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다고 꼭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대형계약을 맺으면 그만큼 리스크도 커진다. 효율성을 추구한다면 5000만 달러 이하의 선발투수 영입으로 최대 효과를 볼 수 있다. 메이저리그(ML) 30개 구단 단장들이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 류현진(31)의 FA(프리에이전트) 도전에 긍정적인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팬크레드 스포츠의 존 헤이먼 기자는 지난 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칼스배드에서 열린 ML 단장 회의에서 오간 대화를 정리하는 기사를 썼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필라델피아, 샌프란시스코 세 팀이 이번 스토브리그 ‘큰 손’이 될 확률이 높은 가운데 3억 달러 이상의 계약이 유력한 브라이스 하퍼와 매니 마차도 외에도 선발투수들이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구단 중 절반 이상이 선발진 보강을 바라보는 만큼 류현진을 향한 수요도 높을 것으로 보인다.
FA 선발투수 시장 최대어는 패트릭 코빈과 댈러스 카이클이다. 코빈은 양키스가 노린다는 전망이 꾸준히 나온다. 카이클은 FA에 앞서 에이전트를 스캇 보라스로 교체했다. 팬크레드 스포츠는 카이클이 뉴욕이나 LA 같은 빅마켓 구단을 선호하기 때문에 보라스와 손잡은 것으로 해석했다. 류현진은 코빈과 카이클 바로 다음 클래스에 있다. 팬크레드 스포츠는 “시장에 코빈과 카이클만 있는 게 아니다. 멋진 좌완 선발투수들이 나왔다”며 “JA 햅, 웨이드 마일리, 지오 곤잘레스, 일본인 투수 기쿠치 유세이, 그리고 QO(퀄리파잉 오퍼)를 받은 류현진까지 있다. 류현진은 QO를 승낙할 수도 있지만 QO를 승낙하지 않으면 FA 시장에 나온다”고 했다. 또다른 스포츠 전문매체 ‘디 애슬레틱’도 16개 구단이 선발투수 영입을 고려한다며 FA시장 중심에 선발투수가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예상대로 코빈과 카이클이 빅마켓 팀과 계약하면 그 다음은 류현진을 비롯한 FA 선발투수들이다. 계약기간 3~4년 총액 4000만 달러 내외의 선발투수라면 위험부담 없이 영입을 추진할 수 있다. 미국 현지언론은 류현진이 QO를 거절할 경우 계약기간 3년, 연 평균 1500만 달러 내외의 계약을 맺을 것으로 내다봤다. 예상이 적중하면 류현진 입장에선 QO를 내려놓고 FA 시장에 나서는 게 맞다. QO를 승낙해도 어차피 이듬해 다시 FA가 된다. FA 시장에 나설 것이라면 보다 젊을 때 시장에 나오는 게 낫다. 게다가 류현진은 올해 시즌 막바지 맹활약을 펼쳤고 포스트시즌 무대도 오르며 충분히 가치를 높였다. 1점대 방어율과 9이닝당 탈삼진 9.7개로 어깨 수술 전이었던 2013, 2014시즌보다 기록이 좋았다.
물론 QO에 따른 신인 지명권 손실도 류현진 계약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겨울과 달리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를 조짐이 보인다. 우직하게 리빌딩을 추구했던 팀들이 이제는 전력보강을 바라본다. 화이트삭스, 신시내티, 미네소타, 텍사스 등이 FA 영입을 통한 신구조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겨울이 FA 시장에 나설 적기로 봐도 무방하다. 너도나도 선발진 강화를 노리는 만큼 류현진의 가치가 예상보다 더 높게 책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QO 수락까지 이틀의 시간이 남은 가운데 FA 도전을 택해도 이상할 게 없는 류현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