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츠 감독은 12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밀러파크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2차전에 류현진이 선발 등판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현지 언론은 류현진이 홈에서 열리는 3차전에 등판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다저스는 이미 2차전에 류현진을 내세울 계획이었습니다. 상대팀이 선발을 전혀 공개하지 않은 상황이라, 전략적인 차원에서 다저스도 함구하고 있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사실, 류현진의 훈련 패턴을 보면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에 맞춰 훈련을 소화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확정 상태가 아니었기에, 선수 측도 말을 아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저스타디움에서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보여줬기 때문에 3차전 홈에서 선발 등판을 예상하는 언론과 팬이 많았습니다. 정규 시즌 다저스타디움에서 ERA 1.15를 기록하고 있고, 애틀란타와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도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홈에서 최강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 원정 경기에서는 ERA 3.58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류현진은 홈에서 워낙 빼어난 성적을 기록해 상대적으로 원정 경기에서 약해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하나 더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애리조나 원정에서 ERA 7.36을 기록했습니다. 이 한 경기를 제외하면 시즌 내내 원정에서도 2점대 ERA를 유지했습니다. 이 한 경기가 ERA를 높이는데 한몫했던 것입니다. 홈에서 극강, 원정에서도 꽤 좋은 성적을 보인 류현진입니다.
다저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후반기 성적이 가장 좋고, 큰 경기에 강한 류현진을 3차전에 쓰기엔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저스는 4~6차전 안에 시리즈 우승을 확정 짓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인데, 현재 성적과 페이스가 가장 좋은 류현진을 2선발로 내세우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정입니다.
그리고 류현진이 홈과 원정 기록을 보고 등판 시켜야 하는 반쪽짜리 투수였다면, 디비전시리즈에서 1차전 선발로 등판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다저스는 디비전시리즈에서 커쇼 대신 류현진을 1선발로 내세우는 강수를 뒀고, 이 선택은 적중했습니다. 철저하게 기록에 의해 선발 순서를 정했던 다저스입니다.
언론에는 커쇼에게 5일 휴식을 주기 위함이라고 이유를 설명했지만, 다저스는 이미 정규시즌 마지막 시리즈에서 포스트시즌 선발 로테이션을 내정하고, 계획대로 진행했습니다. 그래서 정규시즌 마지막 시리즈였던 샌프란시스코와의 원정 경기에서 ‘커쇼-류현진-힐’이었던 로테이션이 ‘류현진-커쇼-힐’로 변경되었던 거죠.
다만, 디비전시리즈에서 8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클레이튼 커쇼를 챔피언십시리즈에서 2차전에 등판 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그는 다저스의 상징적인 인물이기에.
어쨌든 지금 류현진은 다저스 에이스 투수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올해 세 번의 샴페인 파티(와일드카드 확보, 정규 시즌 우승, 디비전시리즈 우승)를 즐겼습니다. 중요한 경기 때마다 본인의 몫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디비전시리즈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1차전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고, 이제 챔피언십시리즈 두 번째 경기에 등판합니다.
류현진은 샴페인 파티를 할 때마다 작년보다 더 많은 기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더 준비를 많이 해서 마지막까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나무랄 때 없을 만큼 훌륭하게 임무를 완수하고 있는 류현진이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는 호투를 펼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