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쇼케이스 당시의 황재균(사진=엠스플뉴스 박은별 기자)
[엠스플뉴스]
황재균(30)이 메이저리그(MLB) 명문구단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인연이 닿았다. 황재균은 1월 24일 샌프란시스코와 스플릿 계약을 맺으며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
황재균과 샌프란시스코의 계약은 이미 두 달 전 예견됐다. 지난해 11월 플로리다주 브레든턴 IMG 아카데미에서 열린 쇼케이스 때부터였다. 당시 샌프란시스코는 눈에 보일 정도로 황재균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황재균 역시 메이저리그에 간다면 큰 도시를 연고지로 하는 명문 팀 유니폼을 입고 싶어했다. 샌프란시스코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그런 까닭으로 샌프란시스코와 황재균의 계약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물론 샌프란시스코가 황재균이 만족할만한 조건을 100% 제시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황재균이 수용하지 못할 조건을 제시한 것도 아니었다. 그 간극을 극복할 수 있었던 건 황재균의 강한 메이저리그 도전 의지였다.
'황재균 쇼케이스'에 고위 관계자 포함 스카우트 5명을 파견했던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 스카우트 질문에 대답하는 황재균(사진=엠스플뉴스 박은별 기자)
사실 지난해 11월 열린 ‘황재균 쇼케이스’는 MLB 스카우트들의 요청으로 마련한 자리였다. '황재균이 플로리다에서 개인훈련한다'는 소식을 접한 MLB 스카우트들은 황재균의 에이전트에 연락을 취했다. 내용은 황재균을 직접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황재균은 걱정이 앞섰다. 찾아오는 스카우트마다 시간을 내주면 훈련에 집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황재균은 에이전트와 상의해 하루 날짜를 정해 자신의 훈련을 공개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21일에 열린 쇼케이스는 그렇게 탄생했다.
MLB 스카우트들의 요청으로 열리는 쇼케이스이지만, 정작 몇 개 구단이 플로리다까지 찾아올지 예상하기 어려웠다. 시즌 중 황재균에게 꾸준히 관심을 보이며 연락을 취한 구단은 5, 6개 정도였다.
황재균은 쇼케이스를 앞두고 “과연 몇 팀이 올지 모르겠다. 다른 구단 눈치를 보며 찾아오는 팀도 있을 거다. 날 보러 찾아오는 팀 숫자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엄밀히 말하면 '공개 훈련'이었지만, '쇼케이스'라는 표현 때문에 극심한 부담을 느낄 만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황재균은 시종일관 침착함을 유지했다.
쇼케이스 당일, 관심은 ‘얼마나 많은 팀이 황재균을 보려고 야구장을 찾을까’로 쏠렸다. 몸을 풀려고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일찍 야구장을 찾은 황재균은 그라운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출근하기도 전에 이미 많은 스카우트가 구장에 모였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30개 팀 가운데 22개 팀에서 관계자를 보낸 터였다. 무려 35명이 넘는 스카우트가 황재균을 보기 위해 모인 것이었다.
기자 역시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구장을 잘못 찾아온 게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수의 스카우트가 몰린 까닭이었다. 하지만, 이날 이곳에서 공개 훈련을 한 건 황재균이 유일했다.
'황재균 쇼케이스'를 지켜보는 MLB 스카우트들(사진=엠스플뉴스 박은별 기자)
샌프란시스코의 관심은 이때부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는 구단 직원을 5명이나 파견한 터였다. 그 가운덴 선수 영입 결정권을 쥔 고위 관계자도 있었다.
그라운드에 선 황재균은 거칠 게 없었다. 먼저 60야드 달리기에서 수준급 스피드를 자랑했다. 수비에선 주포지션인 3루뿐만 아니라 낯선 1, 2루와 외야 수비까지 선보이며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능력을 뽐냈다. 그런 황재균을 바라보며 스카우트 사이에선 “타구 반응 속도가 좋다”는 칭찬이 나왔다.
타격은 더 인상적이었다. 황재균은 24번의 타격 시범에서 14번이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기는 뛰어난 파워를 과시했다.
샌프란시스코, '발전'하는 황재균에 좋은 인상을 받았다.
