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 실패의 원인을 기량 저하의 문제로 보시는 분의 글을 읽고 써봅니다.
과연 우리 선수들의 기량이 저하됐는가?
전 일단 거기에 대해선 부정적 입니다. 기량 저하가 원인이 아니라는 거지요.
이번 대회에 있어 주력 선수들 중 야수들은 WBC 역대 대표팀에서 크게 바뀐게 없습니다. 뭐 나이를 먹었어도 이승엽은 제몫을 해줬고, 나머지 선수들은 전성기의 나이대 이니까요.
그럼 왜 빈타에 시달렸느냐 하냐면.... 가장 큰 이유는 컨디션 난조겠지요.
아시겠지만 야구계의 격언 중 하나가 "방망이를 맹신하지 마라" 입니다.
어제까지 사할치던 타자도 오늘은 충분히 선풍기쇼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죠.
아쉬운게 있다면 야수진의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았을때는 감독이 선수 운용이나 작전 등으로 어떻게든 점수를 뽑아낼 수 있도록 했어야 하는데 설마 류감독님이 시즌중에 하던 '나믿가믿' 질을 단기전인 WBC에서 할 줄이야...
야수진과 달리 투수진은 걱정이 좀 되긴 합니다.
류현진 김광현 봉중근 윤석민+@로 구성되었던 투수진에서 김광현은 질병, 봉중근은 나이로 인해 선발진을 구성하기 힘들고.... 송승준이 호주전에 잘던져주긴 했습니다만 국대 선발로 본다면 4,5선발급인데다가 이미 나이도 꺽여가는 나이인지라 당장 다음 대회때부턴 좀....
하지만 투수진 자체에도 기량 저하 때문이다 라고 보긴 좀 그런게 리그 성적 등으로 본다면 크게 꿀리는 선수들은 아니라고 봅니다. 뭐 차우찬 선수의 경우 된통 털렸다고 욕먹긴 했습니다만 사실 야수진의 실책으로 내준 점수도 컸죠.
(쓸까말까 쓸까말까 계속 고민했는데 욕먹더라도 써야겠네요. 사실 실력만!! 본다면 부족해보이는 선발진을 메꿔줄 선수들이 있긴 있었죠.... 임X훈 이라든가 박현X 같은 멘탈에 문제가 있고 신성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 자격이 없는 선수들이요....)
어쨌든 투수력이 예전보다 떨어졌다고 하지만 적어도 1라운드에서 떨어져 나갈 만큼의 기량차가 있는 선수들은 아니었고, 노경은 선수같은 경우도 못믿을 불펜이었다곤 하지만 우리에겐 베이징 금메달 신화때도 꽉찬 사나이의 불판쇼도 극복해낸 경험이 있지않습니까?
제가 보기엔 이번 대회에선 네덜란드와 대만의 성장이 두드러졌다고 봅니다.
우리는 정체되어있는데 네덜란드와 대만이 무섭게 치고 올라온 것이지요. 프로 리그도 없다는 네덜란드의 이번 경기력은 캐나다 급은 충분히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떻게든 이긴다고 봤던 대만은 어느새 턱밑까지 쫒아와서 앞으로는 승부를 장담하기 힘들겠더군요. 특히나 그 탄탄한 수비력을 보면 말이죠.
일본과 쿠바의 경기도 보니까 비슷한 전력의 국대를 두세개정도는 거뜬하다 라고 자부하던 일본이 박살나는 거 보니 쿠바가 예전의 명성을 되찾으려고 노력 많이 한듯 보이더군요.(이번 대회 우승은 쿠바?)
여하튼 정리해서 결론을 쓰자면 이번 대회 초반이긴 하지만 세계적으로 야구 실력의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 졌고, 변방국들의 치밀한 준비에 반해 우린 자만심에 가득차 분석도 제대로 안하고 덤벼들다가 뒤통수 깨진 형국 인듯 싶네요. (네덜란드 감독은 사도스키 등을 통해서 한국 선수들 자료를 수집해서 큰 도움이 되었다는데 우린 상대팀 정보 조사도 안했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