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2·LA 다저스)이 어버이날에 완봉승을 거둔 데 이어 미국의 마더스 데이(Mother's Day)에도 8이닝 무실점 호투로 시즌 5승을 수확했다. 류현진은 1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경기에서 116구를 던져 8이닝 1피안타 무실점 1볼넷 9탈삼진을 기록했다.
류현진의 시즌 성적 변화
경기 전: 4승 1패 44.1이닝 2볼넷 45탈삼진 ERA 2.03
경기 후: 5승 1패 52.1이닝 3볼넷 54탈삼진 ERA 1.72
류현진은 8회 초 1사 상황에서 헤라르도 파라에게 2루타를 맞기 전까지 단 1볼넷만을 허용하며 노히트를 이어갔을만큼 압도적인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지난 2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1회에 실점한 이후 24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이다. 이날 경기로 류현진은 시즌 평균자책점을 1.72까지 낮추면서 MLB 전체 평균자책점 단독 2위로 올라섰다.
류현진이 이날 경기에서 호투를 펼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분석했다.
구종 분포(116구)
패스트볼 44구 (37.9% 평균 90.4마일 최고 92.1마일)
체인지업 33구 (28.4%)
커터 28구 (24.1%)
커브 11구 (9.6%)
류현진은 앞선 두 번의 등판에서 각각 52.3%, 52.7%에 달했던 패스트볼 비율을 37.9%까지 낮췄다. 그 빈자리를 메운 구종은 컷 패스트볼(커터)이다. 류현진은 지난 두 번의 등판에서 20% 이하로 낮췄던 커터의 비중을 다시 24.1%까지 높였다. 이는 지난해(패스트볼 37.0% 커터 25.0%)와 거의 흡사한 볼배합이다.
이닝별 구종 분포(패스트볼/커터/커브/체인지업 순)
1회 4/3/1/2 (10구)
2회 6/3/1/2 (12구)
3회 7/3/0/7 (17구)
4회 9/8/2/5 (24구)
5회 3/2/3/2 (10구)
6회 5/4/2/6 (17구)
7회 2/4/1/1 (8구)
8회 8/1/1/8 (18구)
실제로 이날 류현진의 커터는 4회까지 12개의 아웃 카운트 가운데 6개를 만들어내는 등 경기 초반을 주도하는 구종이었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이날 류현진이 커터 28구 가운데 무려 12개를 좌타자에게 던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좌타자 기준으로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 경계선 부근에서 형성됐다.
이는 지난 시즌 막판 장착한 '신형 커터'와 관련이 깊다. 지난해 9월 18일부터 류현진은 "빠른 슬라이더를 던질 때처럼 각도 변화를 줘서 던지는" 신형 커터를 던지기 시작했다(관련 기사: [이현우의 MLB+] '또' 진화한 괴물, 류현진). 올 시즌 류현진은 이 신형 커터를 마치 다른 좌투수들의 슬라이더처럼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좌타자를 상대론 거의 던지지 않았던 체인지업을 올해 들어 유독 자주 던지고 있으며 이날 경기에서도 좌타자를 상대로 6개나 던진 점 역시 주목해볼 만하다. 이런 변화를 통해 류현진은 지난 시즌까지 약점으로 지목되던 좌타자 상대 성적(통산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278)을 올해 피안타율 .220 피OPS .566까지 끌어내릴 수 있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도 올 시즌 류현진의 변화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부분인 '우타자 몸쪽 높은 포심 패스트볼'의 활용이 돋보였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앞선 두 경기에선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우타자 기준 바깥쪽 낮은 투심 패스트볼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과거 류현진에게 익숙해져있던 워싱턴 타자들에게 혼선을 안겨줬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처럼 류현진은 매 경기 상대 타선에 맞춰 볼 배합을 조금씩 다르게 가져가고 있다. 이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여러 인터뷰를 통해 강조했던 바와 같이 류현진이 '스스로 던지는 네 가지 구종을 모두 완벽하게 제구할 수 있는 투수'이기에 가능한 일이며, 최근 현지 언론이 류현진의 투구를 전설적인 투수였던 그렉 매덕스와 비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의 변동이 없다면 류현진의 다음 등판은 오는 20일 오전 2시 10분에 열리는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류현진은 다음 등판에선 어떤 지능적인 투구로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