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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4-29 11:41
[MLB] 짠물 투수가 까탈스러운 심판을 만났을 때
 글쓴이 : 러키가이
조회 : 938  


[야구는 구라다] 짠물 투수가 까탈스러운 심판을 만났을 때


2년 전이다. 그러니까 2017년 8월의 일이다. 무대는 피츠버그의 PNC파크다.

7회 초였다. 1-3으로 밀리던 해적들의 수비다. 카운트 3-2에서 7구째가 들어왔다. 약간 높은 쪽인데 애매했다. 순간. 구심의 미묘한 갈등이 느껴졌다. 오른손이 올라가려다 멈칫했다. 콜이 없으니 볼넷이었다. (2사) 1, 2루가 만루로 변했다.

홈 팀이 가만히 있을 리 있나. 가뜩이나 지고 있는 데 참을 수 없다. 벤치에서 고함이 터졌다. 한껏 격앙된 어휘들이 쏟아졌다. 마무리는 역시 F자로 시작하는 명령어였다. TV 화면에 클린트 허들 감독이 ‘법규’를 외치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잡혔다. 모두에게 들리는 확실한 샤우팅이었다.

찌리릿~. 구심이 째려봤다. 명령어는 명령어로 받는 법이다. 즉각적인 조치가 나왔다. ‘퇴장’.

당사자가 뛰쳐나왔다. 어차피 쫓겨나는 판이다. 화풀이라도 해야겠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침을 튀겼다. 한동안 거친 설전이 벌어졌다. 물론 오래 가지는 않았다. 프로답게 쿨하게 헤어졌다. 허들 감독의 그 해 4번째 퇴장이었다.

짠맛으로는 압도적인 1위에 오르다

지난 주말 다저 스타디움은 훈훈했다. 오랜 친구의 만남 탓이다. KBO리그 출신 투수와 타자간 대결은 주류 미디어들도 관심이 많았다. 얼마나 친하냐, 한국에서 전적은 어땠냐, 누가 더 잘했냐, 기타 등등….

결과는 3타수 1안타였다. 양쪽이 다 섭섭치 않은 수치다. 1할대였던 타자는 불만일 리 없다. 투수도 게임 성적이 좋았으니, 안타 1개 쯤은 신경 쓸 필요 없었다. 어떤 기자는 그렇게 물었다. ‘혹시 하나 준 것 아닌가’라는 투의 질문이었다. 물론 웃자는 농담이었리라. 강호에 그런 일은 있을 리 없다. 만약 그랬더라도, ‘예스’라고 대답할 아마추어는 없다.

아무튼. 친구에게는 행복한 금요일 밤이었다. 7이닝 2실점으로 3승째를 얻었다.

미디어의 반응도 꽤 호의적이었다. 특히나 볼넷에 관한 칭찬들이 차고 넘쳤다. 매번 그 질문을 달고 살던 당사자는 급기야 초등학교 시절까지 소환했다. “야구 시작할 때부터 늘 들었던 이야기가 ‘볼넷 주느니 홈런을 맞는 게 낫다’였다. 볼넷은 무료다. 공짜로 출루를 허용하는 것이다. 볼넷 많은 경기는 항상 안좋게 흘러간다. 제구에 좀 더 신경 쓰고 게임에 임한다.”

인천 출신 아닌가. 바닷가 근처다. 그쪽 동네는 당구 점수조차도 장난 아니다. 인천 150점이면 다른 동네 300점도 잡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런 걸 미국 사람들이 알 턱이 있나.

어쨌든. 짜디짠 그의 진가가 여실히 드러났다. 올 해 9이닝당 볼넷 허용이 1개도 넘지 않는다. 겨우 0.7개다. 비율로 따지면 1.9%다. 이 정도면 비교 대상도 없다. 장내 (규정이닝) 1위라고 해봐야 3.1%(맥스 슈어저)다. 이건 짜도 너무 짜다.

K/BB(볼넷 삼진비율)도 마찬가지다. 16.5로 압도적인 1위다. 2위 슈어저의 10.8과도 한참 차이난다. 물이, 그것도 엄청 짠물이 제대로 올랐다.

구심의 존을 파악해 집중 공략하다

출발은 좀 불안했다. 1회 시작부터 연속 안타를 맞았다. 무사 1, 3루로 숨이 턱 막혔다. 병살타가 나와 1실점으로 막았지만 녹록치 않은 하루가 예상됐다. 다행히 1회말 반전이 생겼다. 코디 벨린저의 2점 홈런으로 승부가 뒤집혔다.

역전은 좋았다. 하지만 이제 지키는 게 문제다. 흐름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추가됐다. 그래서 2회 초가 긴장감을 줬다. 첫 타자는 관심이 집중된 친구와 대결이었다. 누가 봐도 게임을 좌우할 중요한 길목이었다.

여기서 이날의 관전 포인트가 나타났다. 초구 90마일짜리 포심이었다. 코스는 가운데였다. 그런데 높이가 문제였다. 약간 낮았다. 중계 화면상의 그래픽에도 존 아래쪽에 걸친듯 만듯이었다. 그런데 구심의 손이 번쩍 올라갔다. 타석의 친구는 ‘이게 들어온 거야?’ 하는 표정이었다.

