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이충원 특파원 = 세계적인 바이올린 제작자로 이름을 날리다 일본에서 세상을 떠난 고(故) 진창현(1929∼2012)씨의 기념비가 일본 나가노(長野)현에 세워졌다.
나가노현 기소군(木曾郡) 기소마치(木曾町)는 21일 오후 신스이(親水)공원에서 고인의 부인 이남이씨와 신각수 주일 한국대사가 참석한 가운데 기념비 제막식과 추도식을 열었다. 기소마치는 일본 내 현악기 생산지로 유명한 마을이다.
경북 김천에서 태어난 진씨는 14세 때 일본으로 건너갔고, 1957년부터 기소마치에 터를 잡고 바이올린을 만들기 시작했다. 1961년에는 도쿄로 활동 거점을 옮겼지만, 기소마치는 진씨의 바이올린에 대한 열정을 기려 생전에 명예 주민증을 줬다.
비석에는 진씨의 얼굴을 새겼고, 비석 옆에는 숨질 때까지 국적을 바꾸지 않은 고인의 뜻을 기려 무궁화를 심었다.
기념비 제막식과 추도식에는 다나카 가쓰미(田中勝已) 기소초초(町長·면장)와 데즈카 기이치(手塚喜市) 지방의회 의장, 재일동포 사업가 겸 미술품 수집가 하정웅씨 등이 참석했다.
진씨는 1984년 미국 바이올린제작자협회로부터 세계에서 5명뿐인 '마스터 메이커(Master Maker)' 칭호를 받았다. 다른 이의 감독을 받지 않고 바이올린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그가 만든 바이올린은
스트라디바리우스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5월13일 도쿄도 조후(調布)시 자택에서 대장암으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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