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스포츠
토론장


HOME > 커뮤니티 > 야구게시판
 
작성일 : 18-12-11 11:11
[MLB] [야구는 구라다] 겨우 7승 투수의 엄청 바쁜 시상식
 글쓴이 : 러키가이
조회 : 2,912  


[야구는 구라다] 겨우 7승 투수의 엄청 바쁜 시상식


살짝 와인색이 들어갔다. 헤어스타일이 은은하다. 옅은 파마기도 자연스럽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게 있다. 세련된 수트다. 누가 그쪽 동네 사람 아니랄까봐, 짙은 블루 계통을 택했다. 가는 스트라이프는 날렵함을 강조하고 있다.

“항상 해보고 싶은 게 20승인데….” 무대에서 밝힌 목표가 화제였다. 거의 사이영상급이다. 연봉 탓인가? 잠시 머뭇거림이 있기는 했다. 그래도 농담끼 쏙 뺀 표정이었다. 어조도 차분했다. “굉장히 어렵겠지만 그 정도의 수치를 잡고 준비를 할 해보겠습니다.”

나중에 보충 설명까지 보태졌다. “대단한 기록 아닌가. 선발 투수라면 누구나 해보고 싶은 기록일 것이다. 20승을 한다는 건 부상없이 정규시즌을 치른다는 걸 의미한다. 또 그만큼 많은 이닝도 던지게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작 주목해야 할 지점은 따로 있다. 식생활 얘기였다. “아내가 해주는 음식 중 맛있는 게 매우 많다.” 구체적인 메뉴 몇가지가 예시됐다. 원료를 냉장, 공수해서 직접 만들어준다는 것들이었다. 꼬리곰탕, 강된장 같은 고난도 목록들이 등장했다.

그중에서도 팔불출이 꼽은 최고가 있었다. “제가 닭요리를 좋아하는 데, 아내가 해준 찜닭이 제일 맛있다.” 이거 간단치 않은 종목이다. 게다가 토종닭도 아닌, 현지산을 쓸 것 아닌가. 그런데도 일품이라니. 음식 솜씨가 꽤 대단한가 보다.

하지만 그 얘기에서 <…구라다>는 멈칫했다. 20승 목표보다 더 놀라웠다. 소도 있고, 돼지도 있지 않은가. 그 많은 육류 중 하필이면 닭이라니. 그나마 다행이다. 시상식장의 전 소속팀 관계자들은 물론 어느 누구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애써 침착함을 유지한 표정들이었다.

대상 1개, 특별상 2개

비수기다. 좀 있어 보이는 말로는 비활동기간이다. 몇몇 이슈들을 제외하면 야구계가 조용한 때다. 이 무렵에는 여러 행사들이 마련된다.

시상식도 그 중 하나다. KBO를 비롯해 각종 단체, 미디어들이 1년간 수고한 야구인들을 치하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어떤 것은 조촐하지만 의미있게, 또 어떤 이벤트는 화려하고 스펙타클함을 자랑한다.

그런 면에서 지난 주 열린 ‘유디알 글로벌 일구상’ 시상식은 단연 화제였다. 대상 수상자가 월드시리즈 무대에 섰던 세계적인 스타였기 때문이다. 그는 이 상과 인연이 깊다. 2006년 신인상, 2010년 최고투수상, 2013년 특별공로상을 받은 적이 있다. 그리고 올해 드디어 대상까지 석권하게 된 것이다.

상 얘기를 꺼낸 이유는 다름 아니다. 그의 귀국 일정 중에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기 때문이다.

올해 유난히 여러 곳에서 그의 수상 소식들이 들린다. 국내 활동이 없는 선수이기에 다소 의외라는 생각도 든다. ‘일구상’ 시상식은 그렇다치자. 주연격인 대상 수상자 아닌가.

다른 곳에서도 목격담은 계속 된다. 자격은 주로 특별상 수상자였다. 프로야구 올해의 상(스포츠서울 주관),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jtbc 플러스 주관)에 참석했다.

수상 명목은 비슷했다. 한국 야구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선정 이유였다. 당연히 맞는 말이다. 아무도 못해본 월드시리즈 선발을 맡았다. 대단하고, 대견하고, 기특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얘기 자꾸 해봐야 숨만 가쁘다.

이런 행사의 특징이 있다. 카메라의 초점은 늘 그에게 맞춰진다. 어디서나 자주 볼 수 없는 얼굴이다. 한마디라도 놓칠라 취재진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주인공의 멘트 컨트롤은 매우 정확하다. 쓸만하고, 적절한 소감 한마디 씩을 남겨준다. “(아내 덕분에) 집에 일찍 귀가하게 됐다. 여러모로 몸 관리가 잘 되고 있다.”

