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생물수업때 한 시뮬레이션이 있었습니다.
고립된 소의 먹이가 될 식물들이 자생하는 어떤 섬에 소와 늑대를 풀어놓았을 경우의 개체수 변화에 관한 것이었죠. 저는 환경의 부양 능력이 고정되어 있는 상태이므로 소의 숫자와 늑대의 숫자가 미래에 어느정도 선에서 안정되리라 예상했었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사이클이 나타나더군요. 예 경제주기의 사이클과 비슷한 것이 나타났습니다.
소의 숫자가 증가함에 따라서 늑대의 숫자가 증가하고, 그에 따라서 소의 사망률이 급증하여 소의 숫자가 감소함에 따라 늑대들이 아사하는 패턴이었습니다. 현실 경제의 호황과 불황을 보는 듯 하더군요.
하지만 더 신기했던 것은 그 다음에 행해진 시뮬레이션이었습니다. 변수를 준거죠. 식물이 빠른 속도로 재생하는 상황과 느린 속도로 재생하는 상황을 가정하여 행해졌습니다.
저는 식물의 재생이 빠른 상황에서 전체적인 개체수의 평균이 늘어날거라 생각했었는데 아니었습니다. 사이클에서 나타난 현상은 증폭이었습니다. 그 전까지의 그래프가 sin과 cos의 그래프였다면 빠른 재생상황에서의 그래프는 2sin과 2cos의 그래프였던 것입니다. 너무 많은 식량-폭발적 개체수 증가-너무 높은 사망률-폭발적 개체 감소의 사이클이었죠. 그러다가 일순간 소의 개체수가 0을 찍더니 그대로 늑대까지 절멸해 버리더군요. 그때 조교가 이 현상을 너무 풍부한 환경이 가져다준 아이러니라고 하더군요. 물론 식물의 재생속도가 느린 상황에서는 변동폭이 완화되었습니다.
중궈의 경제적 대파멸을 예고하는데에 왜 이것을 들먹이는가? 눈치채셨겠지만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은 현 중궈 경제가 2sin과 2cos의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는 말을 하고자 하는겁니다. 그 끝은 파멸이죠. 너무나도 잘 나갔기에 너무나도 끔찍한 파멸을 맞았던 누구나 들어보았을 잘 알려진 3가지 예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미국의 1929년 경제 대공황
유럽이 전쟁에서 초토화 되어 생산 능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군수품을 팔아치워 세계 최대 부자국이 된 미국은 독점적으로 세계의 공장 타이틀을 차지했었습니다. 투자할 돈은 넘쳐나는데 전세계에 눈을 씻고 찾아봐도 경쟁자가 없으니 미국은 사상 유례가 없는 호황을 누리게 됩니다. 여기서 식물은 세계의 수요, 소는 미국의 공급, 그리고 늑대는 투자지요. 1920년대 중반, 유럽이 급속히 회복하면서 세계의 수요에서 미국의 공급이 차지하는 부분이 줄어들게 됩니다(소가 급속히 줄어듭니다). 하지만 언제나 실물에 한걸음 느린 늑대는 계속 수가 불어나지요. 투자(늑대)는 기본적으로 실물경제(소)에서 나오는 이득을 빼고자 하는 것이기에 실물이 나빠지면 무너질 수 밖에 없지요. 투자성공신화는 1929년말 대중이 투자가 더이상 좋은 배당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렸을때 급속히 무너집니다. 그리고 결과는 소와 늑대가 모두 멸종한 대파멸이었죠. 미국의 끔찍한 공황은 2차 세계 대전으로 외래종을 들여 올때까지 계속됩니다.
2.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1970년대와 80년대 중반까지 세계 최고 품질의 대명사로 손꼽히던 일본 제품에 힘입어 세계의 제조업을 석권한 일본은 상류층 중류층 하류층이 모두 잘사는 세계에 그 존재를 찾아볼 수 없는 대호황을 이룩합니다. 일제라는 말만 붙으면 전세계에서 아무리 비싼 값을 주더라도 사려고 했고 그에 따라 일본에 대한 투자는 차고 넘치게 되죠. 그런데 80년대 중반 플라자 합의로 인해 엔화가 급격히 절상됩니다. 그에 따라 일본의 소라고 불릴 수 있는 일제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죠. 하지만 워낙에 잘 나갔던 일본경제라 늑대들이 실물이 비리비리하다는 것을 알아챈 것은 1989년말이었고 물론 결과는 소와 늑대가 멸종한 대파멸. 게다가 일본은 미국만큼 행운이 따라주질 않아서 섬에 사는 소와 늑대가 쭉 멸종된 상태로 30년을 보낸 것이 현 일본이죠.
3. 한국의 IMF사태
일본이 70,80년대 세계시장에 고급품을 조달했다면 한국은 일본에서 한물간 기계를 들여와 그보다 한단계 떨어진 대중품을 조달했습니다. 부정부패에 빠져 허우적 대던 여타 개도국들은 애초에 상대가 되질 못했고, 꽁꽁 틀어박혀 서로 킬하던 중국 또한 위협이 되지 못했죠. 한국은 사실상 개도국들이 정신 차리기 전에 경제발전에 국력을 쏟음으로서 선진국으로 향하는 마지막 티켓을 끊은 국가죠(현재 한국식으로 경제발전 전략을 세운다면 너무 경쟁자가 많아서 개도국들은 조금은 살만해져도 절대로 한국처럼 선진국에 오르지 못합니다. 이때 만일 박정희 대통령님께서 국력을 산업발전에 기울이시지 않았더라면 막차를 놓치고 현재 한국은 동남아+중궈 수준에 머무르고 있겠죠.) 반세기만에 국민소득이 100배이상 신장할 만큼 기적적인 호황을 보인 한국의 소가 죽은 때는 언제일까요? 바로 옆에 평생을 가도 도움이 안될 국가 중궈가 개혁개방을 표명하며 한국보다 낮은 가격에 저가품을 공급하기 시작한 90년대 초부터지요. 한국 경제는 IMF사태 이전에 이미 만신창이었고 외환위기는 단지 뇌관이 되었을 뿐 경제 위기의 원인은 아니었고 한국경제라는 화약은 언젠가는 터질 것이었죠. 다행히도 한국은 뼈를 깎는 아픔을 동반한 구조조정을 김대중 대통령님 시절 제대로 이행하여 중국에 밀려 가망성 없는 저가품 생산체제를 버리고 새로운 외래종 소를 도입하는데 성공하죠.
위의 예시들을 보았을 때 현재의 중국은 어디에 있나요? 저가품 시장에서 과거 독보적이던 중국의 소들은 죽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중국보다 임금이 싼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의 소를 잠식하기 시작했고 기업들의 탈중국화가 이미 2-3년전부터 일어나고 있죠. 그런데 팔리지도 않는 집을 지을만큼 중국에 늑대는 차고 넘칩니다. 중국의 늑대들이 가까운 미래에 더이상 뜯어먹을 소가 없다는 것을 알아채면 어떻게 될까요? 저는 중국이 정신 차리지 않는다면 미래는 오직 파멸뿐이라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더 무서운 사실은 중국급 인구의 인도가 아직 본격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거 ㅎ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