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름부터 어렵다. Jhoulys Jose Chacin이라고 쓴다. 스페인어가 기반이라서 난해함이 더하다. 요즘 한참 내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 출신이다.
뒤쪽 이름은 그럭저럭 익숙하다. 호세 차신이라고 읽으면 될 것 같다. 문제는 앞쪽이다. Jhoulys를 어떻게 발음/표기해야하나. 곤란한 문제다. 매체마다 따로 논다. 율리스, 욜리스, 요울리스, 줄리스…. mlb.com은 ‘줄리스’라는 발음을 추천한다. 하지만 스페인어 느낌은 아니다. 영어식인 것 같다. 뭐가 맞는 지 모르겠다. 이럴 때는 뒤에 있는 성(姓)만 쓰는 게 상책이다.
2년전 여름에 있었던 다저스전이다. 선발 투수였던 호세 차신은 타자로도 활약했다. 1-1 동점이던 4회 적시타로 타점을 올렸다. 2-1이 됐고, 1, 3루 기회가 이어졌다.
타석의 주인은 카를로스 아수아헤였다. 지금 부산 주민이 된 내야수 말이다. 카운트 2-2에서 상대 투수가 5구째를 뿌리는 순간이었다. 아무도 생각치 못한 일이 생겼다. (1루 주자) 차신이 갑자기 2루로 달리기 시작했다.
1루수 코디 벨린저도 설마하고 있었다. 베이스를 열어준(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73마일짜리 느린 커브였다. 포수 야스마니 그랜달은 송구도 해보지 못했다. 타자 아수아헤의 체크 스윙에만 신경 쓸 뿐이었다.
차신은 2루에 서서 들어갔다. 기습은 여유있게 성공했다. 마침 아수아헤가 범타로 처리됐으니 망정이다. 자칫 수비쪽은 한번에 무너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짠물 투수의 또다른 소금기
아깝다. 승수가 따라오지 않았을 뿐이다. 역투라는 표현이 어느 때보다 어울리는 경기였다.
엊그제(한국시간 2일) 투구는 눈이 부셨다. 모처럼 싱싱한 공이 뿜어져 나왔다. 혹시 오라클 파크(샌프란시스코) 스피드건이 후한 게 아닌가? 그런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91~92마일이 손쉬워 보였다. 93마일에 타자들도 깜짝 놀랐다.
지구력도 대단했다. 4일 쉬고 나왔지만, 티도 안났다. 100개를 넘기고도 92마일짜리를 거푸 꽂았다. “물어봤으면 9회도 던질 수 있었다”며 기염을 토했다. 태평양을 건너던 26살 파릇한 시절(2013년)로 돌아간 것 같았다.
역시 바닷가가 어울린다. 샌프란시스코 만(灣)의 짭쪼름함이 배어나는 피칭이었다. 이번에도 어김없다. 8회까지 공짜는 1개도 없다. 올해 삼진 39개에 볼넷 2개는 경이로운 수치다. K/BB 서열로는 단연 1위다(19.500). 맥스 슈어저(2위 8.857) 따위는 감히 명함도 못 내민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다. 소금이 뚝뚝 떨어지는 또다른 대목이 있다. 오늘 <…구라다>가 하려는 얘기다.
2개의 견제구, 그리고 병살 플레이
그 경기에서 눈여겨 볼 대목이 있다. 2회 초였다. 선두 타자(케빈 필라)에게 안타를 맞았다. 신경 쓰이는 주자가 됐다. 다음 타자 때 견제구 2개가 1루로 향했다.
첫번째는 빠르지 않았다. 모데라토(Moderatoㆍ보통 빠르게) 정도다. 주자 체크는 한번 더 있었다. 두번째는 안단테(Andanteㆍ느리게)였다. 굳이 잡겠다는 마음은 없어보였다. 그냥 무언의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허튼 짓 마라. 딱 보고 있다.'
그리고 1사 후. 타자(솔라르테)를 향해 투심 1개가 발사됐다. 살짝 가라앉는 구질이었다. 배트는 공의 윗부분을 때렸다. 3루 땅볼. 5-4-3 더블 플레이로 이닝이 끝나버렸다.
이 병살은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게임의 흐름을 바꿔버렸다. 흔들리던 원정 팀 선발은 운기조식(運氣調息ㆍ기운을 다스리고, 호흡을 가다듬음)의 기회를 가졌다. 8회까지 롱런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이쯤에서 반문이 생긴다. (샌프란시스코의) 브루스 보치 감독은 왜 변화를 구하지 않았을까.
1루의 케빈 필라는 속도감 있는 주자다. 2015년에는 25도루를 성공시켰다. 이후 4년 연속 두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상대 포수의 능력 ▶타순 ▶공격의 연속성 등을 고려하면 기습도 충분히 구상할 수 있는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아무런 시도도 나오지 않았다. 아니, 나올 수 없었다. 이유는 하나다. 마운드 위에 있는 투수 때문일 것이다.
