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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6-18 04:42
[MLB] 숫자로 설명 안 되는 류현진의 ‘머리로 하는 야구’
 글쓴이 : 러키가이
조회 : 764  


숫자로 설명 안 되는 류현진의 ‘머리로 하는 야구’

류현진의 속구 회전수는 메이저리그 투수들 중 하위 12%에 속한다. 구속은 더 낮아서, 류현진의 공 빠르기는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 중 하위 10%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류현진은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다. 

류현진이 6월 5일(현지시간) 미국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원정 애리조나전에 선발 등판해 7회말 공을 던지고 있다. 7이닝을 3안타 무실점으로 막은 류현진은 시즌 9승을 따내며 메이저리그 전체 다승 공동 선두에 올랐다. / AP연합뉴스

류현진이 6월 5일(현지시간) 미국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원정 애리조나전에 선발 등판해 7회말 공을 던지고 있다. 7이닝을 3안타 무실점으로 막은 류현진은 시즌 9승을 따내며 메이저리그 전체 다승 공동 선두에 올랐다. / AP연합뉴스



카일 짐머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유망주 투수였다. 샌디에이고 인근의 라호야 고교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샌프란시스코 대학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지명됐다. 캔자스시티 로열스는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짐머를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뽑았다. 캔자스시티가 오랜 어둠의 터널을 지나 막 전력을 비축해나가던 때였다. 유망주 선택에 신중하던 시절이기도 했다. 짐머는 아주 큰 기대를 받던 투수였다. 

마이너리그에서 실력을 쌓는 동안에도 언제나 유망주 순위 상위에 올라 있었다. 2016년 MLB.com의 유망주 순위에서 짐머는 팀내 2위로 평가됐다. 94마일(약 150㎞) 언저리의 속구는 구단과 팬들이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2016시즌 초반 짐머의 구속이 88~89마일 수준(약 141~143㎞)으로 줄어들었다. 경기 결과는 나쁘지 않았지만 빠르지 않은 공을 던지는 젊은 투수의 가치는 급락했다.

선수의 효율을 나타내는 각종 숫자들 

메이저리그 30개 구장에 ‘스탯캐스트’라는 측정장비가 설치된 게 2015년이었다. 야구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에 대해 어마어마한 데이터가 쌓이기 시작했다. 사람의 눈으로는 구별할 수 없는 작은 움직임, 투구의 회전수, 회전각, 타구의 속도와 발사각 등이 모두 숫자로 바뀌어 눈앞에 나타났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직접 눈으로 선수를 보고 평가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그 선수를 통해 수집된 숫자들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투수가 던지는 공이 나타내는 숫자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됐다. 구속과 함께 투구의 회전수는 해당 선수의 ‘효율’을 나타내는 지표가 됐다.

카일 짐머도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다. 캔자스시티는 성장이 더딘 짐머를 2018시즌 40인 로스터에서 제외시켰다. 구단이 짐머를 40인 로스터에서 제외하는 대신 사설학원에 등록시켰다. 시애틀 인근의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은 데이터로 무장해 선수들을 성장시키는,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떠오르고 있는 사설 야구 교육기관이다. 슈퍼슬로모션 카메라와 레이더 측정장치가 투구의 세밀한 부분을 꼼꼼히 체크한다. 

짐머는 지난해 이곳에서 자신의 투구를 하나하나 수정해나갔다. 숫자와 싸워가며, 그 숫자가 보여주는 방향을 향해 자신의 투구를 고쳤다. 결국 성공했다. 짐머의 구속이 한창나이 때보다 더 빠른 96마일(약 155㎞)까지 올라왔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커브의 각도도 예리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프링캠프에서 결과가 나왔다. 12.1이닝 동안 1점만 내줬다.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 선수는 지명 뒤 7년 만에 개막전 로스터에 포함되며 캔자스시티 불펜진에 합류했다.

빅리그 생활이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짐머는 개막 후 겨우 3경기만 나섰고 2이닝만 던졌다. 2점을 내줘 평균자책은 9.00이다. 마이너리그에 내려가서도 여전히 유망주라는 꼬리표와 싸우고 있는 중이다. 

2019년 메이저리그 투수에게 구속과 회전수는 과거의 승리, 평균자책점만큼이나 중요한 기록이다. 팀 전체의 결과에 영향을 받는 승리 숫자나 평균자책점보다 오히려 더 투수의 객관적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으로 여겨진다. 마이너리그 투수들은 ‘인정’받기 위해 그 숫자들과 싸운다. 투수코치 앞에서 공을 던지는 게 아니라 휴대용 측정장비를 세워두고 불펜 피칭 훈련을 한다. 기계가 알려주는 숫자가 갖는 의미가 투수코치의 ‘잘했어’라는 한마디보다 더 크다.

류현진(32)은 2019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투수다. 6월 5일 애리조나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9승(1패)째를 따냈다. 이날 현재 평균자책점 1.35, 이닝당 출루허용(WHIP) 0.78 등이 모두 메이저리그 1위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com은 6월 6일 소속 기자 38명을 대상으로 메이저리그 사이영상 후보 모의투표를 실시했다. 내셔널리그 부문에서 류현진은 38명 중 35표를 얻어 압도적인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류현진은 명실상부 2019시즌 전반기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다. 그리고 류현진은 지금 메이저리그의 ‘야구’를 바꿔놓고 있다.

