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해외 원정도박 의혹을 지우지 못하고 있는 프로야구 삼성 투수 윤성환(35), 안지만(33)이 1군 훈련에 합류했다. 둘은 지난해 10월 불법 원정도박 혐의를 받으면서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후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은 함께 했지만 공식적으로 1군 전력에 포함된 것은 처음이다
삼성은 대구 두산전이 열릴 예정이던 3일 “윤성환과 안지만이 오늘 1군에 합류해 훈련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가 비로 취소된 뒤 삼성은 윤성환, 안지만이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둘은 취재진 앞에서 고개를 숙인 뒤 윤성환이 대표로 “일단 팬 여러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하다. 야구에만 전념해서 팬 여러분께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질문은 받지 않았다. 2분도 안돼 공식 사과 자리가 끝났다
아직 경찰의 조사가 끝나지 않은 시점이라 말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운 자리는 분명했지만 너무 형식적인 절차에 그쳤다는 시각이 대체적인 현장 분위기였다. 도박 여부를 떠나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구단 내부적으로도 치열한 논의 끝에 만든 자리였다. 그렇지만 달궈진 팬들의 시선을 달래기에는 진정성에서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윤성환, 안지만은 지난해 마카오 카지노 정킷방(보증금을 주고 빌린 VIP 도박방)에서 도박을 하면서 외국환 관리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았다. 계속된 논란 속에 윤성환과 안지만은 스프링캠프에도 늦게 합류했다. 일본 오키나와 평가전과 시범경기에도 등판하지 못했다가 이번에 1군에 합류하게 됐다.
경찰 조사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거의 6개월이 지난 시점인 지금까지 수사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참고인 중지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에 삼성은 ‘정규시즌에는 두 투수를 활용한다’는 결론을 내린 뒤 1군 합류 시기를 두고 고민해왔다. 류 감독은 “어차피 올릴 생각을 하고 시기를 조율하는 과정이었는데 오늘 최종 결론이 났다”고 설명했다
경찰 발표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삼성의 두 선수 복귀 결정은 최선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구단이 겨우내 보여준 행보는 이날 두 선수의 사과까지도 삼성답지 않았다. 위기 관리 대응에도 문제를 노출했다.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구단 안팎의 일관된 목소리가 중요한데 삼성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부터 시범경기, 개막전까지 현장의 목소리와 내부의 판단에서 계속 엇박자가 났다. 복귀한다고 했다가 없었던 일이 되는 상황이 반복됐다. 두 선수에 대한 이슈가 계속해서 재생산될 수밖에 없는 단초를 구단에서 제공한 셈이다.
구단이 무죄추정의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결백을 주장하는 선수들에게 구단이 방패가 돼 주지 못한 점은 선수단 전체에서 아쉬워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안현호 단장은 전날까지도 “(두 선수의 복귀에 대해)결정된 것은 없다”면서 애매한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삼성의 갈짓자 행보는 올 시즌 혼돈 속의 시즌을 맞이하는 삼성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하다.
아직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다. 여전히 부정적인 야구팬들의 시선을 극복해야 한다. 장기화되고 있는 경찰수사도 언젠가는 발표된다. 삼성은 여전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성환과 안지만은 곧 1군 복귀전을 치를 전망이다. 이날 경기는 비로 취소됐지만 안지만은 바로 1군에 등록됐다. 류 감독은 “안지만을 마무리로 쓰겠다”고 했다. 선발인 윤성환은 오는 6일 수원 KT전 선발 등판 날짜에 맞춰 1군에 등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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