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 사이 내 삶에 큰 변화가 셋 생겼다.
첫째는 다소 독특한 경로로 지금의 증권 회사에 입사한 것이고, 둘째는 구조된 길고양이를 한 마리 입양한 것이며,
셋째는 에이핑크 추종자가 된 것이다.
에이핑크는 우연한 계기로 숭배하게 됐다.
즐겨 먹는 편의점 도시락의 모델이 혜리라기에 유튜브에서 걸스데이 동영상을 검색하다가 실수로 에이핑크 동영상을 클릭했다. 그러자 눈앞에 신세계가 펼쳐졌다.
급기야 에이핑크 콘서트를 찾기에 이르렀다.
연령 또는 체중 초과(?)로 쫓겨나지 않겠느냐고 친구들이 걱정했으나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여기는 대한민국, 아름다운 자본주의의 나라다. 덕분에 클래식, 록, 재즈 등의 마니아를 자처하며 매년 60~70회의 공연을 관람하는 내가 걸그룹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서울시향, 예술의전당 등에 글을 기고해온 이로서는 내가 1호 아닐까. 아, 뿌듯해.
예상을 뛰어넘는 라이브 실력과 쏠쏠한 재미에 몇 달간 헤어나지 못하다 콘서트 영상물 출시 소식을 접했다.
부리나케 쇼핑몰에 들어가 주문하려고 보니… 어? 블루레이가 없다. DVD뿐이다.
유튜브 영상도 1080p인 시대에 고작 DVD라니. 눈물을 머금고 구입했으나 솔직히 아쉬웠다.
15년 원룸 생활을 청산하고 처음 가진 TV(49인치다! 우어~)가 괜스레 원망스러웠다.
그러던 어느 날 에이핑크가 일본에서 발매한 콘서트 영상물은 모두 블루레이임을 알게 됐다.
젠장, 나의 에이핑크가 이럴 리 없어!
나는 절규하며 다른 한류 스타의 영상물도 검색해봤고 이내 그게 표준임을 알게 됐다.
다들 일본에선 블루레이, 한국에선 DVD로 출시해왔다. 최근에야 한국에서도 블루레이로 내기 시작했단다. 현대 자동차, 삼성 스마트폰, LG TV 등을 두고 불거진 내수 차별 논란에도 시큰둥했는데, 이번엔 폭발했다.
이봐요, 관계자님들! 지금 내수 차별하는 겁니까?
에이핑크의 새로운 콘서트 영상물은 부디 블루레이로 만날 수 있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