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부산 사람이지만 딱히 롯데를 나서서 응원하진 않습니다. 참, 부산 사람들은 롯데가 못하면 롯데 감독부터 선수까지 십원짜리 소리 듣게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야구팬으로서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는 칭찬하고 자신이 싫어하는 선수는 욕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다만 그것이 법적으로 문제시 될 정도가 아닌 차원에 말이죠.
우리는 대통령 욕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국가 수반을 모욕할 수는 없겠죠.
같은 맥락으로 야구팬으로서 김 감독을 욕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왜 금기가 되어야 합니까?
그리고 왜 욕하는지 근거를 대 보라는 것은 어떤 논리입니까?
위대한 영도자 국가 존엄을 입에 담는 것조차 죄가 되는 것인가요?
저는 딱히 특정 한 팀을 응원하지도 않지만 특정 한 팀을 싫어도 하지 않습니다.
야구 십 수년, 거의 20년 가까이 보면서 야구 답지 못 한 야구를 하는 선수나 팀, 인성이 잘못됐다고 여겨지는 선수나 사람은 싫어합니다.
그래서 과거 김동주라는 전설적인 선수를 싫어하는 것이고, 그의 사생활과 이력이 공개되면서 그의 은퇴 후 모습도 초라한 것을 보고 팬들이 만드는 야구가 어떤 것인지도 느끼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성근 감독'은 어떤 야구인일까요?
가만히 보면 저와 김성근 감독은 연결 지점이 하나도 없습니다.
SK가 연달아 우승하던 시절에 SK가 우승해서 싫었던 것이 아니라 이길려고 별 짓을 다하는 모습이 싫었습니다.
그 때는 그것이 우승에 목을 맨 선수들의 발악이라고 생각해서 개별적인 선수들을 비난했습니다.
이를 테면 윤길현 선수를 싫어했는데,
그 이유가 띠 동갑 선배 선수에게 빈볼을 던지고 그 선수가 자신을 쳐다보자 육두문자를 뿌리면서 덤비라고 했던 장면 때문입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고 납득도 안 가는 장면이었습니다. 특히나 우리 나라 야구는 선후배가 철저한데 어떻게 저런 장면이 가능하지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상하게 그 시절 SK 선수들은 마치 지난해 강정호 선수를 부상케 만들었던 2루 슬라이딩을 그렇게 수시로 잘 했었습니다.
실시간으로 야구보다가 그런 장면을 목격하면 '그렇게까지 이기고 싶냐?'라고 말하기까지 했었죠.
기량이 뛰어나고 작전이 우수한 팀이 이기는 것에 불만이 있는 야구 팬들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삼성이 연달아 우승할 때 매 번 우승하는 삼성이 얄밉기는 했어도 부럽고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없었습니다.
실제로 잘 하고 뛰어나기 때문에 가타부타 말을 붙일 이유가 없었던 것이죠.
하지만 비슷하게 연속 우승을 해 나가던 SK를 볼 때는 달랐습니다.
꼼수로, 비신사적으로 경기를 하고 또 이긴다는 인상을 지울 수 가 없었죠.
그 때는 인터넷 공간에서 'SK 대 비SK' 팬들이 열딘 논쟁과 욕설을 했던 시절입니다.
대부분의 SK팬들은 '우리를 이기지 못해 샘이 나서 저런다.'는 입장이었고, 비SK팬들은 '저런 꼼수로 이겨서 뭐하냐, 잘못은 인정하는 모습을 가져라, 해도해도 너무한다.' 라는 입장이었습니다.
아마 그 시절을 되돌이키면 기억도 나실 분들이 계실줄로 믿습니다.
하도 SK 야구가 더티해서 어떤 팬들은 '원래 인천에 양아치가 많다.'는 말까지 했었습니다.
그런데 김 감독이 SK를 떠나고 거의 주축 선수진의 구성이 유지되고 있음에도 요즘은 그런 소리를 안 듣고 그런 논란도 생기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화에서 그런 논란이 끊이지 않네요.
