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기본적으로 이덕일 박사의 역사관, 그리고 투쟁관과 같은 입장입니다
하지만 부분적으로 이 분이 하시는 발언이나 활동에 의심과 구심이 함께 있습니다
이덕일 박사의 유튜브 채널에서 모든 영상을 다 보지는 않았지만 개설된 지 얼마 안 됐을 때부터
구독하고 있습니다
몇몇 강의에서 부분적으로, 또는 전체적으로 이상한 설명이 있는데
이 중에서 제가 기억하는 두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1. 삼국유사 해설 영상
영상을 보면 자가당착적 모습이 나오는데
앞에서는 일연을 당대의 대학자라고 추켜세우고는 뒤에서는 그 일연의 주석이 잘못된 것이라고 어물쩡하게 넘어갑니다
본래는 환국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일제어용학자가 환인으로 자작했다는 것인데
사실 이 논란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아주 민감하게 조성되어서
그게 아니다, 조작한 게 아니다 하고 발언하는 것이 매우 위험할 정도의 정서가 견고하고 형성돼 있습니다
그런데
주석을 일연이 쓴 게 맞다 한다면, 주석조차 일제어용학자가 조작했다는 정황이나 증거가 없다 한다면
일연스님은 환국이 아니라 환인으로 보고서 주석을 '칭제석야'라고 적은 것입니다
제석은 불교에서 하느님을 뜻합니다
주석은 제하고, 환국으로 바꾸어 놓고 문장을 읽어도 문장이 이상해집니다
"옛날에 환국이 있었는데 서자 환웅이/옛날에 환국의 서자 환웅이 있었는데"
고려의 서자, 조선의 서자
이게 오히려 이상한 표현이죠
해당 기술을 보면
환인 → 환웅 → 단군왕검
하늘/하느님 → 중보자 → 땅/인간
의 삼위체로서 우리 국가의 시원을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삼국유사의 내용만을 보면 말입니다
2. 방언(方言)을 인용한 설명의 오류
해당 영상은 북연과 고구려의 관계를 설명하는 강의였는데, 《방언》을 언급하며, 이 책의 구체적 문장의 인용 없이, 방언에서 모용선비와 고구려의 말이 통했다고 했다 하는 발언을 하였습니다
저는 강역사뿐만 아니라 우리말 또한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을 오래 전에 알고 있었고, 검토한 바가 있습니다 이 책을 분석한 본격 연구를 하려고 하던 차에 2018년에 관련 논문이 학계에 발표된 사실을 알고서 그만둔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방언》은 전한 말기에 양웅이라는 사람이 쓴 책입니다. 양웅은 기원전 1세기 말에 태어나서 기원후 1세기 초에 죽은 사람입니다. 모용선비의 북연과는 시대적으로 근 4백 년 동떨어진 사람입니다. 이 책에 나오는 '북연'은 모용선비의 그 북연이 아닙니다.
저는 이 책을 고조선 연구(강역사 및 언어)의 자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도 이상해서 댓글을 남겼는데 아무런 답글이 없더군요
(혹시나 제가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 있다면 동아게 유저분들 중 누구라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여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덕일 박사의 글이나 강의 영상이 꼭 아니더라도
어느 학자의 것이라도
그저 일방수용을 하시기보다는
그 사람이 한 말을 이리저리 찾아보며 검증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