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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6-14 10:53
[MLB] [야구는 구라다] 이런 당돌한 기교파 투수를 봤나
 글쓴이 : 러키가이
조회 : 1,378  


[야구는 구라다] 이런 당돌한 기교파 투수를 봤나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세카우커스(Secaucus)라는 곳이 있다. 뉴욕 근처의 작은 도시다. 매년 6월 초면 그 동네가 시끌시끌하다. MLB 네트워크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드래프트 미팅 때문이다.

2009년에도 마찬가지였다. 특히나 눈길 끄는 친구가 있었다. 덩치 큰 17살짜리였다. 몹시 신이 난 상태다. (버드 셀릭) 커미셔너나 유명한 야구인들과 셀카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잠시 후였다. 17살은 환호성을 질렀다. 1라운드에서 자기 이름이 불린 탓이다. 천사같은 구단은 LA 에인절스였다. 후일 이렇게 회상했다. “한 3라운드 쯤 갈 줄 알았어요. 그렇게 일찍 불릴 줄은 진짜 몰랐어요.”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에이, 그 정도는 (상위 라운드는) 아닌데?” 그런 표정들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관심은 금세 사라졌다. 그래봐야 전체로 따지면 25번째 순번이었다. 누가 신경이나 쓰겠는가. 그 해는 (전체 1번) 스티븐 스트라스버그가 화려한 단독샷을 받던 때였다.

게다가 묘한 얘기도 퍼졌다. 17세와 담당 스카우트(그렉 모하트)가 특수 관계라는 수군거림이었다. “예전에 친한 룸메이트의 아들이래. 그래서 그랬다는데.” 스카우트는 펄쩍 뛰었다. “무슨 소리. 저 친구는 나중에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거야.”

산만한 덩치의 25번째 픽의 주인공. 그의 이름은 마이크 트라웃이었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22살짜리 MVP의 고민 - 고소공포증

2년 뒤였다. 모하트의 큰 소리가 잊혀질 뻔했다. 17살 덩치는 20세 생일도 전에 빅리그에 콜업됐다. 40경기에서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올해의 마이너리거에도 뽑혔다.

이듬해는 주전이 됐다. 그리고 본격적인 폭격이 시작됐다. 27홈런, 97타점을 찍었다. 거칠 것 없는 질주였다. 신인왕은 당연했다. 자칫 MVP까지 될 뻔했다. 투표 점수가 2위였다. 미겔 카브라레가 아니었으면 21살짜리 수상자가 탄생할 뻔했다. 22살 때(2013년)는 실버 슬러거를 받았다. MVP는 또 2위였다.

그리고….

문제의 2014년이 됐다. 스카우트 모하트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그의 픽이 드디어 최고의 선수로 공인됐다. MVP 투표에서 당당히 1위에 오른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였다. 그 해는 사실 가장 부진한(?) 시즌이었다. 상승세는 주춤했다. OPS는 하락세였다. 커리어 최저치를 찍었다. 0.939에 불과했다. (2012년 0.963, 2013년 0.988)

큰 고민거리가 등장한 것도 이 무렵이다. 바로 삼진 숫자다. 그 해 무려 184개를 당했다. 예년의 1.5배는 늘어난 수치다. 원인은 간단했다. 치명적인 약점이 드러난 탓이다. 진단명은 하이 패스트볼 무기력증이었다.

소문은 무섭게 퍼졌다. 모든 투수들이 벨트 위 쪽을 공격했다. 집요했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에는 더 심해졌다. 무려 40%의 투구가 그의 가슴 높이를 겨냥했다. 일찍이 이런 적은 없었다. 보통은 30% 남짓이다. 아무리 약점이라도 그 이상은 집중시키지 않는다. 그만큼 그에 대한 공포가 심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44타석 연속 무삼진 기록을 깨트린 천적

그 때부터 훈련 프로그램은 뻔했다. 고소공포증 극복이었다. 가슴 높이까지 올린 티볼을 제작했다. 피칭 머신의 궤도도 한껏 높였다. 타격 자세도 수정했다. 하이 패스트볼 무기력증은 차츰 해소됐다. 급기야 2017년에는 절반 수준인 90개로 떨어트렸다.

약간의 디테일이 숨어있었다. 조이 보토식 전략의 도입이었다. 전성기의 보토는 투 스트라이크 이후 대응력이 ML 최고였다. 비결은 짧게 잡기다. 불리한 카운트에는 살짝 몇 인치 올려서 배트를 잡는다. 그리고 간결한 스윙으로 맞선다. 트라웃이 바로 벤치마킹했다.

왼쪽이 길게 잡는 평소 그립. 오른쪽이 투 스트라이크 이후 짧게 쥔 모습.   mlb.tv 화면 캡처

2018년 봄이었다. 고소공포증은 완치 판정을 받았다. 소소한 일이 화제였다. 트라웃이 시범경기를 44타석을 연속 무사고(삼진)로 주행했다. 미디어들은 ‘우리 아이(Kiiiidㆍ트라웃 별명)가 달라졌어요’라며 앞다퉈 보도했다. “별 거 없어요. 그냥 열심히 싸우려고 하는 거죠, 뭐. 인플레이 타구를 위해 애쓰는 거예요.” 점잖은 멘트가 흘러나왔다.

