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외국인 氣살리기 동호회 붐
10만 외국인 직원 끌어안기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직원들이 자신들이 그린 민화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에 근무하는 소냐 글래저 과장(37ㆍ독일 출생)은 요즘 한국 전통 민화를 그리는 데 푹 빠져 있다.
소냐 과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외국인 직원 30여 명은 매주 목요일마다 수원사업장 동호회 활동실에 모여 직접 붓을 들고 까치, 호랑이, 모란 등 한국 전통 소재를 그림으로 담는 데 열중한다.
삼성전자의 9만5000여 국내 직원 중 외국인은 1000여 명. 해외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직원이 9만4000여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직원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다양한 가치관과 사고방식이 기업의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데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올해로 10만명을 넘어서는 외국인 직원을 적극 포용하는 인사ㆍ복지정책이 그 일환"이라고 말했다. 조직 내 구성원들이 급격히 다양해지고 있어 외국인 직원을 포함한 다양성 관리가 비즈니스 전략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국내 사업장에는 민화 동호회를 비롯해 보자기 만들기, 차(茶) 마시기, 살사, 크리켓 등 5개의 외국인 직원 전용 동호회가 운영되고 있다.
삼성전자 해외 사업장도 마찬가지다. 중국 쑤저우 삼성전자 LCD모듈공장에는 사내 합창단과 축구단 등 25개 동호회가 운영되고 있다. 직원 간 친밀도와 애사심을 높이는 데 제격이다.
외국인 임직원 가족여행은 국내에서 일하는 삼성전자 외국인 직원들 사이에 인기 폭발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안동 하회마을, 전주 등 한국 문화도시를 답사하는 이 여행에는 신청자들이 매번 몰려든다. 삼성전자는 매달 40명씩 운영하던 이 여행을 7월부터 60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어려움 없이 근무할 수 있도록 글로벌 헬프 데스크를 가동하고 있으며 대부분 게시물에 한국어와 영어를 병기해 의사 소통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직원에 대한 채용ㆍ경력 관리도 신경쓰는 대목이다. 외국인 직원 중 본사 임원으로 승진하는 수는 매년 늘고 있다.
삼성전자 본사에서 진행되는 글로벌 경영 회의에는 현지 외국인 인력들이 참석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또한 중국, 인도, 아프리카 등 신흥국에선 최고 수준의 연봉과 복지 혜택을 제시하며 외국인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