주최측도, 수상자도 훈훈했을 시상식

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다. 잘 나가던 해외파였다. 그가 국내에 머물던 오프 시즌 동안이었다. 중요한 일정에 참석을 약속했다. 하지만 당일 아침에 돌연 펑크를 냈다. “몸이 안좋다”는 핑계였다. 나중에 뜬소문처럼 들린 이유는 황당했다. 택시 안에서 갑자기 ‘내가 왜 거길 가야하지?’라는 회의가 들었다는 것이다. 그 길로 차를 유턴시켰다. 그리고는 묵고 있던 호텔로 돌아갔다는 스토리다.

연말 시상식 준비는 골치 아픈 일들이 많다. 가장 예민하고 중요한 건 참석자 체크다. 혹시라도 VIP들과 일정이 안맞으면 큰 일이다. 김 빠진 행사가 되기 십상이다. 그 중 핵심은 수상자다. 상 받는 사람이 현장에 없으면 그야말로 낭패다. 물론 갑작스러운 사정이나, 불가피한 문제 때문이라면야 어쩔 수 없다. 그도 저도 아닌 경우라면 주최측은 난감할 따름이다.

한편으로는 그런 부분도 있다. 흥행적인(?) 요소다. 기왕이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는 이벤트가 됐으면 좋겠다. 때문에 화제성 있는 인물을 초청 대상으로 떠올리기 마련이다.

아무래도 행사를 빛내줄 ‘원 톱’이 있다면 좋은 일 아닌가. 그냥 참석해달라는 건 조금 그렇다. 적당한 명분을 만들어줘야 한다. 반드시 메인일 필요는 없다. 어울리는 항목의 수상자 정도면 OK다. 당연히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물론 이번 ‘일구상’이나 ‘올해의 상’ ‘프로야구 대상’ 등은 모두 엄격한 기준에 의해 수상자 선정 작업을 했을 것이다. 거기에 대한 이론의 여지는 없다. 힘겨운 재기에 성공했고, 커다란 희망을 선사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야구의 위상을 크게 높인 것도 틀림없는 팩트다.

덕분에 수상 소식은 비수기 뉴스치고는 대박을 기록했다. 일구상의 경우 포털에 뜬 관련 기사가 무려 400여개나 됐다. ‘올해의 상’과 ‘프로야구 대상’도 200~300개 씩의 뉴스를 쏟아냈다. 주최측도, 수상자도 서로가 훈훈했을 것이다. 미뤄 짐작이 어렵지 않다.

정체성에 대한 인식

아내 자랑 팔불출이 귀국 후 가장 먼저 미디어에 노출된 일이 있다. 어느 포털에 실린 <이영미 人터뷰>라는 인터뷰 기사였다.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김인식 감독과 만나 점심을 함께 하면서 나눈 얘기들이 정리돼 있다. 이런 저런 대화 끝에 제자의 마지막 말이 인상적이었다.

“감독님 한국에 있는 동안 점심 시간은 모두 비워놓겠습니다. 시간되실 때 전화주시면 항상 달려오겠습니다.”

그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상 욕심, 무대 욕심일 리 없다.

사실 피하려면, 피할 수 있다. 적당한 이유야 찾으면 얼마든 지다. 조용히 내년을 준비한다고 해도 누가 뭐랄 사람 없다. 오히려 그걸 지지하는 팬들이 많을 지 모른다. 시건방이 들어간다면 ‘노는 물’ 탓을 할 수도 있는 일이다.

본인 입장에서도 그렇다. 따지자면 번거로움도 많다. 일단 한군데서 받기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는 가릴 처지가 못된다. 어디는 가고, 어디는 거절할 수 없다. 그러다 보면 여기저기 불려다니기 바쁘다. 그래서 처음부터 선을 긋는 경우가 많다.

다행스럽게도 7승 투수는 까탈스럽지 않다. 둥글둥글한 핵인싸다. 스스로 찾아다니고, 먼저 손 내밀며 인사를 청한다. 두루두루 얼굴 비추고 반가움을 표현한다. 하긴, 편한 점도 있다. 시상식 두어번 돌면 웬만한 관계자들 모두 만나게 된다. 일일이 찾아다닐 필요도 없는 셈이다.

<구라다>는 여기에 한가지를 더 보태고 싶다. 정체성(identity)에 대한 인식이다.

한때 많이 쓰던 말이 있다. ‘형저메’다. 와전된 것이라는 당사자의 주장이지만 우리 머릿속에 뿌리깊이 존재하는 어떤 불편한 관념을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다.

다행이다. 겨우 7승 투수는 그렇지 않다. 소탈하고 싹싹하다. 자신의 출발점을 알고, 거기서 굳이 멀어지지 않으려는 마음씀을 가졌다. 대상, 특별상 가리지 않고 주는대로 넙죽넙죽 받는 모습이 대견할 뿐이다.

