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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4-11 10:01
[MLB] 부상자 명단..그리고 절차와 과정
 글쓴이 : 러키가이
조회 : 979  


[야구는 구라다] 부상자 명단..그리고 절차와 과정


카운트 1-2였다. 5구째는 커브였다. 평소보다 느린 69마일짜리가 먼쪽으로 휘어졌다. 콜튼 웡은 타이밍을 뺐겼다. 배트가 힘없이 돌았다. 첫번째 삼진이었다.

내야들이 축하하는 공 돌리기를 했다. 그 사이 투수는 마운드를 내려왔다. 두 다리를 벌리더니 가벼운 스트레칭 동작을 두어번 취했다. 그 때만해도 무슨 뜻인지 몰랐다.

2사 후. 다음 타자 마일스 마이콜라스의 초구도 느린 공이었다. 76마일짜리 체인지업이었다. 스트라이크가 선언됐지만 투수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1~2초. 잠깐의 머뭇거림이 있었다. 빙그르르. 한 바퀴 돈 투수는 벤치 쪽을 향했다. 입으로 뭔가 신호를 보낸다. “칫, 칫.” 한국 야구인들이 주로 쓰는 현장음이다. 누군가를 부를 때 내는 소리다. 통역과 트레이너, 그리고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부리나케 달려나갔다. 내야들도 모두 모였다.

미팅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뒷전에서 얘기 듣던 감독은 투수 손에서 공을 빼냈다. 등을 두들기며 격려/위로하는 모습이었다.

터덜터덜. 낙담한 걸음걸이가 벤치로 향했다. 어딘가 또 문제가 생겼구나.

이 때만해도 아리송했다. 다리? 팔꿈치? 어깨? 이제까지 병력을 더듬어봐도 짐작이 어려웠다. 중계 화면에서 리플레이 장면을 보여줬지만 마찬가지다. 힘이 좀 없어 보일뿐, 유난히 이상한 지점은 눈에 띄지 않았다.

작년 부상 장면과의 비교

한참이나 갑갑한 시간이 지났다. 다저스가 오피셜을 띄웠다. 왼쪽 내전근, 그러니까 사타구니 통증 탓이었다. 작년에 3개월을 고생시켰던 부위였다.

이후로는 온갖 추측과 억측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어쩐 지 잘 나간다 싶더라.’ ‘전반기는 통째로 날아갔구나.’ 미국 한 매체의 고약한 묘사가 떠올랐다. ‘Ryu는 걸어다니는 반창고다.’

어찌어찌 게임이 끝났다. 조금 더 자세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나 고무적인 멘트가 있었다. 본인-피셜이었다. 경기후 스스로 밝힌 상황 설명이다. “여기서 멈추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작년처럼 크게 아프거나 나쁜 상태는 아니었다. 내려오길 잘했다.” 심지어 몇몇 매체는 ‘밝은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이 대목에서 한번 멈춰야 한다. 당사자 얘기를 얼마나 믿어야 할까. 이를테면 팩트 체크 같은 게 필요하다.

자기 부상을 자랑삼는 선수는 없다. 대개가 보수적이고, 아닌 척 한다. 불행하게도 우린 그걸 식별한 의학적 안목이 없다. 결국 눈에 보이는 걸 믿기로 하자. 작년과 올해, 두번의 자진 강판을 비교해 보자는 얘기다.

일단 작년에는 어마어마한 통증이 느껴진다. 보는 것만으로도 ‘어이쿠’ 소리가 날 정도다. 던지는 순간부터 표정이 일그러진다. 몸의 중심도 흐트러진다. 작은 스트레칭조차 힘에 겹다. 어쩔 수 없이 마운드를 내려오는 장면도 그렇다. 왼쪽 다리의 걸음이 안좋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함이 역력했다. “한동안 자다가 깰 정도로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다”는 회고도 있었다.

그런데 엊그제는 별로였다. 느린 화면의 투구 동작에서도 큰 이상은 찾기 어렵다. 덕아웃 철수 때도 마찬가지다. 멀쩡한 걸음걸이였다. 지난 번과는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작년 부상 장면                   mlb.tv 화면
                  이번 자진 강판 장면                           mlb.tv 화면

“다음 등판도 가능할 것 같다” VS “분명한 IL 상황이다”

일단 당사자 말에 신빙성이 생긴다. 확실히 심한 부상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그걸로 끝이 아니다. 다음 과정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생겼다.

당일 본인-피셜 중에 주목해야 할 멘트가 있었다. “경미한 상태로 내려왔고, 지금은 통증이 전혀 없다.” 그러자 미디어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럼 다음은?’ 스케줄에 대한 당연한 물음이다. 대답이 뜻밖이었다. “다음 등판도 가능할 것 같다. 내일도 똑같이 운동할 것이다.” 오, 정말로 괜찮은가 보다.

하지만 이런 의욕은 장애물을 만났다. 데이브 로버츠라는 속도 방지턱의 등장 탓이다. 역시 사고 당일의 멘트다. “류현진과 트레이너들로부터 지난해 같은 부상은 아니라고 들었다. 무척 긍정적이다. 조금 더 검사가 필요할 것이다. 아마도 하룻밤을 자고 나면 자세한 상태를 알게 될 것이다. 내일은 또 어떨지 보겠다”고 했다. 현명한 판단에 칭찬이라도 할 기세였다.