쇼케이스에서 프리 배팅을 하는 황재균(사진=엠스플뉴스 박은별 기자)
35명의 MLB 스카우트가 단지 황재균의 주루, 수비, 타격 시범만 보려고 플로리다까지 찾아온 건 아니었다. 그의 주루, 수비, 타격 장면은 인터넷으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뜩이나 황재균에 관심을 두는 구단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꾸준히 그를 관찰해왔다. 어쩌면 이날 공개 훈련을 마친 뒤 진행한 7분간의 인터뷰가 MLB 스카우트들을 플로리다로 부른 것인지 몰랐다.
모든 훈련을 마친 뒤 황재균 앞으로 스카우트들이 몰렸다. 황재균과 잠깐이라도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일종의 인터뷰, 면접인 셈이었다. MLB 구단 관계자들은 이 인터뷰를 통해 황재균이 어떤 자세로 야구를 대하는지, 미국 도전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확인하려는 듯 보였다.
인터뷰 도중 MLB 스카우트들이 가장 먼저 놀란 건 황재균의 뛰어난 영어 실력이었다. 황재균은 야구 기술과 관련한 전문적인 이야기를 할 때만 통역을 필요로 했고, ‘지금 미국에서 얼마나 머물고 있는지, 어디서 태어났고, 어디서 자랐는지’부터 시작해 ‘마지막 실전 경기가 언제였는지, 프로 입단 후 2군엔 어느 정도 있었는지, 오늘 외야 수비는 어땠는지’ 등등의 질문엔 통역 도움 없이 혼자서 답했다. 이때도 가장 많은 질문을 던지며 인터뷰를 주도한 건 샌프란시스코 관계자들이었다.
황재균은 이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탁월한 적응력과 친화력, 그리고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를 자세히 설명하며 자신의 가치를 어필할 수 있었다. 영어로 농담까지 하는 황재균의 센스에 MLB 관계자들은 큰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iframe name="movies" ismlb="N" src="http://serviceapi.rmcnmv.naver.com/flash/outKeyPlayer.nhn?vid=DBE4890F0DF14F3C2F42346FF3FB11FE605A&outKey=V1212f02d07f725259d7d1d496879eb567a6932301ab47a0dba641d496879eb567a69&controlBarMovable=true&jsCallable=true&isAutoPlay=false&skinName=tvcast_white&width=660&height=371" width="544" height="316" frameborder="no" scrolling="no" marginwidth="0" marginheight="0" allowfullscreen=""></iframe>
그렇게 화기애애한 시간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을 때, 샌프란시스코 스카우트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건 바로 “2015년 11월 ‘프리미어 12’ 때와 올 시즌 초 롯데에서 뛰던 당신을 봤다. 그러다 여름에 다시 봤는데, 스윙폼이 또 달라져 있었다. 이유가 무엇인가?”였다.
황재균은 “빠른 공을 잘 치기 위해 ‘레그 킥’을 줄이는 등 전체적으로 타격폼을 수정했다”고 답했다.
황재균의 대답을 들은 MLB 스카우트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있던 한 MLB 스카우트는 “그래서 올 시즌 타격이 훨씬 더 좋아진 것 같다. 폼이 간결해졌고, 삼진도 줄었다”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황재균은 지난해 498타수에서 27홈런 66삼진을 기록했다. 534타수에서 26홈런 122삼진을 기록한 2015년과 비교할 때 홈런은 1개 늘고, 삼진은 절반으로 줄었다. 특히나 타자들은 좋은 성적을 내고,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는 상황에선 좀체 타격폼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 그러나 황재균은 “더 발전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말로 타격폼 변화를 시도했고, 큰 성공을 거뒀다.
결론적으로 말해 샌프란시스코는 ‘발전’하는 황재균에 반했다고 볼 수 있다. 바비 에반스 샌프란시스코 단장은 황재균 영입을 결정하고서 현지 인터뷰를 통해 “황재균의 지난해 기록이 강정호보다 좋다. 출루율(3할5푼에서 3할9푼4리)이 좋아진 반면 삼진은 줄었다”며 “황재균이 잠재력을 터트려 팀에 도움을 주길 바란다”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모두의 기대 속에 샌프란시스코와 인연을 맺고 새 둥지를 튼 황재균. 이제 모두의 기대치를 충족할 멋진 활약을 펼칠 일만 남았다. 계속 발전하는 황재균이 올 시즌 MLB에서 또 어떻게 진화할지 지켜볼 일이다.
http://sports.news.naver.com/wbaseball/news/read.nhn?oid=529&aid=0000007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