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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2-22 11:03
[MLB] [구라다] 천재적? 류현진 20승 드립의 전략적 이해
 글쓴이 : 러키가이
조회 : 1,495  


[야구는 구라다] 천재적? 류현진 20승 드립의 전략적 이해


두 달이 넘었다. 그러니까 작년 12월 초의 일이다. 서울 청담동 리베라 호텔에 야구인들이 모였다. 일구대상 시상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참석자들이 하나 둘 자리했다. 면면을 보니 수상자가 누군지 대략 감이 온다. 덩치만 봐도 범상치 않다. 가히 MVP급이다. 멀끔한 수트 차림으로 원로들에게 깎듯이 인사올린다. 그의 자리는 단상 앞 헤드 테이블이다. 중요한 수상자라는 의미다.

아니나 다를까. 대상 수상자가 호명됐다. 멀끔한 수트가 박수를 받으며 무대로 올라갔다. 트로피와 꽃다발을 받고 정중히 감사 인사를 한다. 사회자와 간단한 단상 인터뷰가 이뤄졌다.

- 수상 소감은?

▶ 큰 상을 주신 (야구) 선배님들께 감사드린다. 내년에도 잘 하라는 뜻으로 알고 감사히 받겠다.

- 메이저리그 6년을 되돌아본다면?

▶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그동안 부상도 많았고,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견디고 나니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는 생각이 든다.

이어서 문제의 문답이 등장했다. 질문은 ‘내년 시즌 목표’였다. 그저그런 대답이 되돌아올 줄 알았다. 그런데 뜻밖이었다. 얌전한 표정으로 강렬한 답변을 내놨다.

“모든 야구 선수라면 당연히 더 높은 목표를 세울 것이다. 항상 해보고 싶은 20승을 해본 적이 없다. 굉장히 어렵겠지만 그 정도의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준비하겠다.”

‘?????????????’

유도한 답변이 아니다.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냥 보통의 시상식, 평범한 수상 소감이면 충분했다. 그런데 전혀 생각지 못한 깊이로 훅~ 치고 들어왔다.

‘20승’이라니.

2006년도에나 했을 법한 코멘트다. 동산고 졸업하고 파릇하게 이글스에 취업할 무렵 말이다. 프로 2~3년차만 돼도 그런 말 오글거린다. 특히 공공연한 자리, 기자들이 뻔히 보고 있는 앞에서는 금기나 다름없다. 너무 직설적이고, 도전적인 목표치다. 괜히 오버하는 철부지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프로 생활 10년이 훨씬 넘었다.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베테랑이 그랬다. 평소에도 떠벌리는 편인가? 절대 아니다. 장난 잘 치고, 개그 캐릭터도 간간이 엿보인다. 하지만 구분은 명확하다. 정작 중요한 멘트는 정확하다. 분별력 있고, 잘 정제한다. 앞뒤 분간 잘 하고, 흠 잡을 데 없다. 수준급 드립력을 가진 7년차 풀타임 메이저리거다. 그런 커리어치고는 전혀 세련되지 못한 선택이었다.

로버츠 감독까지 가담하게 된 20승 드립

정상적이라면 어땠을까. 아마 이런 정도였을 것이다.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꾸준히 지키는 게 목표죠.”

“30경기 이상을 선발로 책임져야 한다는 각오로 준비하겠습니다.”

“미국 첫 해(2013년)에 202이닝(포시 포함) 이후 200이닝을 넘긴 적이 없습니다. 내년은 많은 이닝을 버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상위 선발로 두자리 승수를 올려 팀 우승에 공헌도하도록 하겠습니다.”  기타 등등.

물론 곧이 곧대로 들으면 안된다. 설명을 들어야한다. 시상식이 끝났다. 기자들이 달려들었다.

“20승이라는 게 대단한 기록 아닌가. 선발 투수라면 누구나 해보고 싶은 기록일 것이다. 그걸 이룬다는 건 부상없이 정규 시즌을 치른다는 걸 의미한다. 또 그만큼 많은 이닝도 던지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어색함은 쉬 지워지지 않는다.

이후로도 20승 드립은 시들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유통됐다. 스프링캠프 참가를 위한 출국 회견(1월 말), 그리고 캠프 초반(2월 중순)까지 계속됐다. 취재진의 질문 목록에 빠지지 않았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답변은 한결같았다. “20승 목표를 계속 밀고 나갈 생각”이라는 초지일관의 자세였다. 어찌보면 이 부분에 대한 어떤 의지 같은 것도 엿보인다.

심지어 진화의 과정도 겪었다. 애리조나 캐멀백 랜치에도 이 소문이 파다했다. 미국 언론들도 신기한 눈길들이었다.