그러나 다음 말이 의아함을 자아냈다. “분명한 것은 부상자 명단에 가야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곳에서 얼마나 있을 지 결정해야 한다.”

이건 도대체 뭔가. 전혀 논리적이지 않다. 말의 앞과 뒤가 완전히 다르다. 검사가 필요하고, 내일 어떨지 보겠다더니. 결론은 이미 정했다는 말 아닌가. 부상자 명단이 분명한 상태라니. 무슨 이런 논리 전개가 있나.

이어진 멘트에서 속내가 드러난다. “4일 이상 던질 수 없는 선수를 로스터에 둘만큼 지금 우리 팀 상황이 럭셔리하지 않다. 류현진을 부상자 명단에 올리고, 불펜 투수를 보강할 것이다.”

류현진은 IL행 통보에 ‘놀랐다’

다음날. 일은 로버츠 감독의 계획대로 진행됐다. 트리플A에서 우완 투수 한 명(J.T. 샤그와)이 올라왔다. 전날 조퇴생은 부상자 명단으로 옮겨졌다. 10일짜리였다. “(류현진의 상태가) 어제보다 좋아졌다. 며칠 내로 다시 공을 잡을 것이다.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감독의 설명이었다.

복귀 시점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특이한 부분이 있었다. “류현진은 우리가 부상자 명단에 올린다는 사실에 놀랐다”는 대목이다.

로버츠의 말은 “놀랐다”였다. 그러나 상황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어휘는 아닌 것 같다. 미뤄 짐작할 수 있는 정서가 있다. ‘흔쾌히’ 또는 ‘달갑게’ 받아들인 것 같지는 않다는 의미다.

요약하면 이렇다. 당사자의 조퇴 신청은 순전히 조심하려는 액션이었다. 더 큰 부상으로 악화되는 걸 막기 위한 조치였다. (본인 주장으로) 다음 등판 스케줄도 정상적으로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만큼 나쁘지 않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부상자 명단은 피하고 싶었다. IL(Injured List)과 너무 친하다는 인상이 싫기 때문이다.

그런데 감독은 아니었다. 효율을 택했다. 일단 1명을 빼내면, 불펜 요원을 충원할 수 있다. 게다가 일주일 후면 클레이튼 커쇼도 돌아온다. 선발 투수는 그럭저럭 돌릴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따라서 신속하게 로스터를 정리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물론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전에도 다쳤던 부위니, 충분한 휴식 기간을 가지라는 뜻으로 볼 수도 있다.

그게 아니면…. 뭐, 그럴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감독의 권한이다.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제외시키고, 대체 자원을 수급해서 팀 전력을 극대화시키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결코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이제까지의 과정이다.

문제의 주인공은 짧은 기간이지만 팀의 1선발이었다. 주력 투수들이 줄줄이 안좋을 때 중심을 지켜준 인물이다. 줄곧 상대 에이스와 맞붙는 피곤한 임무를 맡아야 했다. 최전방을 지키는 고단함과 수고를 감당해야 했다.

만약 커쇼였다면 다저스와 로버츠 감독이 그럴 수 있겠는가. 물론 그렇게 비교하자는 뜻은 아니다. 그건 말도 안되는 얘기다. 하지만 최소한의 도리가 있다. 당사자의 의견이 어느 정도 존중되고, 추후 조치에는 시간적 말미를 가질 필요가 있었다. 추가 휴식일을 주고 로테이션에 남기는 방식을 고민했다면. 아니면 하루 이틀, 경과를 지켜본 뒤 IL을 실행하는 여유를 보였다면. 조금 덜 서운했을 지 모른다.

무엇보다 IL 얘기를 듣고, 당사자가 ‘놀라는’ 일은 없어야 했다. 적어도 그가, 그 조직에서, 그 정도는 된다고 믿는다.

조기 강판 당일부터 이미 감독은 결정한 것 같았다. “IL로 가야할 분명한 상황”이라고 대외적으로, 일찌감치, 못을 박았다.

감성적인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대를 위해 소가 희생되는 게 맞다. 다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수고한 개인의 의사가 꺾이고, 정당한 절차와 과정이 생략돼서는 안된다.

끝으로 또 하나의 짤막한 영상이다. 자청해서 마운드를 내려올 때였다. 당사자는 트레이너와 아직 얘기중이었다. 동료들에게도 조금 더 미안함을 전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뒷전의 생각은 달랐다. 로버츠는 투수를 잡더니 손에서 공을 빼냈다. ‘빼앗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빨리 그 상황을 종료하고 싶어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어쩌면 이번 부상자 명단 등재 과정에서 드러난 조급함을 그대로 상징하는 장면인 것 같다.

                     내려오는 순간, 류현진의 손에서 공을 빼내는 장면            mlb.tv 화면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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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키가이 19-04-11 10:02
   
역전의용사 19-04-11 11:46
   
건강하게 돌아와서 던지는 길밖에 없음
왜안돼 19-04-11 17:43
   
류현진 실력을 의심하는 부분은 거의 없죠
구단들은 건강이 물음표인데 올해도 벌써 dl에 올라다는건 큰 마이너스죠
천만달러를 손해볼지 그 이상을 손해볼지도 모를 상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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