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밤 온라인상이 뜨겁다. 전날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SK의 정규시즌 때문이다.
내
용은 이렇다. 5회말까지 5-1로 앞선 두산이 승기를 잡은 듯 76개를 던진 선발 이현승을 내리고 임태훈을 마운드에 올렸다.
임태훈은 안타와 볼넷을 번갈아가며 내줬는데, 이 때 두산 불펜에는 아무도 없었다. 뒤늦게 정대현이 몸을 풀어 마운드에 올랐는데,
그는 9월 7일 이후 한 달 이상 1군 마운드에 서지 않았었다.
포
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됐다고는 하나, 상대팀의 처지와 상관없다는 듯 한 경기 운용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일례로 넥센 염경엽
감독은 17일 목동에서 SK를 맞이할 예정인데, 일찌감치 “총력전을 펼치는 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 말했다.
홈
마지막 경기라거나, 일주일간 경기가 없기 때문에 주전들의 실전감각을 유지키기는 차원이라는 말은 사실 허울 좋은 변명이다. 4강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는 팀이 SK뿐만이 아니기 때문(사실 경쟁은 특정 팀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에, 프로답게 최선을 다해
상대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얘기였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이들 중 공공연하게 “승부조작을 한 것이 아니냐”며 격분한 사람이 꽤 많았다. 조작까지는 아니더라도 한지붕을 쓰는 라이벌팀이 잘나가는 꼴을 눈뜨고 못 보겠다는 놀부심보가 발현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만약 사실이라면, 그 팀의 수뇌부와 수장은 치졸하고 비열하기 그지없는 사람이 된다. 야구감독은, 자신의 판단과 선택에 따라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자리다. 이건 한국만의 문제는 결코 아니다.
혹
자는 송일수 감독이 일본인이라 개인주의적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정말 일본인이라면, 그 사람이 프로야구 구단의
감독이라면, 더군다나 상대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면, 결코 느슨하게 경기를 운영하지 않았을 것이다.
쉽게 말해 매너리즘에 빠진 두산의 색깔을 바꾸고 싶다는 뜻이었다. 그 결과가 ‘남의 처지는 안중에 없고, 내 팔은 내가 흔든다’는 것으로 나타난 꼴이 됐다.
원
년우승에 빛나는 베어스가 순식간에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10개구단(kt포함) 중 가장 충성도 높은 팬이 많기로 유명한 두산이
몰락하고 있다. 두산이 자랑하는 ‘원년부터 팬이었다’는 사람들조차 “창피하다”고 말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