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전서 역투하는 류현진 (로스앤젤레스 AP=연합뉴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리그 샌프란시스코(SF)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1회에 역투하고 있다. jelee@yna.co.kr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류현진(32·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은 최근 입만 열면 "볼넷을 내주기는 정말 싫다"고 강조했다.
류현진은 제구력이 나쁜 투수가 아니다.
그는 지난해까지 총 97경기에서 557⅔이닝을 던지며 볼넷 140개만을 기록했다. 9이닝 기준으로 경기당 2.26개의 볼넷을 기록, 최고의 투수로 불리는 클레이턴 커쇼(경기당 2.30개)보다도 볼넷을 적게 줬다.
올 시즌 류현진의 제구력은 더욱 빛난다.
스트라이크존 가장자리를 따라 움직이는 이른바 '보더라인 피치'를 하고 있다.
몸쪽 높은 스트라이크를 꽂았다가 바깥쪽 낮은 스트라이크로 타자의 눈높이를 현혹하고 있다.
류현진은 스트라이크존을 넘나드는 보더라인 피치를 하면서도 올 시즌 2경기에서 13이닝 동안 단 1개의 볼넷을 허용하지 않았다.
스프링캠프 경기까지 포함하면 28이닝에서 볼넷으로 주자를 한 명도 내보내지 않았다.
볼넷을 허용하지 않으니 1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은 지난해 1.01에서 0.77로 더욱 떨어졌다.
류현진은 3일(한국시간)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경기에서도 5회까지 보더라인을 오가며 완벽한 투구를 했다.
류현진이 6회초 범가너에게 2점홈런을 허용했다. [AP=연합뉴스]
그러나 6회초 1사 1루에서 상대 투수 매디슨 범가너를 상대하다 좌월 투런홈런을 두들겨 맞았다.
앞선 3회초에는 범가너를 상대로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았던 류현진은 6회초에는 볼카운트 1-0에서 2구째 컷패스트볼(커터)이 가운데로 쏠린 탓에 한 방을 얻어맞았다.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무심코 던진 탓인지 141㎞짜리 커터가 바깥에서 가운데로 밋밋하게 흘러들어왔다.
높이도 타자가 장타를 치기 쉬운 허리벨트보다 조금 높았다.
지난해까지 통산 타율 0.254, 홈런 17개를 기록한 범가너는 작정한 듯 풀스윙으로 외야 관중석에 꽂았다.
깔끔한 투구를 이어가던 류현진이 한순간 방심한 실투에 대가를 치른 셈이다.
아무리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라도 기계가 아닌 사람인 이상 한 경기를 치르면서 실투를 1개도 저지르지 않을 수는 없다.
류현진도 한 번의 실수로 무실점 경기를 놓쳤지만 그런데도 올 시즌 전망이 밝아 보이는 것은 예전보다 향상된 '보더라인 피치'가 빛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