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를 포함한 "범 부여계"들의 민족 이동(확장) 방향을 보면
전부 만주 -> 한반도 -> 일본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죠.
중원 쪽으로 진출하려는 움직임은 범 부여계 왕조들에서는 전혀 안 보입니다.
예외적으로 후연 멸망후 고구려가 이쪽 지역에 잠시 진출한 것으로 보이는 증거들이 있으나 (덕흥리 고분)
곧 스스로 다 빠져나온 것으로 보이더군요.
이쪽 지역은 고구려에게 별로 매력이 없었다는 이야긴데요.
오호십육국 시대의 침투왕조들을 보면, 부족 전체가 중원으로 이주해서 한족들과 융합을 일으키는데요.
고구려의 경우에는 이런 침투왕조들과는 달리, 종족 전체를 중원으로 이주시킬 생각 자체가 없었다고 밖에 생각이 안 드네요. 침투왕조들은 기본적으로 유목민이라 이동이나 융합에 별로 저항감이 없었던 반면, 고구려의 예맥계(부여계)는 유목민은 아니고 정주민이기 때문에 굳이 잘 살던 터전을 버리고 영속성을 보장할 수 없는 중원으로 이주할 이유를 못 느낀 것 아닐까 합니다. 대신 한반도 남부, 일본 쪽 방향으로 무주공산의 신대륙을 개척해 나가는 느낌이네요.
하북에는 고구려가 아니더라도 다른 민족들이 주구장창 쳐들어가고 서로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헬게이트의 장 그 자체라 고구려가 쳐들어가서 성공한다 해도 곧 도전자가 생겨서 삼켰던걸 뱉는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러면 손해만 남죠. 반면에 만주에 짱박혀 있으면서 형세를 바라보면 화북 얻느라 힘빼고 주위 상황에 곤두선 북조 정권에 동맹의 손길을 내밀어 감지덕지하게 만들면서 동맹국 내지 신하국으로 부릴 수가 있었죠. 그래서 침공은 가끔 했지만 점령하지는 않은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