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게 웬걸? 대표팀은 사실상의 결승전이라던 대만과 첫 경기에서 2-4 패배를 안았습니다. 당시 롯데 전국구 에이스로 통하던 손민한(NC)을 내고도 당한 일격이었습니다. 이어 사회인 야구 선수로 구성된 일본에도 7-10 패배를 당했습니다. 그해 MVP와 신인왕을 석권한 류현진(현 LA 다저스)과 오승환(현 한신)이 홈런까지 맞았습니다.
▲도하 때도 '미필자 중심' 선수 선발 논란
2006년에도 야구 대표팀은 최강 전력이 아니었습니다. 그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맹활약했던 해외파들이 모두 빠졌습니다. 당시 일본 요미우리에서 뛰던 이승엽(삼성)과 박찬호(은퇴)를 비롯해 서재응, 최희섭(KIA) 등 메이저리거들이 각 리그 시즌 중이었던 만큼 출전을 고사했습니다.
순수 국내파로 구성된 대표팀은 설상가상, 당시 대표팀 붙박이 4번 김동주(두산)도 없었습니다. WBC 경기 중 부상을 입은 김동주는 그 여파로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습니다. 당초 아시안게임에 나서려 했던 김동주는 끝내 불참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여기에 당시 클리블랜드에서 활약하던 추신수(텍사스)가 제외돼 논란이 커졌습니다. 병역 미필자가 대거 주축을 이룬 대표팀에 해외파라는 이유로 빠진 상황이었습니다.(이후 추신수는 4년 뒤 광저우 대회에서 금메달에 힘을 보태게 됩니다.)
당시 김재박 감독은 선수 선발 과정의 잡음에 대해 큰 문제가 없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김동주에 대해서는 "본인이 나가지 않겠다면 굳이 쓸 필요가 없다"면서 "나가려고 하는 좋은 선수들이 널렸다"고 말했고, 추신수에 대해서는 "기량이 검증되지 않았고 국내 선수와 차이가 없다"며 "기왕이면 병역 혜택은 국내 선수에게 주는 게 낫다"고 밝혔습니다.
김 감독은 대만전 패배로 사실상 금메달이 좌절된 뒤 "국제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의 공백이 컸다"고 선수 선발의 문제점을 시인했습니다. 당시 대만은 LA 다저스와 요미우리에서 뛰던 궈홍즈와 장첸밍 등 해외파들을 총망라했습니다.
이번 대회 24명 명단 중 미필자는 13명입니다. 22명이 나섰던 도하 대회에서는 무려 14명이나 됐습니다. 금메달을 따냈던 광저우 대회는 24명 중 11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