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못했지만 항상 부러웠다. 일본 선수들이, 대만 선수들도 해보는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1선발을 한국은 늘 빗겨왔다.
하지만 류현진이 오는 5일(이하 한국시각) 열리는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 선발 등판을 예고 받으며 이제 한국도 ‘포스트시즌 1선발’에 당당히 이름 올릴 수 있게 됐다.
▶포스트시즌 1선발의 의미
야구에서는 두개의 ‘1선발’이 중요하다. 시즌 개막전 선발과 포스트시즌 첫 경기 선발. 개막전 선발의 경우 팬들에게 한 해가 어떻게 시작될지 선보이는 경기라는 의미와 포스트시즌 1선발은 정규시즌을 보낸 후 가장 컨디션이 좋고, 5전 3선승제 등 단판 승부제인 포스트시즌에서 결정적인 첫 경기를 이기게 해줄 선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물론 포스트시즌 1선발이 꼭 팀이 생각하는 에이스가 아닌 경우도 있다. 시즌 막판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되지 않을 경우 총력을 다할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마지막 시리즈에 1,2,3선발이 모두 투입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선발 로테이션이 꼬인채로 포스트시즌 첫 경기를 맞는 경우도 있다.
LA다저스의 경우 정규시즌 162경기를 마친 후 지구 우승결정전을 위한 163번째 경기를 해야했지만 그것이 선발 로테이션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원래 팀의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가 1선발에 나온다면 9월 30일 등판 후 정상적으로 4일 휴식 후 등판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류현진을 1선발로 냈다는 점은 류현진이 비록 부상으로 시즌 절반 정도를 날렸지만 부상 복귀 전과 후 놀라운 활약을 이어가며 7승 평균자책점 1.97로 마쳤을 정도로 믿음직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굳이 커쇼가 아니라도 류현진이 1선발로 나서도 될 만큼 확실한 믿음을 줬다는 것이다.
▶일본, 대만은 이미 가져본 ‘PS 1선발’
일본과 대만은 이미 포스트시즌 1선발의 투수를 가져봤다. 일본의 경우 2012년 다르빗슈 유가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으로 단판승부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와 6.2이닝 3실점 2자책을 한 바 있다.
뉴욕 양키스의 다나카 마사히로도 2015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5이닝 2실점을 했으나 패전투수가 됐다. 다나카는 2017년에도 챔피언십시리즈 1선발로 나와 6이닝 2실점을 했었다.
대만 역시 싱커볼로 강렬한 2000년대 후반을 보냈던 왕첸밍이 양키스 소속으로 2006년과 2007년 연속으로 디비전시리즈 1차전 선발로 등판했다. 2006년에는 6.2이닝 3실점 승리투수, 2007년에는 4.2이닝 8실점 최악의 투구로 패전투수가 됐었다.
▶개막전 선발, 포스트시즌 마무리는 해봤던 한국, PS 1선발은 처음
일본, 대만과 달리 그동안 한국은 포스트시즌 1선발로 낙점 받은 사례는 없었다. 물론 박찬호가 LA다저스 마지막해였던 2001년 개막전 선발과 텍사스 이적 첫해인 2002년 개막전 선발을 하며 2년 연속 개막전 선발의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또한 김병현이 2001 포스트시즌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마무리투수로 낙점 받아 전설로 남는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 2경기 연속 9회 피홈런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1선발은 없었다. 박찬호의 전성기 시절에는 LA다저스의 전력이 약해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다. 서재응, 김선우 등 이후 선발 선수들이 있었지만 역시 팀이 포스트시즌에 나갈 정도로 강하지도 못했다.
추신수의 경우 2013년 신시내리 레즈 시절에 와일드카드 경기에서 홈런을 때려냈고 텍사스에서는 2015, 2016시즌 연속해서 포스트시즌에 나갔지만 2번타자로서 성적은 신통치 못했다(PS 통산 타율 0.222).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첫해인 2013시즌 다저스 포스트시즌 3선발로써 디비전시리즈에선 3이닝 4실점, 챔피언시리즈에서는 7이닝 무실점 승리투수가 된 바 있다. 2014시즌에도 3선발로 디비전시리즈에 나서 6이닝 1실점 호투를 펼쳤었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경험 외에 류현진의 큰 경기 경험은 KBO리그 데뷔 첫해인 2006년 한국시리즈 1선발로 나섰던 경험이 있다(4.1이닝 3실점 2자책). 2008 베이징 올림픽 당시에는 쿠바와의 결승전에 나서 8.1이닝 1실점 승리투수로 한국야구 역사상 첫 금메달의 주역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이미 충분히 큰 경기 경험은 있는 류현진이 이제 다저스의 공식 포스트시즌 1선발로 나선다. 커쇼라는 절대적 에이스마저 양보하게 된 류현진, 아니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첫 포스트시즌 1선발 경기는 5일 오전 9시 37분 열린다.
-이재호의 스탯볼 :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