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7일(한국 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홈경기에서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LA 다저스 류현진은 7이닝 동안 105개의 공을 던지고, 10개의 삼진을 잡았습니다. 8개의 안타를 허용하고, 2실점을 했지만, 류현진의 제구와 영리한 볼 배합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강정호도 류현진의 제구와 볼 배합에 혀를 내둘렀고, 감독을 비롯해 현지 언론도 류현진의 극강 제구력에 칭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궁금해했습니다. 이 같은 제구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 탈삼진과 볼넷의 비율이 최고의 위치에 오를 수 있는 이유를 말이죠.
미국 기자의 질문에 류현진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영향이 있었다. 초등학교 야구 하면서 들었던 이야기가 볼넷보다 홈런 맞는 게 낫다라는 이야기를 들어왔었다. 볼넷은 무료로, 공짜로 출루를 허용하는 것이다. 볼넷이 많으면 게임이 안 좋게 흘러가기 때문에 제구를 신경 쓰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볼넷은 좋지 않다는 걸 들어왔고, 이를 의식하면서 야구를 하다보니 제구에 더 신경이 쓰인다는 것.
류현진은 올 시즌 27 1/3이닝 동안 107명의 타자를 상대하면서 볼넷은 2개만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전 구단을 통틀어 가장 낮은 볼넷 허용률(1.9%)입니다. 하지만 규정이닝에서 아웃 카운트 2개가 부족합니다. 규정 이닝을 채운다면 압도적인 1위가 됩니다.
그렇다면 현재 타격감이 가장 좋은 벨린저를 상대하게 된다면 어떨까. 벨린저와 상대한다면 볼넷을 내줄 것이냐는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류현진은 살짝 웃음을 보이더니 “지금 상황에서는 피해 가는 게 맞는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조금전 “홈런 맞는 것보단 볼넷이 낫다. 볼넷은 좋지 않다”라고 말한 것과 상반되는 답이었습니다. 류현진도 이전 답을 의식한듯 “아까 말했던 것과 반대가 되지만 지금은 피해 가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창이냐 방패냐인데, 지금은 같은 팀이라는 사실이 다행입니다.
그런데 이 설명을 하면서 류현진은 “아빠한테 혼나더라도”라는 표현을 했습니다. 아빠한테 혼나더라도 볼넷을 내주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칼제구, 그리고 볼넷이 가장 싫다고 말하는 류현진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바로 ‘아버지’였습니다. “홈런을 맞더라도 볼넷을 주지 말라. 볼넷은 최악이다”라며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던 류현진. 어린 시절에도 홈런 맞으면 수고했다. 고생했다는 격려의 말을 들었지만, 볼넷을 허용한 날이면 어김없이 호되게 꾸중을 들어야 했습니다. 아버지는 엄격하게 야구의 본질을 가르쳤습니다.
볼넷으로 주자를 내보내면 경기가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공짜 출루를 허용하지 말라는 의미였습니다. 어린 시절 아빠에게 혼나는 게 싫어 볼넷은 주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야구를 하면서 볼넷은 정말 좋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 류현진. 제구를 앞세워 메이저리그에서도 호투를 펼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볼넷이 가장 싫다고 말하는 투수 류현진. 그런데 그는 이날 타석에서 상대 투수를 또 괴롭혔습니다. 2회 2사에서 타석에 오른 류현진은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을 얻어 1루 베이스를 밟았습니다.
4회말엔 희생번트까지 성공 시키며 타석에서도 임무를 다했습니다. 잡아당기며 타구를 떨어트리는 번트 실력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2루엔 오스틴 반스가 있었고, 류현진의 희생번트로 2루주자 반스는 3루까지 진루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상대 포수 서벨리가 약간의 저지를 했지만, 목적은 반스를 3루로 진루시키는 것이었기에 희생번트 성공.
시거의 축하를 받으며 기분 좋게 더그아웃으로 향했습니다.
사실 이날 조금 걱정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5회초 2사에서 상대한 카브레라를 땅볼로 유도했지만, 강하게 흐르는 타구를 완전히 피하지 못했던 것. 더그아웃에 들어와 트레이너와 체크를 했지만, 큰 이상 없이 다음 이닝을 준비했습니다.
6회에 이어 7회까지도 마운드에 올라 승리 요건을 갖추고 교체된 류현진. 언제나 그랬듯, 그가 더그아웃에 들어오자 동료들이 줄 서서 하이파이브를 합니다. 7이닝 8피안타 10탈삼진 2실점. 투구 수 105개. 류현진의 피칭 내용을 모두가 반겼습니다.
터너는 한번 안은 류현진을 쉽게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아직 하이파이브 해야할 동료들이 남아있는데 말이죠.
로버츠 감독의 극찬도 멈추지 않습니다. 최고의 평이라고 할 수 있는 언급을 했습니다. “우리 투수 중에서 투구감이 가장 좋은 선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