어디 당사자 뿐이겠나. 원정 팀 덕아웃의 모두가 집중하고 있었다. 초반 구심의 판정은 누구나 예민하기 마련이다. ‘오늘은 어떤 걸 잡아주나’ ‘저 심판 취향은 뭔가’. 경기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그 높이를 잡아줬다. 그건 리그 최고의 정확성을 자랑하는 홈 팀 선발에게는 더 할 나위 없었다. 마치 1~2미터 앞에서 던지게 해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조건이었다. 게다가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이 주무기인 투수 아닌가.

이제 불 보듯 훤하다. 이어진 3개의 공이 이날 경기의 결과를 예시하는 것이었다.

2구째 체인지업이 헛스윙을 끌어냈다. 3구째 커터로 살짝 비켜갔다. 그리고 카운트 1-2에서 4구째. 77마일짜리 체인지업으로 공격했다. 얼추 비슷한 곳으로 속도와 높낮이를 조절했다. 심하게 말하면 타자를 가지고 논 것이다. 4구째는 예견된 결론이었다. 빈 스윙, 삼진 아웃.

짠물 투수는 무섭도록 영리했다. 일단 구심의 특화된 존을 파악했다. 그 뒤로는 그곳을 철저히 활용했다. 우선 낮은 쪽으로 타자를 몰아간다. 그리고 거기서 떨어지고, 휘어지는 유인구로 상대를 무력화시킨다.

물론 그런 건 모든 투수들이 목표하는 전략이다. 다만 적절히 실행할 수 있는 정확성이 있느냐, 없느냐가 차이를 가를 뿐이다.

지난 27일 경기서 스트라이크 판정을 얻어낸 애매한 공들이다.

자주 구설에 올랐던 심판

앞부분 2017년 여름 얘기를 상기하시라. 허들 감독이 퇴장당한 장면 말이다.

그 때 PNC파크와 엊그제 다저 스타디움 게임은 등장 인물들이 몇몇 겹친다. 일단 대진이 같다. 당시도 상대 팀은 다저스였다. 그리고 구심도 동일 인물이다. 폴 에멀(51)이라는 심판이다.

해적 선장을 쫓아낸 그는 20년 경력이 넘는 베테랑이다. 올스타전과 다수의 포스트시즌을 비롯해 WBC까지 두루 섭렵했다. 그쪽에서는 커리어가 꽤 쌓인 팀장(crew chief)급 인물이었다.

하지만 허들을 퇴장시킨 2017년에는 구설이 많았다. 그와 그의 팀이 여러 사건에 연루됐다. 8월 말 보스턴-볼티모어 경기 중에는 교체돼 빠진 선수가 다시 대타로 투입되는 메이저리그 사상 초유의 해프닝이 벌어졌다.

쿠바 출신 심판 앙헬 에르난데스가 MLB 사무국을 고발한 것도 그 시즌이었다. 인종 차별로 인해 자신의 (팀장) 진급이 누락됐다는 이슈였다. 이 때 ‘나보다 못한 사람들도 다 팀장됐는데…’의 ‘나보다 못한 사람들’ 중 한 명으로 에멀이 거론됐다는 후문도 있었다.

이런저런 사건이 겹치자 한 커뮤니티에서는 2017년 가장 편향된 판정을 내리는 심판으로 에멀을 선정하기도 했다. 판정에 불만인 감독, 선수를 5번이나 퇴장시켰다. 게다가 그의 판정은 자주 시비거리가 됐다. 비디오 판독에서 20번 중에 11번(55%)이 뒤집어졌다. 전체 심판 76명 중 53위의 수치다.

감독과 언쟁하고 있는 에멀 심판(오른쪽)의 모습.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짠물 투수와 에멀 구심, 5번 만나 3승 2패…최근 2연승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이 있다. 2017년 문제의 게임과 엊그제 경기의 승리투수도 동일 인물이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2017년 당시 원정 팀 선발은 다저스의 소금물이었다. 6이닝 1실점으로 5승째(6패)를 따내던 경기였다.

허들 감독이 쫓겨난 건 거친 항의 탓이다. 7회 볼넷 판정에서 폭발했지만, 사실은 초반부터 억울함이 쌓였다. 홈 팀 선발 채드 컬에 대한 구심의 콜이 오락가락하기 일쑤였다. 컬은 4회까지 볼넷 5개를 주며 우왕좌왕, 흔들리고 말았다. 그러나 짠물 투수는 6회까지 공짜 진루를 2개 밖에 내주지 않았다. 얄밉도록 냉정한 경기 운영이었다.

메이저리그는 19개 조의 심판이 돌아간다. 때문에 한국처럼 자주 만날 일이 없다. 따라서 성향 파악도 쉽지 않다.

그런 와중에 짠물과 에멀 구심은 5번이나 만났다. 이제껏 가장 많이 그의 볼판정을 한 사람이다. 처음에는 고생 좀 했다. 2017년초까지 세번 만나서 전적은 1승 2패였다. 하지만 작년 8월 이후 2연승 중이다.

무엇보다 지난 주말 만남에서는 드디어 완벽하게 적응한 모습이었다. 볼넷 제로, 삼진 10개의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까탈스럽기로 소문난 심판도 짭짤함의 매력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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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키가이 19-04-2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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