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나 년 단위로 보자면 정말 가뭄의 단비 같은 수작이 나오는데,
사실 바질리스크가 그 수작 중에 한개가 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을 과거에 던져본다면 동시대에
정말 뛰어난 애니들이 워낙 많아서 되려 바질리스크는 약간은 잔혹하고 어두운 매니아성 작품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현재에 이르러 새로 시작한 1화를 보니, 요새의 애니들이 얼마나 종잇장 같은지 어느정도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과거보다 작화도 많이 부드러워졌고, 잔인한 씬들도 많이 자제가 된 듯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분명한 기대감은 충분하네요.
도감에 나오던 오보에란 이름을 보니 순간 뭔가 그리운 듯한 느낌도....
빠지지 않는 엔카 삘 오프닝도 ㅋㅋㅋ
여담으로 타카기양을 보니....
예전에 요츠바랑의 작가가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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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요츠바가 옆집에 놀러가는 씬.
요츠바가 문을 열고 달려가서 「안녕하세여~」라고 말한다.
컷을 몇 개인가 팍팍 써서 몇 초에 끝난 듯한 씬입니다.
그게 좋다면 가능하겠죠.
하지만 「요츠바랑!」이라면 요츠바가 읏쌰읏쌰하면서 계단을 내려와서, 타박타박 마루를 지나고, 철푸덕 현관에 앉아 대충 신발을 신고, 어기여차는 느낌으로 무거운 현관을 연 뒤, 기운차게 집을 나선다.
이런 식으로, 보통의 애니메이션에선 짤려나갈 법한 묘사까지 하지 않으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식의 일상을 묘사하는 부분은 애니메이션에서도 가장 난감해 하는 분야입니다.
「요츠바랑!」은 만화를 그대로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고 「요츠바랑!」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요츠바랑!」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건 힘듭니다.
타카기양은 저런 깊은 고찰이 많이 부족한 애니라고 느껴지더군요.
그냥 장면을 길게 늘여 놓은 것이 전부라, 쓸데 없는 대화사이의 공백과 비추어지는 등장인물의
지루함에 가까운 클로즈 업.
코믹스 자체는 저도 너무 좋아하지만, 타카기라는 등장 인물이 동화화 되어 움직인다는 매력
말고는 찾을 수가 없는 애니라고 느껴집니다.
물론 개인의 생각이니 얼마든지 다른 생각이 있다고도 생각하고요.
정말 뜬금 없이 나와서 사람 맘 후벼 파놓고 가는 여운이 긴 애니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