사이영상 모의 투표서 압도적 1위 

메이저리그는 류현진의 호투를 설명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최첨단 장비로 측정한 여러 가지 숫자들은 류현진의 뛰어남을 설명하지 못한다. 류현진의 구속은 92마일(약 148㎞)이 안 된다. 평균구속이 90.5마일(약 145㎞)밖에 되지 않는다. 88~89마일짜리 속구를 마치 100마일(약 161㎞)짜리 속구처럼 자신있게 스트라이크 높은 존에 던진다. 그렇다고 ‘회전수’에 비밀이 있는 것도 아니다. 메이저리그 스탯캐스트가 측정한 류현진의 포심 패스트볼 분당 회전수는 2092회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평균 회전수 2285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류현진의 속구 회전수는 메이저리그 투수들 중 하위 12%에 속한다. 구속은 더 낮아서, 류현진의 공 빠르기는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 중 하위 10%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다. 류현진의 야구는 힘이 아니라 머리로 하는 야구다. ‘야구의 본질’에 가까운 야구다. 

LA다저스의 앤드루 프리드먼 야구부문 사장은 ‘월 스트리트’ 출신이다. 툴레인 대학에 야구 특기생으로 입학한 외야수 출신이지만 연이은 부상 때문에 선수생활을 접고 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졸업 뒤 ‘베어 스턴스’라는 유명 회사에서 잘나가던 애널리스트였다. 업계 선배인 스튜어트 스턴버그를 만나 탬파베이에서 일하면서 다시 야구로 돌아왔다. 1998년 창단 뒤 2007년까지 연평균 100패를 하던 만년 꼴찌 팀 탬파베이를 2008년 월드시리즈에 진출시킨 기적의 주인공 중 한 명이었다. 탁월한 데이터 분석 능력을 통해 팀 전력을 바꿔놓았다. 2014년 다저스 사장으로 온 뒤 다저스를 새로운 스타일의 팀으로 바꿔서 성공시키는 중이다.

데이터를 통한 선수 능력 파악에 탁월한 프리드먼 사장이지만, 류현진의 호투 비결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프리드먼 사장은 류현진이 5월 31일 뉴욕 메츠전을 승리한 뒤 “류현진은 마치 흔들의자에서 공을 던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주 편안한 상태에서 투구 리듬을 잃지 않은 채 모든 공을 던진다는 뜻이다. 프리드먼 사장은 “모든 구종을 스트라이크존 주변 모든 곳에 정확하게 던진다”면서 “타자들의 약점을 잘 알고 있고, 그 약점 코스에 정확하게 여러 구종을 집어넣으니까 타자들의 밸런스가 무너진다”고 설명했다. 프리드먼 사장은 “우리는 지금, 사이영상을 받을 수 있는 레벨의 투구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숫자로 설명될 수 없는, 탁월한 기술의 야구다. 

류현진은 포심, 투심(싱커), 커터, 커브, 체인지업 등 5가지 구종을 완벽하게 제구할 수 있다. 베이스볼사반트닷컴에 따르면 류현진은 올 시즌 이들 5가지 구종을 적절하게 섞어 던진다. 포심의 비율은 31.9%, 체인지업이 24.6%로 뒤를 잇는다. 커터 20.9%, 싱커 12.3%, 커브 10.2% 순이다.

상대 약점을 공략하는 데도 능하다. 우타자 상대로는 포심을 몸쪽 높은 곳에 찔러넣고, 싱커와 체인지업을 바깥쪽 낮은 코스에 집중시킨다. 커터는 몸쪽 낮은 곳을 향한다. 투구 궤적을 고려하면 알고도 치기 어려운 코스다. 좌타자 상대로는 커터를 좀 더 먼 쪽으로 빼면서 포심과 싱커를 몸쪽으로 붙이는 방식으로 패턴에 변화를 준다. 

“모든 이들에게 ‘투수 수업’ 하는 것 같다” 

류현진은 6월 5일 애리조나전에서 9승째를 따낸 뒤 “나는 힘으로 압도하는 투수가 아니다. 공 한 개 한 개를 조심스러우면서도 타자들로 하여금 어렵게 느끼도록 하려고 집중해서 던진다”고 말했다. 애리조나 타자들이 류현진의 제구를 의식해 적극적으로 스윙을 하자, 그 스윙에 자신의 공을 적응시키면서 여러 개의 땅볼을 유도했다. 류현진은 “땅볼을 유도했다기보다는 좀 더 스트라이크존 주변으로 가깝게 던졌고, 애리조나 타자들이 그 공을 때려서 땅볼이 많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공,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자신의 스타일을 변화시킨다. KBO리그 현대 유니콘스에서 투수로 뛰었던 뉴욕 메츠의 미키 캘러웨이 감독은 아예 류현진을 가리켜 “왼손 매덕스”라고 말하면서 “패턴을 읽을 수가 없다. 지켜보는 모든 이들에게는 일종의 ‘투수 수업’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01년 스즈키 이치로는 ‘진자 타격’으로 메이저리그에 충격을 안겼다. 체중 이동 타법으로는 메이저리그의 강속구에 대처할 수 없다는 게 정설이었다. 배리 본즈, 마크 맥과이어 등 거포들이 모두 제자리에서 회전을 중심으로 하는 타격을 했고, 그게 주류였다. 이치로의 새로운 타법은 메이저리그를 바꿨다. 세월이 지났고, 메이저리그의 많은 타자들은 힘을 싣기 위해 ‘레그 킥’을 사용한다. 덜 회전하고 느린 공으로도 메이저리그를 압도하는 류현진의 ‘머리로 하는 야구’가 메이저리그를 바꾸고 있는 중이다. 

원문보기: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8&artid=201906101001171#csidx37a5e02a25c848280177561d96ffd44

PS / 약간 지난 글이지만 ~~~ 확실히 ~~~ 이해가 되는 ~~~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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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키가이 19-06-18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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