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투수에게 어깨 수술은 경력을 건 모험이다. 상대적으로 성공 확률이 높아진 팔꿈치인대접합수술에 비해, 어깨 수술은 여전히 제대로 복귀할 확률이 10% 미만이라는 통계도 있다. 팔꿈치보다 어깨 구조가 훨씬 더 복잡해서다. 수술 자체도 힘들고 재활도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복귀해 그럭저럭 공을 던질 가능성도 10% 미만인데, 예전의 기량을 계속 유지할 확률은 그보다 더 낮다. 최고의 활약을 하다 어깨 수술을 받고 경력이 끝나거나, 혹은 그저 그런 투수로 전락하는 사례는 숱하게 찾아볼 수 있다. 류현진이 2015년 어깨 수술을 받을 때도 그런 우려가 컸다. 어깨 수술 중에서는 비교적 간단하다는 위안도 있었지만 확실히 낙관적인 앞날은 아니었다.
그러나 류현진은 괴물이었다. 2017년 적응기를 거쳐 2018년부터는 리그 정상급 활약을 하고 있다. 100이닝 이상을 소화한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 중 지난 2년간 가장 뛰어난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선수가 바로 류현진이다. 올해도 8일 애틀랜타전에서 완봉승을 거두는 등 7경기에서 4승1패 평균자책점 2.03을 기록하고 있다. 탈삼진/볼넷 비율은 올해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역사를 통틀어서도 최정상급이다.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은 엘리트 투수”라고 단언한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는 것이다. 실제 류현진은 어깨 부상 전인 2013년과 2014년 2년간 56경기에 나가 28승15패 평균자책점 3.17을 기록했다. 리그 전체를 견줘 비교하는 조정평균자책점(ERA+)은 111이었다. 이도 분명 리그 평균을 상회하는 뛰어난 성적이었다.
어깨 수술을 받고 왔으면 그 후 성적은 미세하게라도 떨어지는 게 전례상 정상이다. 그런데 류현진은 그런 통념을 거부하고 있어 더 대단하다. 류현진은 2016년부터 8일까지 총 48경기(선발 47경기)에 나가 16승14패 평균자책점 3.03을 기록했다. 오히려 평균자책점이 부상 전보다 더 떨어졌다. ERA+는 135에 이른다. 적어도 평균자책점만 놓고 보면 류현진은 어깨 수술 전보다 더 좋은 투수가 됐다.
기적 같은 일을 만든 류현진은 부상만 없으면 순항이 예상된다. 구종의 완성도는 더 높아졌고, 여기에 제구와 커맨드·로케이션까지 완벽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부상 탓에 규정이닝에는 한참 모자랐으나 1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97을 기록했던 류현진이다. 어깨 수술로 전성기가 끝난 줄 알았던 류현진은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내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