와중에 데이브 로버츠까지 연루(?)됐다. 당연히 감독은 선수의 목표를 지지했다. 하긴 그렇다. 이런 상황에 어느 감독이 초를 치겠나. 어쨌든 긍정적인 사인을 냈다. “그는 건강 문제만 없다면 충분히 좋은 투구를 할 선수다. 그가 20승한다는 얘기는 다저스가 그만큼 많이 이긴다는 뜻 아니냐.” 공자님 말씀이다.

고액 연봉에 뒤따르는 부담감

도대체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틀리거나, 잘못됐다는 뜻이 아니다. 부적절하거나, 못마땅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평소같지 않다. 전혀 그의 스타일이 아니다. 매끄럽지 않고, 어색하다. 느닷없고, 세련되지 못하다. 거창한 목표치가 당황스러울 뿐이다.

본인 반응은 어떤가. 기자들이 물으면 일단 ‘쑥쓰럽다’고 웃는다. 그런데도 고개를 젓지 않는다. 여전히 20승 목표는 유효하다고 강조한다. 물론 한 자락을 깐다. “반드시 20승을 하겠다는 선언은 아니다”라고.

물론 우리 같은 업자들에게는 호재다. 제목 뽑기 딱 좋다. 명백한 수치가 나온다. 게다가 거의 MVPㆍ사이영상급 스탯이다. 일부러 어르고 달래서라도 그런 말을 만들텐데, 자청해서 도와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그러면서 한 번쯤 그 생각을 하게 된다. ‘왜 저럴까. 이제와서 거둬들이기가 민망해선가?’

평소와 사뭇 다르다. 그건 뭔가 있다는 얘기다. 의도적이건, 아니건 상관없다. 특별한 말/행동에는 작용한 요인이 있을 것이다.

이쯤에서 시각을 바꿔보자. 20승 드립은 정면에서 바라보면 어색함 뿐이다. 다각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우리의 눈높이가 아니다. 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자.

지금 이 시점에서 그를 가장 불편하게 만드는 게 뭘까. 이제까지와 현저히 다른 패턴의 말/행동 양식을 유발할만한 게 어떤 것일까. 여러가지가 떠오를 수 있다. 그 중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돈’이다.

아시다시피 그가 받을 연봉은 거액이다. 이제까지의 2배가 훨씬 넘는 액수다. 모두가 부러워한다. 당연히 당사자도 기분 좋은 일이다. 월급 많이 받게 됐는데 언짢을 리 만무하다.

그러나 부러움의 한켠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숨겨져 있다. 혹시라도 부족하면 곱절의 비판이 뒤따라올 것이다. 이미 우려는 일고 있다. 예측 시스템 페코타 프로젝션(PECOTA Projections)은 10승 6패를 예상했다. 또다른 통계 프로젝션 ZiPS는 겨우 6승 5패를 예언했다.

사실 1790만 달러는 그 리그가 경악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200억원으로 환산해보자. 그 화폐 단위가 유통되는 곳에서는 어마어마한 액수가 분명하다. 기대치도 그만큼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그 거리만큼이 당사자에게는 부담감의 무게다. 조금이라도 비껴가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여론이란 냉혹하다. 당사자는 너무나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가까운 곳의 선배가 겪는 고초도 간접 경험했다.

맥거핀 효과

명장 알프레드 히치콕이 1940년에 출시한 작품이 있다. <해외특파원(Foreign correspondent)>이다. 극중에 ‘맥거핀’이라는 암호명이 등장한다. 관객들은 미스테리 해결의 결정적 키워드로 생각한다. 그런데 아니다. 사실 맥거핀은 줄거리와는 아무 연관이 없다. 그냥 호기심과 시선을 끌기 위한 연출자의 장치일 뿐이다.

이른바 ‘맥거핀 효과(MacGuffin effect)’다. 요즘 미디어 업계에서도 간혹 사용되는 용어다. 주목할만한 키워드로 대중의 관심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20승 드립은 어찌 보면 도널드 트럼프의 방식과도 비슷하다. ‘하이 볼(high ball) 전략’이다. 본래는 협상 기술이다. 처음부터 압도적인 최고가를 불러 유리한 거래를 만드는 방법이다. 트럼프는 이 방식을 메시지 소통에도 활용한다. 극단적인 언어로 상대방을 위축시킨다. 불리한 이슈를 희석시키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물론 200억 투수가 전략을 짜고, 전후 상황을 계산해서 인터뷰했을 리는 없다. 감각적이고, 직관적인 발언이었을 것이다.

사실 200억에 정확하게 호응하는 스탯이 있다. 200이닝이다. 적절성이나 숫자적 라임은 딱 떨어진다. 그러나 그건 너무 아마추어적이다. 강력하게 와닿지 않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더 쉽고, 대중적인 숫자가 낫다. 조금 비현실적이면 오히려 좋다. 그게 훨씬 선동적인 효과를 나타낸다.

만약 그런 점까지 고려됐다면 천재적이다. 적어도 메시지 관리라는 측면에서는 그렇게 봐야한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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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키가이 19-02-2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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