그렇게 무풍지대를 달릴 무렵이었다. 3월 22일 게임이었다. 하필이면 다저스의 천적을 만났다. 1회 첫 타석이었다. 카운트 0-2에서 커브를 떨어트렸다. 짧게 잡기도 소용없었다. 바람을 가르며 K가 새겨졌다. 관중석에서는 환호가 터졌다. 정작 가해자는 무덤덤했다. 왜? 무슨 일인지 몰랐으니까. 키케(에르난데스)가 공수 교대 때 알려줬다. “헤이 Ryu, 니가 대단한 기록을 깬 거야.”

악연의 재회 - 지난 화요일(11일) 삼진 2개

분위기가 쎄~해졌다. 유격수 코리 시거가 공을 흘렸다. 더블 플레이가 실패했다. 끝나야 할 5회가 이어졌다. 스타디움에 4만 5천개의 술렁거림이 일었다.

스코어는 3-1. 2사 1, 3루였다. 여차하면, 아차하는 순간이었다. 4억 2650만 달러(약 5000억원ㆍ12년 총액)짜리 타자가 등장했다. 애너하임의 밤은 무더웠다. 화씨 85도(섭씨 29도)가 숨을 턱~ 막았다.

그런데 놀라웠다. 마운드는 평온했다. 머뭇거림 따위는 없었다. 약간의 땀과 심드렁한 무표정이 전부였다. 단호한 71번째 투구가 꽂혔다. 92마일짜리가 가장 안쪽 높은 곳을 후벼팠다. 움찔. 타자는 힐끗 돌아본다. 구심에게 물음표를 쏜다. ‘???’ 싸늘한 답이 온다. ‘보긴 뭘 봐. 스트라이크라고 했잖아.’

2구째도 몸쪽이다. 89마일짜리가 보더라인을 향했다. 슬쩍 건드려봤다. 한참 빗맞은 파울이었다. 카운트는 순식간에 0-2가 됐다.

타자는 이제 인질에 불과하다. 189cm, 106kg의 거구는 꼼짝 못했다. 안쪽, 바깥쪽. 높고, 낮은 코스를 휘젓는대로 끌려다녀야 했다. 카운트 3-2까지 저항해봤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6구째 88마일짜리 커터에 빈 스윙이 나왔다. 투수의 KO승이었다.

경기 후 패자는 이런 넋두리를 남겼다. “정말 까다로운 공이었어요. 세 타석 봤는데, 세 가지 다른 슬라이더를 던지더라구요. 올 해 잘하는 이유를 알겠어요.”

턱 밑에 92마일을 들이대다

사람들은 그 기록을 신기해한다. 최고액 타자를 10타수 이상 상대했다. 그러고도 OPS가 제로인 투수는 딱 한 명 뿐이다. 아시아 출신의 특이한 왼손잡이다. 이젠 그런 말도 나올 법하다. “Ryu형, 거 너무 한 것 아니요? 같은 LA 주민들끼리.”

물론 대단하다. 겨우 10번이지만 그게 어딘가. 모두가 공포에 떠는 타자 아닌가. 하지만 쿨하게 보자. 그럴 수 있는 일 아닌가. 중요한 고비 때 못 칠 수 있다. 삼진도 당할 수 있다. 어차피 70%는 실패하는 게 타격 아닌가.

다만 <…구라다>는 그 대목을 주목한다. 승부의 고비였던 5회 말 얘기다. 아시다시피 헛스윙 삼진으로 끝났다. 카운트 3-2에서 6구째 가장 먼쪽 커터(88마일)로 헛스윙을 뽑아냈다. 너무 좋은 나머지 ‘아자’ 세리머니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결정구가 아니었다. 그 타석 6개의 투구 중에 첫 3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어떻게 저 대목에서,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소름이 끼칠 것 같다. 너무나 강렬했다.

몸쪽에 빠른 공 2개로 카운트를 잡았다. ① 92마일 포심, ② 90마일 커터였다. 그렇게 0-2로 몰아놓고 3구째였다.

92마일짜리가 거침없이 1번 존을 통과했다. 초구보다 완벽한 코스였다. 그러나 구심은 멈칫했다. 다저스 중계석에서 감탄사가 발사됐다. “Wow~~~. 이건 정말 대단한 피칭인데요. 그야말로 완벽한 로케이션이었어요. (잠시 침묵) 그러나 콜을 받지 못하는군요.”

물론 판정은 못 받았다. 그러나 엄청난 승부구였다. 대담하기가 하늘을 찌른다.

2사 후였지만 주자가 2명(1, 3루)이었다. 자칫하면 3-1 스코어는 뒤바뀔 상황이었다. 그런 절체절명의 순간 아닌가. 거기서 리그 최고의 타자의 턱 밑에 빠른 볼을 들이대다니…. 그것도 기교파로 분류된 투수가 말이다. 이건 정말 간담이 서늘할 일이다.

그 얘기가 생각난다. 배리 본즈가 그렉 매덕스를 향해 했던 말이다. “투 스트라이크에서 3구째 바로 삼진 잡으러 들어온다. 그런 그가 파워 피처가 아니면 누굴 파워 피처로 부르겠나.”




  • 기쁨사랑3시간전

    칼럼 너무 좋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감나라배나라3시간전

    백종인 칼럼 특징 - 드라마같은 찰진 맛이 있는 느낌 민훈기칼럼 특징 - 알기 쉽게 분석 야알못도 이해가능 느낌 조미예칼럼 특징 - 사진가자라 그런지 사진설명~일기같은 느낌 류뚱 활약 특징 -계속 페이스 조절 잘하다보니 사이영 같은 느낌~

  • 무 4사구3시간전

    배리본즈가 명언을 남겼네~^*^ 류현진은 파워피처다. 아니 터프피처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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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키가이 19-06-1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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