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선수들이 잘 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는겁니다. 각자 싸이클이 있죠.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강정호, 김현수, 이대호는 각자의 장점으로 임기응변에 능하고 빠른 적응력을 보여주는 선수입니다.
각자 kbo에서 탑을 찍었던 선수들인만큼 자신만의 장점은 확실하게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지요.
강정호의 빠른 배트스윙은 아마시절부터 유명했습니다. 남들보다 가볍지 않은 배트를 휘두르는데도
그 소리가 코치석까지 들린다고 할 정도로 빨랐죠. 그런 빠른 스윙은 한 박자 느린 상태에서도 적응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그건 강정호의 최고의 무기입니다. 타격에 관한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이치로가
일본시절 레그킥을 주로 사용하던 강력한 중장거리 타자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이치로가 메이저에 적응하면서 빠른 공에 대한 대처를 못하게 되자 스스로 레그킥을 버리고 컨텍 위주로
바꾸면서 이런 말을 한 적도 있죠. 레그킥으론 152키로 이상의 속도에 대응할 수가 없다. 강정호가 메이저에
데뷔할 때에 레그킥 의심론이 나온 건 그것에 준한 정보라고 볼 수가 있는겁니다. 하지만 강정호는 레그킥을
하면서 속구킬러가 되었죠. 아시아인들에게 부족한 힘을 채우고 스스로의 빠른 배트스윙으로 속구에 대응할
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에 생겨난 강정호만의 재능이죠.
재능만으로 그 어떤 변화에도 빨리 대처할 수 있는 강정호에 대비되는 선수가 바로 김현수입니다. 김현수의
타격은 재능이 아니라 노력입니다. 흔히들 알고 있는 신고선수 출신.. 맞습니다. 김현수는 신고선수 출신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신고선수 맞습니다. 프로야구에서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해 계약금 없이 프로팀에 입단한 선수를 일컫는...
그런 김현수가 지금은 대한민국 굴지의 3번타자로서 수년간 활약을 했고 일본 최고의 투수 오타니마저 첫대면에서 긴장하게 만드는 그런 타자입니다. 물론 아마시절부터 타격에 재능은 있었다고 하나 느린 슬라이더 스윙과 느린 발 뛰어나지 못한 선구안은 최고의 약점으로 지적받았습니다. 하지만 김현수는 오로지 공에 배트를 갖다대는 컨텍만으로 대한민국을 호령했습니다. 남들보다 못하다고 지적받았기에 그가 기울인 노력
은 장난이 아니었죠. 물론 모든 프로선수가 노력합니다. 하지만 가장 못하다고 평가받는 신고선수가 가장
잘한다고 평가받는 국가대표 3번타자의 위용을 갖추기 위해서 들인 노력은 말로 설명이 불가할겁니다. 또한
재능이 없었던 사람이 그런 위치에 올랐다는 건 더더욱 대단한 일이죠. 그런 김현수의 노력과 피땀이 만든 컨텍은 그 어떤 속구와 변화구에도 대처할 수 있는 김현수 최고의 무기입니다.
어마어마한 덩치와 힘. 그러나 그 어떤 공에도 대처할 수 있는 부드러운 스윙은 이대호만의 전유물입니다. 스스로 본인은 홈런타자가 아니라고 하는 이대호.. 하지만 홈런왕을 몇 번이나 차지했습니다. 홈런보다는
타격에 재능이 있었던 이대호이기에 3관왕도 하고 대한민국 역사상 전무후무했던 7관왕도 했던 선수가 이대호입니다. 어찌보면 타자로서 그 어떤 선수들보다도 타고난 게 많은 재능덩어리 선수가 이대호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그런 재능덩어리가 노력도 멈추지 않습니다. 불우한 가정환경은 유명하죠. 하지만 그런 환경에서 자라났기에 더욱 죽을만큼 노력했고 상대가 철저히 이대호의 약점을 파고들 때 이대호는 반드시
그 약점을 극복해서 나왔습니다. 커다한 덩치와 힘 그리고 그걸 보완하는 유연성, 또한 그 누구보다도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선구안. 이대호 야구의 9할은 이 선구안에서 나옵니다. 본인이 투수출신이기에 투수에 대해서 잘 아는 건 기본이고 상대방의 포옴만 봐도 어떤 구질일지 어디로 올 지를 예측할 수 있는 이대호의 선구안은 오랫동안 상대를 관찰하고 그 관찰한 걸 놓치지 않는 이대호의 치밀함이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이렇듯 빠른 스윙의 강정호, 정교한 컨택의 김현수, 뛰어난 선구안의 이대호는 그 어떤 상대를 맞이해도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적응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무대가 바껴도 쉽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 박병호는 그런 적응력이 없습니다. 오로지 힘, 모든 걸 부수는 파괴왕이 박병호입니다.
이대호만큼의 선구안도 강정호의 배트스윙도 김현수의 컨텍도 없습니다. 그러하기에 상대방이 정밀하게
분석하고 나오면 헤매고 힘들어합니다. 너무나도 약점이 많은 선수라는 것이죠. 그런데 그런 과정을 한국에서는 겪지 않았을까요? 다 겪었던 겁니다. 그런데도 한국에서도 매년 홈런왕을 차지했습니다. 그 모든 걸 극복할 수 있는 힘과 노력을 갖추었다는 거죠. 다른 선수들에 비해 처음부터 두각을 나타내기는 힘들겁니다. 솔직히 그러했기에 시즌초기 깜짝 활약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원래 저는 박병호의 첫시즌 성적을 2할5푼 홈런 25개를 맥스로 잡았고 최악의 경우 2할에 홈런 15개 정도 예상을 했습니다. 하지만 2번째 시즌에서는 홈런 30개 타율 2할 6푼, 3번째 시즌에서는 홈런 35개 타율 2할 7푼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박병호는 적응하기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적응하고 나면 누구보다도 잘 할 수 있는 선수라고 봅니다. 그건 박병호의 힘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고 그러하기에 박병호는 지켜봐야 할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성적이 나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잠시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톱을 찍고 간 선수들인만큼 그들은 자신만의 장점으로 현재의 난관을 언제든지 부셔내고 이겨낼 수 있는 선수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현재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꾸준히 좀 지켜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