일구회는 야구인들의 모임이다. 거기서 이런 소감을 남겼다. “나중에 선수 생활을 마치더라도 이런 좋은 일을 하는 게 목표입니다. 이렇게 야구인들이 할 수 있는 좋은 자리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찜닭에 대한 사랑은 정체성을 확인하려는 노력과는 별개라고 믿는다.


ㅋㅋ 베플 (우수댓글) ㅋㅋ

머나먼겨울숲2시간전

뭔 얘기를 하는거냐?

  • 토끼신-1시간전

    그니깐 예전 해외파는 싸가지 없는대 류현진은 7승 투수 지만 싸가지 있다. 이거임

  • Chaos1시간전

    너도 빨아주며 살아남는다고 애쓴다. 시시콜콜... 딱 너같은 얘들이 살기 좋은 시대다

  • 멋진인생22분전

    일기를 쓰고 싶은데 자꾸 기사 달라고 재촉하니까.. 쓰던 일기장 낸거 같은데?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가생이닷컴 운영원칙
알림:공격적인 댓글이나 욕설, 인종차별적인 글, 무분별한 특정국가 비난글등 절대 삼가 바랍니다.
러키가이 18-12-11 11:11
   
 
 
Total 40,340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공지] 야게 운영원칙 (2016.06.03) (1) 가생이 04-06 369435
40070 [잡담] 한국야구는 일본한테 배워야한다. 팩트폭격자 03-24 4914
40069 [KBO] 야구 국가대표 상시 평가전 열린다 (5) 나를따르라 03-24 5088
40068 [KBO] 롯데 투수 서준원,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혐의 퇴단 … (1) 나를따르라 03-24 4848
40067 [MLB] 웨인라이트 시즌 IL로 시작 ㅠㅠ (1) 허까까 03-24 4515
40066 [잡담] 3년만 기다리면 WBC 열리니 그때 한국야구의 힘을 보… (3) yj콜 03-24 4421
40065 [잡담] KBO는 10개구단으로 운영하는게 애초에 말이 안됨 (9) 축신두OoO 03-23 4815
40064 [WBC] 이치로 과거 발언 vs 오타니의 우승소감 (10) 비송 03-22 5095
40063 [WBC] 미국 특급 투수들이 안 나왔습니다 (7) 샌디프리즈 03-22 4774
40062 [KBO] 한화이글스 수리크루십 모집 여기야주모 03-22 3774
40061 [WBC] 아 오타니 봐야 했는데 아 (2) 부산김영훈 03-22 3786
40060 [WBC] 일본 축하한다.... (3) 파김치 03-22 3713
40059 [WBC] 이번 결승전은 박빙일거 같네요 (2) 샌디프리즈 03-22 3283
40058 [잡담] 앞으로 한일전 있다면 무조건 이겨라고 응원 안하겠… 스스787 03-21 2960
40057 [KBO] 이번 개막전에 야구 보러가자고 하니까 사람들이 욕… (8) 가생아나야 03-21 3039
40056 [WBC] 일본 야구 직관 가고 싶은데 도쿄로 가면 될까요? (1) 가생아나야 03-21 2326
40055 [WBC] WBC 결승 3월22일 오전8시 (2) 부산김영훈 03-21 2063
40054 [WBC] 일본야구 너무 부럽다. (3) 가생아나야 03-21 2221
40053 [WBC] [일본] 9회말 오타니 2루타 + 무라카미 끝내기 안타.gif (5) 지니안 03-21 2233
40052 [WBC] 한국야구는 일본 야구 본받아라. (5) 가생아나야 03-21 1917
40051 [WBC] 멕시코 불펜 개쓰레기 ㅋㅋㅋㅋ 파김치 03-21 1630
40050 [잡담] 오오타니 진짜 만화같은 시키ㅋㅋㅋ 일본 끝내주네 (3) 축잘알 03-21 1728
40049 [WBC] 헉 일본 투아웃에서 홈런으로 3점을 냈네 (3) 축잘알 03-21 1471
40048 [WBC] [멕시코vs일본]이런 멋진 세레머니는 본적이 없다.gif (1) 지니안 03-21 1651
40047 [잡담] WBC 조별리그 1라운드 탈락하고도 또 보고 싶을까 (39) 천의무봉 03-20 2333
40046 [잡담] 예전에 변방야구 홍보하시던분 아직있나요 솔로몬축구 03-19 1148
40045 [WBC] 오늘자 멕시코 근황.jpg (5) 파김치 03-18 2848
40044 [WBC] 일본 상대로 4점이나 냈으면 선방했구만... (5) 가생아나야 03-18 2153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