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최근 몇 년간 LA 다저스의 에이스는 항상 같은 선수였다. 지구상 최고 투수라던 클레이튼 커쇼(31)다. 근래 들어서는 우완 에이스로 워커 뷸러(25)라는 신성이 떠올랐다.
하지만 지역 최대 언론인 ‘LA타임스’의 컬럼니스트 휴스턴 미첼은 생각이 조금 다르다. 미첼은 10일(한국시간) “왜 류현진이 다저스의 진정한 에이스인가”라는 제목의 컬럼에서 “류현진이 이 논쟁(누가 에이스인가)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했다.
미첼은 “시즌이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다저스 팬들은 클레이튼 커쇼와 워커 뷸러 중 누가 팀 최고의 투수인지 논쟁하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그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아무도 보지 않는 틈을 타 류현진이 왕관을 빼앗았다”며 류현진이 현시점 실질적인 에이스라고 주장했다.
미첼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최근 22경기 등판 성적이다. 평균자책점은 류현진(1.99)이 커쇼(2.79)와 뷸러(2.91)를 꽤 큰 차이로 앞선다. 9이닝당 볼넷, 9이닝당 탈삼진, 탈삼진/볼넷 비율, 이닝당출루허용수(WHIP) 모두 류현진이 커쇼·뷸러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 류현진이 1위를 차지하지 못한 것은 9이닝당 피안타(류현진 7.2개, 뷸러 6.0개)뿐이다.
미첼은 “전체적으로 수치가 근소하긴 하지만, 류현진이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부문에서 모두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적과 숫자만 놓고 보면 류현진이 커쇼나 뷸러보다 떨어질 게 없다는 주장이다.
미첼은 “물론 그가 지난 시즌의 일부를 부상으로 날렸고, 다치기 쉬운 경향을 보여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부상 경력으로) 그를 깎아내리려고 한다면 그것도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류현진이 그 대화(에이스 선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1~2시즌 성적으로 에이스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상징성은 분명히 고려되어야 한다. 하지만 올 시즌 성적만 놓고 보면 류현진은 로테이션을 이끌어가는 실질적 에이스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류현진은 7경기에서 4승1패 평균자책점 2.03을 기록했다. 뷸러는 7경기에서 4승을 기록하기는 했으나 평균자책점(4.95)이 류현진의 두 배 이상이다. 어깨 이상으로 시즌 출발이 늦었던 커쇼는 5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3.31로 역시 류현진보다 아래에 있다.
게다가 류현진은 개막전 선발로 출전했으며, 그 후 에이스들과 맞대결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큰 경기에 강하다는 면모를 다시 한번 증명한 셈이다. 아직 류현진이 다저스의 에이스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이 추세라면 시즌 막판에는 평가가 사뭇 달라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