한화는 지금 1위를 하는 팀도 아닌데 왜 그런 논란이 일어날까요?
한화가 우승하면 잠이 안 올 정도로 분한 야구 팬들이 있을까요?
글쎄요, 모르긴 몰라도 거의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당장 올해 한화가 우승해도 자기가 응원하는 팀 마냥 칭찬할 사람도 많다고 봅니다.
한화를 싫어하는 야구팬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 봅니다.
솔직히 김 감독이 부임하기 전에도 하도 꼴찌를 하니 당장은 응원하는 팀이 이겨서 좋은데 웬지 한화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진 팬들도 많았다고 봅니다.
오죽하면 한화 팀을 두고 절대 선수 구성이 나쁜 것이 아닌데 충청도 양반들이라서 승부욕을 덜 부려서 그렇게 부진하느냐는 말까지 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와 올해 한화는 약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화의 선전이 달갑지 않은 야구팬이 누가 있을까요?
하지만 그런 약진을 하는 한화에 대해 이상한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과거 SK가 들었던 내용과 거의 흡사한 내용들 말이죠.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선수 구성이나 팀의 역대 분위기와 비춰봤을 때 공통점은 희박합니다.
유일한 공통 분모는 하나죠.
저도 솔직히 김 감독이 한화에 부임하기 전까지 그에게 붙었던 여러 악평들이나 비화들이 단순히 루머인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야구계에 몸담고 야구를 지도하는 모습에서 이 시대의 참 지도자 상이라고까지 여겼습니다.
아시겠지만 우리 나라의 지도자와는 달라보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가 감독만 되면 나타나는 데칼코마니 같은 모습에서 그에 대한 실망과 그의 야구에 대한 안타까움이 생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 그가 진정한 야구를 사랑하는 야구인은 맞으나 이런 야구가 야구의 발전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구나. 그는 이제 우리 야구계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구나.'
개인적으로 올해 한화가 우승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라 조인성 선수가 우승 반지를 끼고 은퇴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투수 리드 못 하고 후배들한테 강압적이라는 말도 돌기도 했지만 저는 조인성 선수가 정말 개성있고 멋진 야구를 하는 야구 선수라고 생각했습니다.
전매특허 '앉자 쏴'를 비롯 가장 힘든 포시젼 중의 하나인 포수를 누구보다 멋지게 한다는 지점에 저에게는 감동이었습니다.
진갑용 선수도 멋진 선수지만 이미 그는 몇 번의 우승 반지를 껴 보았고 멋지게 은퇴했습니다.
하지만 장가도 마흔 가까이에 간 조인성 선수는 그의 화려한 야구 선수 경력에 걸맞지 않게 우승반지가 없습니다.
거의 전 야구 선수 생활을 바친 LG에서 다른 팀으로 이적한 것은 단 하나, 우승하고 은퇴하고자 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압니다.
때문에 그가 우승반지를 끼고 은퇴하는 모습을 보았으면 하는 것이 야구팬인 저의 바람입니다.
그래서 전 한화가 잘 하는 것에 절대 불만이 없습니다.
누가 우승해도 상관 없습니다. 다만, 멋진 경기로 이기기를 바라고 정정당당한 모습으로 야구하길 바랍니다.
김성근 감독이 있는 팀마다 우승을 하거나 우승권에 있다면 김 감독이 정말 대단한 것으로 찬양을 받아야 마땅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그가 속한 팀은 언제나 구설수에 오른다는 것은 단순히 그의 안티 때문만이 아닐 것임을 아시기 바랍니다.
김 감독이 은퇴하고 정말 한국 야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 감독이고 우리의 야구사와 함께한 감독이라는 평가를 듣고 남고 싶다면 이제는 그의 잡음 야구를 그만해야지 않을까 싶습니다.
당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한화를 우승시키고 나가면 제일 좋으나 혹여 우승을 못 시키더라도 올해를 끝마치고 모든 사람들이 박수칠 때 떠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