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선발] 아웃카운트 5개 남기고 노히트 실패..8이닝 1피안타 무실점 ERA 1.72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아쉽게 대기록에 닿지는 못했다. 하지만 완벽에 가까웠던 투구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LA 다저스 류현진(32)이 지난 등판 완봉승의 기세를 고스란히 이어갔다.
류현진은 1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워싱턴과 홈4연전 마지막 경기에 선발 등판해 7회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통산 첫 노히트 노런에 도전한 류현진은 8회초 제라도 파라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아웃카운트 5개를 남겨 놓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그는 후속 타자를 내리 돌려세우며 또 한 번 대단한 경기를 만들었다. 이날 류현진은 투구수 116개에 1피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으로 방어율을 1.72까지 낮췄다.
시작부터 변화무쌍한 볼배합이 돋보였다. 1회초 아담 이튼을 체인지업으로 타이밍을 빼앗아 투수 땅볼, 브라이언 도지어를 컷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후안 소토를 높은 직구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2회초에는 앤서니 랜돈을 직구로 중견수 플라이로 잡고 커트 스즈키에게 던진 몸쪽 컷패스트볼은 3루수 저스틴 터너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그리고 제라도 파라에게 과감하게 한 가운데 체인지업을 던져 2루 땅볼로 돌려세웠다.
류현진이 초반부터 굳건히 마운드를 지키자 다저스 타자들은 2회말 정교한 팀플레이로 화답했다. 첫 타자 코디 벨린저가 볼넷으로 출루한 후 2루 도루에 성공했고 알렉스 버듀고가 2루 땅볼 진루타를 쳤다. 1사 3루에서 코리 시거가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기록해 선취점을 올렸다.
3회초에 더 정교한 투구를 선보였다. 모든 구종을 스트라이크존 근처에 던지며 마음껏 타이밍을 빼앗았다. 윌머 디포를 컷 패스트볼로 유격수 땅볼, 마이클 타일러를 92마일 직구로 헛스윙 삼진,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를 컷패스트볼로 2루 땅볼 처리했다.
그러나 류현진의 퍼펙트 행진은 4회초에 끊겼다. 류현진은 첫 타자 이튼을 1루 땅볼로 잡았으나 도지어에게 볼넷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로써 류현진은 지난해 9월 1일부터 시작한 홈 8경기연속 무볼넷 행진에도 마침표가 찍혔다. 출루를 내줬으나 흔들리지는 않았다. 류현진은 다음 타자 소토를 커브로 헛스윙 삼진, 랜돈을 좌익수 플라이로 돌려세우며 노히트는 이어가고 있다.
다저스 타선은 4회말 다시 한 번 응집력을 발휘했다. 1사후 타석에 선 저스틴 터너가 중전안타를 쳤고 벨린저도 중전안타로 연속 안타를 기록했다. 그런데 벨린저의 중전안타에 터너가 과감히 3루까지 질주해 세이프됐고 벨린저는 중견수가 3루로 송구하는 틈을 놓치지 않고 2루까지 내달렸다. 단숨에 2사 2, 3루 찬스를 만든 다저스는 버듀고의 크게 바운드된 2루 땅볼에 터너가 홈을 밟아 2-0으로 리드폭을 넓혔다.
류현진은 5회초 삼자범퇴로 지난 이닝 볼넷을 허용한 것을 깨끗하게 씻었다. 그리고 5회말 타석에선 완벽한 번트로 주자를 진루시켰다. 1사후 러셀 마틴이 우전안타를 쳤고 1사 1루에서 류현진은 더할나위없는 번트로 마틴을 2루로 보냈다. 오렐 허샤이저 해설자는 “류현진은 참 많은 것을 쉽게 한다”며 류현진의 투구 외적인 플레이도 극찬했다. 하지만 류현진의 번트가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스트라스버그는 피더슨에게 볼넷을 범해 흔들리는 듯했으나 먼시를 1루 땅볼로 잡아 5회말을 마쳤다.
6회초 타일러를 삼진으로 잡은 뒤 노히트 행진에 위기가 찾아왔다. 투수 스트라스버그에게 던진 직구가 우전안타성 타구로 연결된 것이다. 그런데 우익수 벨린저가 빠르게 공을 잡아 1루도 던졌고 1루 포스아웃이 선언됐다. 워싱턴이 챌린지를 요청했으나 판정은 번복되지 않으며 우익수 땅볼이라는 진귀한 장면과 함께 노히트가 이어졌다. 류현진은 이튼을 2루 땅볼로 잡아 6회초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7회초 다시 삼자범퇴에 성공했다. 랜돈에게 큰 타구를 허용했으나 좌측 펜스 앞에서 잡히며 대기록을 향한 진격을 이어갔다.
하지만 대기록은 아웃카운트 5개가 남은 시점에서 깨졌다. 류현진은 파라에게 2루타를 허용했다. 궁지에 몰렸던 워싱턴은 디포가 기습 번트까지 강행하며 사력을 다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침착한 수비로 자신에게 오는 타구를 잡아 1루로 송구했다. 2사 3루가 됐고 타일러와 10구까지 가는 긴 승부를 벌였으나 체인지업으로 타일러를 외야 플라이 처리해 이날 투구를 마쳤다.
류현진이 2루타를 허용한 순간, 그리고 타일러를 잡기 전까지 다저스타디움 관중은 기립박수로 류현진을 격려하고 응원했다. 타일러를 돌려세우자 다저스타디움 관중들은 류현진이 노히트를 달성한 것처럼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