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CBS체육부 박세운 기자] 흔들리던 선발투수를 부활시켰고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은 결정적인 호수비 뒤에도 그가 있었다. 두산에서 롯데로 이적한 포수 용덕한(31). 그의 수비는 결승 홈런보다 값졌다.
9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두산과 롯데의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 롯데 선발 유먼은 1회말 김현수에게 적시타를 얻어맞는 등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눈 부상을 당한 강민호를 대신해 주전 마스크를 쓴 용덕한은 2회 유먼에게 중요한 한마디를 건네기 위해 마운드로 올라갔다.
"지금부터는 나의 스타일로 가보지 않겠느냐"
용덕한은 "처음에는 유먼의 스타일대로 갔다. 직구를 잘 던지는 투수라서 그 스타일대로 믿고 갔는데 공이 가운데로 많이 몰렸다. 그래서 나의 스타일을 따라 가보지 않겠냐고 얘기했는데 알겠다고 하더라. 내가 두산을 잘 알고 있을테니까 믿고 던져보겠다고 내게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후 유먼은 두산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시즌 막판 발가락 부상을 당해 투구 밸런스가 무너진 상태였지만 효율적인 투구 내용으로 6회까지 추가 실점없이 마운드를 지켰다. 용덕한의 포수 리드가 결정적인 힘이 됐음은 물론이다.
용덕한의 수비는 9회말 마지막 수비에서 또 한번 빛났다. 1-1로 팽팽하던 9회초 자신이 직접 승부의 균형을 깬 솔로홈런을 터뜨린 직후였다.
첫 타자 김현수가 중전안타로 출루하자 윤석민 타석 때 정대현이 마운드에 올랐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4번타자에게 번트를 지시했다. 하지만 윤석민의 번트는 결과적으로 5-4-3 병살로 이어졌다. 공을 던지기도 전에 홈 방향으로 쇄도한 3루수 황재균의 판단과 안정된 수비 덕분이었다.
이 장면에 있어 용덕한은 숨은 공신이었다.
용덕한은 "일단 번트를 대준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재균이가 홈으로 달려오는 수비를 하니 한발이라도 더 뛰어들어올 수 있게끔 투수에게 최대한 느린 공을 주문했다. 병살이 안되더라도 2루 승부를 볼 수 있는 방향으로 사인을 냈다"고 말했다.
윤석민의 타구는 땅에 닿자마자 황재균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다. 용덕한의 계산이 적중했다. 용덕한은 주저없이 2루로 던지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두산은 순식간에 아웃카운트 2개를 잃었다.
여기서 사실상 승부가 끝났다.
용덕한은 1차전에서 강민호가 다치자 그 자리로 들어가 10회 결승득점으로 이어진 2루타를 쳤다. 2차전에서는 9회 결승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여기에 전매특허인 안정된 리드와 수비까지. 두산은 옛 동료의 활약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용덕한은 "지금은 롯데 소속이다. 팀을 옮긴 것은 지난 6월이다. 느낌은 똑같다. 전체적으로 보면 두산에서 내가 전력에서 제외됐다고 생각하고 개인적으로는 나를 보내준 것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친정팀을 울린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