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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9-24 00:36
[MLB] 오승환의 배움엔 끝이 없다
 글쓴이 : 러키가이
조회 : 1,407  


최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클럽하우스에서 일어난 일이다.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향해 한 선수가 슬그머니 다가와 말을 걸었다. 불펜투수 맷 보우먼이었다. 
 
보우먼은 "오승환과 잠시 대화를 나누고 싶다"며 기자에게 양해를 구했다. 오승환 옆에 의자를 '딱' 갖다 놓고 앉은 보우먼은 마치 기자처럼 질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선 대뜸 "당신의 슬라이더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당장 던질 건 아니지만, 이번 겨울에 준비를 해야 하니 여러 정보들을 들려달라"고 요청했다. 
 
오승환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오승환의 슬라이더 비법 전수가 시작됐다. 오승환의 통역 유진 씨와 함께 세 이가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보우먼은 오승환에게 변화구의 기본인 슬라이더 그립부터 물어봤다. 검지와 중지, 엄지의 위치를체크했다. 오승환은 친절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엄지는 속구 던질 때와 똑같이 잡아도 된다. (약간 구부려 공을 잡는) 나처럼 바꾸지 않아도 된다. 손목을 심하게 감아 던지는 것보단 속구와 똑같이 보이도록 던지는 게 중요하다. 어차피 슬라이더는 많이 휠 수가 없다. 손가락 한마디 정도만 속구와 차이가 나도 된다. 대신 공이 빨리 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돌라이더'라 불리기도 한다. '돌직구' 못지 않은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간간히 던지는 커브도 효가가 좋다. 그래선지 세인트루이스 투수들은 "오승환이 선발투수로 등판해도 잘 던질 것"으로 믿는다. 다양한 변화구에 변화구 구위까지 좋으니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오승환은 "나이가 많아 선발은 못한다"며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기 일쑤다.
 
오승환은 보우먼이 궁금해 하는 슬라이더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한국에서 던질 때도 슬라이더 스피드가 시속 147km까지 나왔다. 부각이 안 되다보니 몰랐던 것뿐이지 꾸준히 던졌다. 특히 미국에 와선 슬라이더를 더 빠르게 던지자고 마음먹었다. 지금은 타자 성향에 따라 느리게 혹은 빠르게 던지고 있다. 굳이 커브를 던지지 않더라도 효과가 있더라. 컨디션에 따라서 같은 변화구라도 달라진다. 정말 희한하다. 초구에 슬라이더를 던져보면 느낌이 온다. 감이 안좋은 날은 안 던지고, 만약 포수가 슬라이더 사인을 내면 스피드는 내가 조절한다. 슬라이더나 다른 변화구를 던질 때 트위스트 하는 느낌을 많이 주는데 각도는 어차피 조금만 틀어도 된다. 타자가 못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똑같이 속구처럼 던진다는 생각을 한다.”
 
오승환의 일대일 교습에 보우먼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보우먼은 오승환과 친한 사이다. 오승환의 캐치볼 짝궁이기도 하다. 여기다 시즌 초부터 오승환을 멘토로 생각하고 따랐다. 궁금한 게 있을 때마다 오승환을 찾아와 묻곤 했다. 오승환의 근육을 보며 웨이트 트레이닝은 어떤 식으로 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자칫 과도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무뎌질 수 있는 유연성과 밸런스는 어떻게 잡는지, 또 파워를 키울 수 있는 방법들이 무엇인지 등의 구체적인 질문을 자주 했다.
 
보우만은 불펜투수들 가운데 유독 오승환에게만 많은 조언을 구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시그리스트나 로젠탈이나 여기 투수들은 워낙 덩치가 좋다. 타고난 실력, '타고난 선수'라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나는 아시안 스타일로 던지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많은 노력으로 이 자리에 온 오승환에게 궁금한 게 많다. 투구폼에 관한 것은 물론이고, 부상 당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오승환이 유용한 팁을 주고 있다. 특히 이유를 정확히 짚어준다. 설명도 자세하고 또 친절하다."
 
오승환이 보우먼을 포함한 불펜 투수들과 훈련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MBC SPORTS+ NEWS 박은별 특파원)
오승환이 보우먼을 포함한 불펜 투수들과 훈련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MBC SPORTS+ NEWS 박은별 특파원)
(사진=MBC SPORTS+ NEWS 박은별 특파원)
(사진=MBC SPORTS+ NEWS 박은별 특파원)
 
"내가 여기서 잘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이곳에선 전체적으로 편안하게 비법을 공유한다. 웬만한 불펜투수들은 다 서로 노하우를 묻는다."
 
"정말 대단한 투수이자 선배가 된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오승환은 손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선후배 문화가 강한 일본과 한국과 달리 메이저리그에선 모든 선수가 격의 없이 지내기에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더 편한 것일 뿐이라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오승환은 "이곳 선수들과 캐치볼을 하면서 놀랄 때가 많다"고 했다. 가장 야구를 잘하는 선수들만 모인다는 메이저리그다. 굳이 타석에 서보지 않아도 오승환은 알 수 있었다. 나이는 고참급이지만 오승환이 그들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세심하게 귀를 기울이는 이유다.  
 
"이곳 선수들은 속구 구속도 구속이지만 변화구가 장난이 아니다. 나도 야구를 20년이나 했지만, 캐치볼 하면서 공을 못 잡을 때가 많다. 매네스나 타일러의 경우 슬라이더를 던지는데 내가 알면서도 못 잡곤 한다. 회전이 제대로 먹으면서 '확' 휘어지기 때문이다. '스피드가 압도적이지 않는데도 이래서 살아남는구나'하는 걸 확실히 느낀다."
 
시간이 흐르자 이번엔 오승환의 질문 타임이 시작됐다. 오승환은 보우먼에게 그의 주무기인 투심패스트볼에 대해 물었다. 역시 공 잡는 방법부터 설명이 시작됐다. 보우먼은 자신이 투심을 던지는 매커니즘에 대해 한참동안 설명했다. 오승환은 귀 기울여 보우먼의 설명에 집중했다. 
 
"동료 선수들의 노하우를 들으면서 내 것을 찾아간다. 식당 양념 소스도 아니고, 공 던지는 법을 알려준다고 해서 다 똑같이 던질 수 있는 건 아니다. 물론 비슷하게 흉내를 낼 순 있다. 그러나 그걸 중요한 순간에 마운드에서 던질 수 있느냐, 없느냐느 별개의 문제다." 
 
오승환은 보우먼에 앞서 세인트루이스의 촉망받는 유망주 알렉스 레이예스에게도 커브에 대해 물었다. 보우먼과 레이예스는 오승환과 거의 열 살 가까이 차이가 나는 선수들이다. 물론 오승환이 투심이나 커브를 던지지 못해 두 선수에게 배우는 게 아니었다. 오승환이 거리낌없이 다가가 그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하나였다. 배움에 대한 갈증이었다.
 
배움엔 끝이 없다고 했다. 서른 네살 오승환은 신인처럼 여전히 '열공 중' 이었다. 오승환이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점점 더 강한 투수로 진화하는 건 그래서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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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rtmzkf 16-09-24 12:20
   
더 파이널 보스 오승환 야구도 잘하고 인성도 좋군여 응원합니다~!
가이님 좋은 기사 감사하고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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