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피츠버그 강정호는 다저스 원정경기를 하루 앞두고,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한국시간으로 9월 18일. 피츠버그 PNC 파크에서 벌어진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강정호는 1회초 수비 도중 부상을 당했고,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습니다.
불운한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LA에 간다는 설렘으로 들떠 있었던 강정호였습니다. 친한 친구 류현진을 만난다는 기쁨, 한국 음식, 한국 팬들을 만난다는 기대. 이 모든게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당시 가장 ‘핫’했던 강정호를 보기 위해 많은 교민이 경기 티켓을 예매한 상태. 하지만 강정호의 수술 소식에 팬들은 발길을 돌려야만 했습니다. 다저스 마케팅 담당 마틴 김은 “작년에 강정호를 보기 위해 한인들이 티켓을 많이 구입했다. 하지만 강정호 경기 출전이 어렵게 되자, 예약한 티켓 중 2,000여장이 환불 접수됐다.”고 귀띔했습니다. 많은 팬이 아쉬워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1년을 조금 못 채운 8월 13일. 강정호는 건강한 모습으로 다저스타디움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낸 그의 얼굴엔 그늘이 졌습니다. 많은 생각이 스치는듯했습니다. 역시나 “다저스타디움을 이제야 왔네요. 작년에 왔었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운 마음을 먼저 드러냈습니다.
“1년이 지나서야 악수하며 인사를…”
마틴 김과 강정호가 얼굴을 보자마자 나눈 인사말입니다. 지난해 서로 기다렸던 만남. 하지만 그 만남이 1년이 지난 뒤에야 이뤄졌습니다.
류현진은 아침 8시경 출근해 오후 3시 정도에 퇴근하는 형태로 훈련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류현진의 훈련 시간과 강정호의 훈련 시간이 맞지 않아 경기장에서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둘은 이미 사석에서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지금은 두 선수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잘 극복해 웃으며 공식 석상에서 만남이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 02. 다저스타디움에서 울려퍼진 '강정호 파이팅, 힘내라, 킹캉'
“한국 팬이 많은 곳에서 잘하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었다.”
여전히 그의 마음은 편안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타격감. 8월엔 수비 실책도 늘어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괜찮아요. 야구는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는 거죠.”라며 털털한 모습을 보이던 강정호도 조금은 위축이 된 모습입니다.
그의 입에서 “힘드네요.”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강철 멘탈이라 불리는 강정호도 심리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야구도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팬들의 응원에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힘을 얻었습니다.
지난해처럼 수천 명의 한인들이 경기장을 찾지는 않았지만, 곳곳에 보이는 한인 팬들은 ‘강정호 파이팅, 힘내라, 킹캉’ 등등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몸을 풀던 마르테가 강정호를 응원하는 한인들을 보며 강정호에게 알리기도 했습니다. 너를 응원하는 팬들에게 인사를 하라면서 말이죠.
강정호는 팬들의 응원에 손인사로 답하고, 사인도 해드렸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밝지 못합니다.
본인을 응원하기 위해 야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 야구 때문입니다.
많은 팬 중에서도 한 10대 남성 팬의 응원은 강정호를 미소 짓게 했습니다. 훈련을 마치고 클럽하우스로 이동하려던 강정호를 큰소리로 외칩니다. 10대 팬의 적극적인 외침에 강정호는 돌아봤고, 그의 말 한마디에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고 답했습니다.
“홈런볼 먹고, 홈런 치세요.”라는 팬의 말과 선물(과자)은 강정호에게 큰 힘이 됐습니다. ‘킹캉쇼’가 줄어들고, 스캔들이 터지자, 적극적으로 그를 응원하는 팬들이 줄어든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힘든 시기에 야구장에 찾아와 힘이 되는 말과 응원을 해주는 팬들이 한없이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힘든 시기에 찾은 다저스타디움이지만, 많은 한인 팬들의 응원을 받고, 그들 앞에서 시즌 12호 홈런을 터트렸습니다. 11호포 이후 50일 만에 나온 홈런이었습니다. 강정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나쁜 공에 속지 않고, 볼 수 있다는 것과 수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에서 살아나고 있음을 느낀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