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000여 년 전, 한반도 중서부에 화려한 문화를 꽃피운 백제인들의 얼굴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문화재 디지털복원 전문가인 카이스트 박진호 선임연구원(문화기술대학원)과 ‘얼굴전문가’로 불리는 조용진 박사(미술해부학)가 디지털 첨단기술을 이용해 백제인을 대표하는 남자와 여자의 얼굴을 복원해냈다. 디지털 복원으로 되살아난 백제인은 얼굴이 길고, 눈 사이가 좁은 전형적인 북방인의 얼굴을 갖고 있었다.복원된 백제인은 둘 다 얼굴과 코가 길고 치아가 크며, 눈 사이가 좁은 특징을 갖고 있었다. 백제의 지배층이 북방계 내륙인의 유전형질을 갖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남자 사신의 경우는 상하로 좁고 좌우로 넓으면서 앞으로 튀어나온 남방계형의 이마를 갖고 있어, 북방계와 남방계가 혼합된 얼굴이다. 조용진 박사는 “여성의 경우 백제 상류층의 전형적인 얼굴을 보여주는 데 반해, 남자 사신의 경우는 혼혈형 백제인으로 보인다. 백제의 왕족·귀족들이 토착세력과 혼인을 통해 융화를 도모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귀족의 경우 두개골에 구멍을 뚫는 천두술(穿頭術)을 받은 흔적이 남아있는 것도 특징이다. 천두술은 멕시코 마야족을 비롯해 고대 이집트와 유럽 등지에서도 이뤄졌던 수술로, 당시 백제에서도 이 수술이 행해지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남자 사신의 경우는 겉귀바퀴가 우그러든 특이한 모양의 귀를 갖고 있었는데, 이는 중국·일본에 비해 한국에서 40배 이상 많이 나타나는 전형적인 ‘한국형 귀’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