놀라운 기록 - 27게임, 148.2이닝 연속 도루 시도 '제로'
아시다시피 원정 팀 투수는 보통 짠물이 아니다. 씀씀이를 따지면 어마어마할 정도다. 허투루 뭘 낭비하는 꼴을 못 본다. 볼넷, 사구, 폭투, 보크. 공짜로 주는 건 말만 들어도 (칠)질색팔색이다.
하물며 남이 훔쳐가는 건 어떻겠는가. 천부당만부당이다. 하늘이 두쪽 나도 그런 건 있을 수 없다.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
짠물은 7년간 총 593이닝을 던졌다. 그 동안 9명의 주자가 도루에 도전했다. 5명이 성공하고, 4명은 실패했다. 44.4%의 저지률이다(ML 평균 28%). 물론 이 자체도 좋은 기록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데이터가 있다. 바로 시도 자체를 억제했다는 점이다.
떠올리시라. 이 글 시작 때 꺼냈던 2017년 경기 얘기를. 190cm, 97kg나 되는 거구의 투수 호세 차신이 얼떨결에 2루를 슬쩍했다.
당시 마운드에 있던 게 바로 그였다. 그리고 그게 마지막이었다. 이후로 2년 가까이 제로 상태다. 빼앗긴 도루가 없다. 아니, 아예 도전 자체가 없었다. 무려 27게임, 148.2이닝 동안 이어지는 기이한 기록이다.
이게 보통 일이냐. 절대 아니다. 견제 잘하기로 1등은 클레이튼 커쇼다. 픽오프(pick-off) 62개를 잡아내 현역 투수 중 1위다. 그런 커쇼도 1년 평균 10번 정도는 상대의 테스트를 받는다. 통산 126회의 도전이 있었다. 이 중 65회를 허용했다. 도루 저지율은 48.4%다.
짠물의 파트너가 된 매드범은 어떤가. 까다로운 좌완 투수지만 역시 상대가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총 147회의 시도가 있었다. 이 중 54번을 저지했을 뿐이다(37%).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
원천봉쇄,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고수다
물론 잡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시도 자체를 차단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그만큼 포수나 야수들 신경 쓸 일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병법에도 있지 않나.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진짜 고수라고.
2015년 이후 통계를 뽑아봤다. 그를 향한 도루 시도는 3번 뿐이다. 82이닝당 1개꼴에 불과하다. 매번 8회까지 던진다고 해도 10번에 한번인 셈이다. 볼 것도 없는 ML 전체 1위다. 역시 염전을 차려도 될 정도다. 2위와 차이도 한참 난다.
이유가 뭘까. 그가 마운드에 있으면 주자들은 왜 얌전해질까.
일단 투구폼이 간결하다.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그건 버릇/약점이 노출될 가능성이 적다는 뜻이다. 상대는 첫 발을 떼기가 어려워진다.
게다가 주자가 있을 때 던지는 투구폼, 즉 슬라이드 스텝이 번개다. 1.2~1.25초에 불과하다. 보통 1.3초 이내면 빠른 편에 속한다. 도루 성공률은 뚝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미스터리한 부분은 남는다. 그가 (봉중근 의사처럼) 폭발적이고, 전투적인 견제구를 뿌리는 스타일은 아니다. 던져봐야 느릿하고, 여유있는 것들 뿐이다. 그나마도 자주 하지 않는다.
파트너 포수들도 그렇다. 지극히 평범한 저지율을 가졌다. 그런데도 상대는 도발하지 못한다.
그 앞의 주자들은 철저하게 무기력했다. 벌써 2년이 다 돼 간다. 그걸 100% 논리적으로 설명할 길은 없다. 다만 <…구라다>식의 상상력을 제안한다. 무림 강호에 오래 전로부터 전해내려오는 4글자, 주화입마(走火入魔)다. 절정 고수가 혈도를 짚어 상대를 제압하는 무공이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
**주화입마 : 기(氣)와 내공의 운용이 잘못돼 몸이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됨. 혈도가 막히고, 사지를 꼼짝 달싹하지 못하며, 자칫 심각한 내상을 입을 수도 있는 현상을 일컬음
주화입마보다는 마혈이 잡힌 거죠. 무음신지로 상대의 마혈을 짚어 주자가 꼼짝못하다.그만 되었다 싶을 때 마혈을 풀어줬을 겁니다. 분명 류 선수 어릴 때 행방이 잠시 묘연했을 겁니다. 그때 기연을 얻었겠죠. 무음신지, 탄지신통 같은 절기가 기록된 무경을 얻었겠죠. 분명 침대밑을 뒤져보면 색바랜 고서가 나올 겁니다.
강원도에서 태어난 류현진이 어릴때 깊은산에 갔다가 절벽에서 떨어졌으나 천년전 절대고수가 은거한 동굴에서 남겨논 절세비급과 내단을 얻는 기연을 만나 무공을 익힌 투수임
지금 류현진의 투구폼을 잘보면 강호절전무공인 무영장을 발출할때의 폼임 . 가끔가다 홈런을 맞는것은 일부러 내공을 안실어서인데 이는 자신의 무공을 숨기기위한 고도의 술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