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45탈삼진, 2볼넷. 탈삼진/볼넷 비율 22.5. LA 다저스 류현진(32)이 역대급 기록을 찍으며 1875년 고종 시대를 소환했다.
류현진은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 9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6년 만에 메이저리그 통산 두 번째 완봉승을 달성했다. 시즌 4승째를 올리며 평균자책을은 2.03까지 낮췄다. 내셔널리그 다승 공동 2위와 평균자책점 3위에 해당하는 특급 성적이다.
승수, 평균자책점 이상으로 주목받는 기록은 탈삼진/볼넷 비율이다. 이날 무사사구 완봉승으로 류현진은 시즌 7경기에서 44⅓이닝을 던지며 탈삼진 45개, 볼넷 2개를 마크했다. 탈삼진/볼넷 비율 22.5로 이 부문 1위를 굳건히 했다. 2위 맥스 슈어저(워싱턴)의 9.00을 크게 앞선다.
단순히 올 시즌에만 해당하는 기록이 아니다. 시즌 전체 일정의 23.4%를 소화한 초중반이란 것을 감안해야 하지만, 류현진의 탈삼진/볼넷 비율은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 기록에 해당한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144년 전인 지난 1875년, 고종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하트퍼드 다크블루스 소속 투수 캔디 커밍스가 48경기 416이닝을 던지며 82탈삼진 4볼넷, K/BB 20.5를 기록했다. 내셔널리그에 앞서 미국 최초 프로 리그였던 ‘내셔널 어소시에이션’ 시절 기록으로 당시에는 지금처럼 볼 4개가 아닌 9개가 베이스 온 볼스, 지금의 볼넷으로 인정됐다.
베이스 온 볼스가 주어지는 볼의 숫자는 1880년 8볼, 1882년 7볼, 1884년 6볼으로 줄었다. 이어 1887년 5볼을 거쳐 1889년부터 지금과 같은 4볼이 자리 잡았다. 1989년 이후로 규정이닝 K/BB 1위는 2014년 미네소타 트윈스 필 휴즈의 11.6으로 그해 209⅔이닝 탈삼진 186개에 볼넷 16개만 허용했다.
K/BB 기록은 누적이 쌓일수록 평균에 수렴한다. 아직 시즌의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앞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 류현진의 비정상적인 수치가 큰 의미를 갖기 어려울 수 있지만, 투수가 통제할 수 없는 인플레이 타구를 제외한 삼진과 볼넷에서 압도적인 기록이란 점에서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을 만하다.
탈삼진을 떼고 9이닝당 볼넷으로만 봐도 류현진의 극강 제구력을 확인할 수 있다. 볼넷이 자리 잡은 1989년 이후 9이닝당 최소 볼넷 기록은 2005년 미네소타 카를로스 실바가 갖고 있는 0.43개. 올해 류현진은 0.41개로 실바의 기록을 넘어서고 있다. 현재까지 류현진의 제구 퍼포먼스는 메이저리그 역대 통틀어 최고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