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지난 얘기이지만, 프리미어12 때 대만구장 보니까 참 격세지감 느껴지더라고요..
옛날에 박진만이 올림픽 예선 때였나? 하여간 대만 원정경기 때 인터뷰를 했었는데요. 그 때 굉장히 신경질 적으로 반응하면서 '호수비도 그라운드가 좋아야 자주 나오는 거다'라며 '대만에 와보니 대만 구장들이 의외로 좋다'라고 했었거든요.
그 일 있고나서 프로경기를 보는데.. 그 말이 가슴에 박혀서 그런지 단점만 보이는 거에요. 인조잔디들은 다 누워서 아스팔트처럼 되어있고.. 낮에는 반사돼서 눈부시고.. 펜스는 안전장치 하나 없어서 부딪히면 어디 하나 부러질 것 같고..
그 때 갑자기 대만야구에 대해 궁금해서 아는 야구인들에게 여쭤서 이것 저것 알아봤거든요. 아, 야구인들이라고 해서 거창한건 아니고 그냥 제 친구들, 야구부 때 은사님들이랑 지인들이요 ㅋㅋ
어쨌든 그러면서 사진도 보고 얘기도 직접 들으니 우리나라 야구 인프라가 정말 심각하구나 새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리고 10여 년 후.. 프리미어12를 보는데..와 이건 뭐 푸세식 화장실도 아니고.. 진짜 꼴짝찌근 하더군요. 전에는 좋아보이던 그 구장들이 한 10년 이상 관리 안 된 것처럼 보이는데 순간 '아 정말 우리나라 프로구장들이 많이 좋아졌구나' 느껴지더라고요.
단순히 구장 문제가 아니에요. 관중석은 관중 편의도 없이 그냥 80~90년대 보통 구장들처럼 일반석만 나열되어 있고 잔디 상태도 그닥이고, 무엇보다 중계카메라 진짜 심하더군요. 이건 뭐 아시아시리즈 때도 느꼈던 거지만요.
이걸 보면서 우리 프로야구가 단순 구장 뿐만 아니라 구장을 관리하는 노하우, 팬들을 생각하는 마음, 중계 방송의 기술 등 모든 면에서 정말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제 내년이면 라이온즈파크/고척돔 시대가 열리죠. 몇 년 후면 NC는 새구장 착공할 것이고(물론 아직 장애물이 많지만) 대전도 스포츠타운인가 뭔가해서 새구장 짓는다는 계획(말그대로 계획ㅋ)이 섰고 서울도 잠실돔 짓는게 거의 확실시 되죠. 정말 프로 인프라는 이제 거의 모양새가 갖춰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작년부터 SBS스포츠가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하면서 부동의 1위였던 엠스플을 따돌리고 1위를 거머쥐었죠. 뿐만 아니라 야구앤더시티, 야구병법,폭풍전야, 스포츠스토리, 나는 야구선수와 결혼했다, 다이노스 다큐멘터리 등 그동안 수많은 야구 프로그램들이 선을 보였고요.
이렇게 구단 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미디어들까지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확실히 기존의 낡은 패러다임을 뚫고 한 단계 도약했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제 10구단 체제들어 또 이런 저런 문제들이 나타나는데.. 전 이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갈지 걱정도 되지만 오히려 기대도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