 비결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아마도 정교한 장치를 설치해서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눈속임을 하며 재주를 부렸을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의 고급 마술과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묘기와 기술 등을 철저하게 연마한 사람들만이 이런 재주를 부릴 수 있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경욱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이와 같은 묘기는 아마도 신라 내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졌거나 혹은 중국이나 서역 등의 교류를 통해 유입된 이래로 세월이 흐르면서 더욱 발전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신라의 이와 같은 공연 문화에 대하여 전하는 자료가 극히 미량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자세한 내막을 알기 어렵다. 



참고문헌

박전열, 「일본 산악의 연구」, 『한국연극학』 8, 한국연극학회, 1996

전경욱, 「탈놀이의 역사적 연구」, 『구비문학연구』 5, 한국구비문학회, 1997

전덕재, 「고대 일본의 고려악에 대한 기초 연구」, 『동북아역사논총』 20, 동북아역사재단,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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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랭이해 18-08-11 13:18
 
백자 18-08-11 15:43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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