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 속 살아있는 2천 개의 표정 '조선식 월리를 찾아라'
[앵커]
단순한 장식품이나 생활용품으로 여겨지던 병풍이 천 년의 역사가 담긴 문화재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의 병풍 중에는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등장인물이 2천명이 넘는 대작도 있는데요.
천 년의 시간을 함께 해 온, 병풍 속에 담긴 사회상을 찬찬히 살펴보시죠.
김수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폭 4m, 높이 1.8m의 8폭짜리 조선 시대 병풍입니다.
조선 말, 이상적인 도시의 모습을 표현한 이 병풍에는 2천 백여 명이 빼곡히 그려져 있습니다.
상점이 밀집한 도성 한복판에 커다란 낙타를 탄 사람도, 발가벗은 채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의 표정도, 손에 잡힐 듯 생생히 보입니다.
화폭 위에 펼쳐진 인간 군상을 손끝으로 따라가며 쫓아가기엔 한 시간도 모자랍니다.
[김예린/관람객 : "병풍은 아주 큰데 필체는 세세한 걸 볼 수 있어서, 실제로 제가 그 시대상을 볼 수 있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조선의 마지막 연회를 담은 또 다른 병풍입니다.
나라를 곧 빼앗길 위태로운 운명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성대합니다.
서양식 제복을 입은 신식 군대와 펄럭이는 태극기의 모습이 왠지 처연하기까지 합니다.
[편지혜/전시 큐레이터 : "병풍은 굉장히 스케일도 크고 색채도 화려하고 다양한 내용의 스토리를 담고 있는 회화, 그림입니다."]
궁중과 민간의 병풍 76점이 처음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현문필/아모레퍼시픽미술관 학예팀장 : "우리나라 병풍은 천 년이 넘는 오랜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반면에 관심이라든지 전시조차 변변히 마련된 적이 없었습니다."]
천 년 동안 우리 민족의 곁을 지켜온 든든한 벗, 병풍.
당대 현실과 염원이 담긴 문화재로서 그 가치가 인정되면서 당당히 주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수영입니다.
김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