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경기와 두 번째 경기였던 오늘 제구가 확연히 차이 난 이유를 알고 싶었던 기자의 질문이었습니다. 류현진은 “컨디션이 좋았다. 1회부터 강하게 던진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랐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렇게 던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해 만족스러운 투구를 했음을 알렸습니다.
지난 경기는 볼넷 5개에 밀어내기 볼넷까지. 그만큼 제구가 되지 않았던 경기였습니다. 이게 약이 됐을까. “어느 정도 생각하게 됐다”라고 말하며, “적극적으로 타자를 상대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시각으로 11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6이닝 동안 1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습니다. 투구 수는 90개였고, 이 중 60개가 스트라이크였습니다. 5회 2사까지는 안타를 허용하지 않고 볼넷으로 출루 하나만 허용한 노히트 피칭을 이어갔습니다. 피스코티에게 안타를 허용하면서 노히트는 깨졌지만 무실점으로 마무리해 시즌 평균자책점은 2.79로 확 낮췄습니다.
이날 류현진은 타석에서도 좋은 모습이었습니다. 2타석 모두 출루에 성공.
첫 타석에서 볼넷으로 출루한 류현진은 두 번째 타석(4회말 2사 1루)에선 션 마나에아를 상대로 좌전 안타를 기록했습니다. 시즌 첫 안타입니다. 류현진은 “안타를 치고, 출루하는 건 기분 좋은 것 같다. 항상 타석에서도 안타를 치고 싶은 생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역시 제구가 된다면 류현진은 류현진이었습니다. 가지고 있는 구종을 다양하게 활용해 타자를 요리했습니다. 이날 류현진은 “다양한 구종을 섞어 던진 것이 주효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류현진은 포심 패스트볼(36), 투심 패스트볼(1), 커터(25), 체인지업(12), 커브(15), 슬라이더(1)를 섞었습니다.
류현진은 “(투구에 대한) 확신을 갖고 던진 것도 있었겠지만”이라고 말하며, “그것보다는 내가 평소 던지는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던진 게 주효했다. 체인지업을 많이 사용했었는데, 다양한 구종을 섞어서 던졌다”라고 덧붙여 설명했습니다.
이날 경기 도중 박수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피스코티가 류현진을 상대로 첫 안타를 날렸을 때입니다. 물론 이 박수는 류현진에게 보내는 박수였습니다.
이 박수 소리를 들었느냐는 질문에 류현진은 “들었다”라고 말한 뒤, “5회라서 크게 의미를 두진 않았다. 하지만 예전에 좋은 피칭하다가 실점을 한 경우가 있었는데 오늘은 실점하지 않아서 좋았다”라고 말했습니다.
류현진을 상대로 유일하게 안타를 뽑아낸 스티븐 피스코티. 강한 타구는 아니었지만, 코스가 좋았습니다.
류현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오늘처럼만 피칭을 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만족스러운 피칭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더그아웃에서도 그의 얼굴은 활짝 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환한 미소였습니다.
90개의 공을 던지고 6이닝을 마친 류현진.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라는 의미입니다.
허니컷 코치도 류현진에게 악수를 청합니다.
이제 차례로 동료들이 오기 시작합니다. 호흡이 잘 맞는 배터리 오스틴 반스도 류현진의 호투를 축하했습니다.
그리고 리치 힐도 류현진에게 다가와 승리 요건을 갖추고 교체된 것을 축하했습니다.
다음은 클레이튼 커쇼.
클레이튼 커쇼는 하이파이브하고, 어깨까지 두드리며 류현진의 호투를 반겼습니다.
누구보다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허니컷 투수 코치죠. 다시 한번 류현진과 얼굴을 마주 보며 미소를 짓습니다.
그리고 류현진이 더그아웃 벤치로 이동하면서 마에다의 축하도 받습니다. 기분 좋은 류현진은 “땡큐”라고 크게 말하며 해맑은 표정을 합니다.
그리고 류현진이 찾아간 곳은 커쇼 옆자리. 커쇼 옆에서 경기를 보고 싶었던 걸까요? 자리 잡고 앉는 류현진을 커쇼가 흐뭇한 미소로 바라봅니다.
그런데 금세 커쇼의 표정이 바뀝니다. 놀란 것 같기도 하고, 류가 도대체 왜 이러나 이런 표정입니다.
류현진이 느닷없이 고개를 뒤로 젖혀 이상한 행동을 했기 때문인데요. 고개를 뒤로 젖혀 손으로 선을 그어 ‘끝’이라는 액션을 취합니다. ‘나 교체됐어’를 알리는 신호였습니다. 누구한테?
2층 가족석에 앉아 있는 아내한테 보내는 신호였습니다. 류현진의 이 같은 행동에 아내 배지현 씨와 아버지도 웃음을 터트립니다. 가족에겐 웃음을 줬지만, 커쇼를 놀라게 한 류현진의 이상 행동이었습니다. 물론 이 같은 장난 섞인 행동도 만족스러운 호투를 펼쳤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