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감독이 로저스에게 버스 하차를 지시할 요량이었다면 처음부터 ‘버스에 타지 말라’고 했을 겁니다. 그러나 버스로 이동하는 중에 ‘내리라’고 했다면 이건 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 감독이 버스에 동승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리라’는 지시를 내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대목과 관련한 전말은 이렇습니다.
지난해 정규 시즌 중 로저스(사진=한화)
오키나와 캠프가 종착지를 향하면서 김 감독은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머리 색깔을 원래대로 돌려놓는 게 좋겠다”는 뜻을 구단 관계자에게 전달했습니다. 고치 캠프서부터 오키나와 캠프 때까지 별말이 없던 김 감독이었지만, 전지훈련이 막바지에 다다르며 본격적으로 시즌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27일 오전 훈련을 위해 고친다 구장으로 향하는 구단 버스에 로저스가 타려 할 때. 구단 매니저가 감독 요청을 떠올리고선 로저스에게 “로저스, 이 버스를 타지 않아도 된다. 훈련 가기 전에 아직 시간이 있으니 머리 먼저 염색하고 가자”고 했답니다. 네, 로저스의 SNS에 나온 ‘The manager(매니저)’는 감독이 아니라 1군 매니저를 뜻한 것이었다는 게 한화 측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그 시간에 감독은 로저스와는 다른 차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무엇보다 한화 1군 매니저는 로저스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인 선수들이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상대로, 야구계에선 인화력과 친화력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받는 이입니다.
애초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머리 염색을 다시 하기로 약속했던 로저스는 여기서 잠시 기분이 얹잖았던 모양입니다. 다른 선수는 모두 훈련 장소로 가는데 자기만 미장원에 간다는 게 아무래도 찜찜했겠지요. 그래 SNS에 자기 심경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쨌거나 로저스는 그날 머리 염색을 다시 했습니다. 갈색 머리로 말이지요. 염색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로저스는 멋쩍은 듯 머릴 긁적이면서도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었다고 하는데요. 한화 관계자들이 로저스가 문제의 SNS를 올렸다는 걸 까맣게 모르고 있던 것도 로저스의 표정이 너무 환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문제를 취재하긴 했습니다만, 원체 해프닝 같은 일이라, 언급 자체를 하는 게 ‘별거 아닌 일을 크게 만드는 일’이라 생각돼 기사화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몇몇 언론이 정련된 기사로 이 사안을 언급한 터라, 이 문제를 추가로 다루게 됐습니다.
한화 김성근 감독. 로저스 해프닝을 듣고서 김 감독은 "허허"만 했다는 후문이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http://sports.news.naver.com/kbaseball/news/read.nhn?oid=295&aid=0000001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