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1)에게 2018년은 뜻깊은 한해였다. 부상을 딛고 일어나 한국인 메이저리거 역대 3번째로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기 때문이다. 최초의 '코리안 메이저리거'이자 9년 전 똑같은 무대를 밟은 박찬호(45)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충남 공주시는 3일 산성동 147번지 일원에서 박찬호 기념관과 박찬호 골목길 개관식을 열었다. 기념관은 한국야구위원회(KBO) 국제홍보위원으로 활동중인 박찬호의 생가를 리모델링해 조성했다. 2층 7개 전시실로 구성된 기념관엔 박 위원의 MLB 124번째 승리 공 등 애장품이 전시된다. 당연히 이날의 주인공인 박찬호도 직접 참석했다. 그는 "내가 살던 집을 개조해서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박찬호는 "사실 신중하게 준비했다.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하고 영광스럽기 때문"이라며 "공주시에서 제 발자취를 남겨주셔서 감사하다. 기념관이 세워지는데 2년 정도 걸렸다. 생각보다 오래 시간이 걸렸는데 주민들의 도움도 있었고, 시 관계자들도 애써주셨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자신이 아끼던 소장품들은 내놓은 박찬호는 "물건들에 제 추억이 담겨있다. 그것들을 보면서 현역 시절 저를 응원해주신 분들이 다시 한 번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꾸몄다. 모든 게 국민들과 팬들 덕분"이라고 했다.
현역에서 은퇴한 지 5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탄력있는 몸을 유지하고 있다. 비결은 골프다. 그는 지난 9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휴온스 셀러브리티 프로암에 출전해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특히 장타대결에서 캐리로만 331야드를 적어내는 괴력을 선보였다. 지난달엔 박찬호 장학재단에서 유소년 야구 기금 마련을 위한 자선 골프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박찬호는 "평소엔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고, 미국에선 아이들과 함께 뛴다"며 "사실 근육은 예전보다 줄었다. 야구할 때 만큼의 몸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골프 덕분에 운동을 계속 하고 있다. 골프는 꾸준함, 인내, 집중력이 필요하다. 공 던질 때 못잖다"고 골프 예찬론을 펼쳤다.
그는 은퇴 후에도 해설, 강연, 방송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투머치토커'란 별명에 걸맞는 입담을 풀어냈다. 박찬호는 "의미있는 방송들이라 출연했다. 추억을 되새기고,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프로그램들이었다. 내년엔 임시정부 관련 교양프로가 방송된다. 우리 역사와 잊혀지지 않아야 할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방송을 보면서)즐거움을 느끼시면 좋겠다"고 했다.
박찬호는 2009년 필라델피아 필리스 시절 월드시리즈에 출전했다. 올해 류현진의 다저스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면서 9년 만에 한국인 월드시리즈 도전사(史)가 이어졌다. 박찬호는 "많은 사람들이 류현진에 대해 질문하는데 사실 잘 모른다"며 "내 경험을 통해 짐작하면 부상 때문에 많이 괴로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 부상을 괴로워하지 않고 이겨내 돌아온 게 의미있지 않느냐"고 했다. 이어 "타이거 우즈처럼 류현진도 몇 번의 부상을 이겨내고 재기했다. 특히 월드시리즈까지 등판했다. 류현진 개인만의 영광이 아니라 팬과 유소년 선수들에게도 보물같은 시간이며 행운"이라고 후배를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