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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9-25 10:53
[MLB] [구라다] 류현진에게 번트를 도전하지마라
 글쓴이 : 러키가이
조회 : 1,414  


[야구는 구라다] 류현진에게 번트를 도전하지마라


스프링캠프 첫 날이었다. 헐레벌떡. 커다란 덩치가 달려온다. 두리번 두리번. 사방을 살피더니 누군가를 발견했다.

덩치 = 안녕, 코치. 오랜만. (아시다시피 미국은 다 친구다.)

코치 = 잘 있었어?

덩치 = 응. 근데 나 말이야. 좋은 생각이 있어. 한 번 들어봐.

코치 = ???

덩치 = 공을 잡아서, 땅으로 던지는 거야. 1루까지.

코치 = 땅으로? 튕긴다고?

덩치 = 그래. (NBA에서) 피펜이 조던에게 패스하듯이.

코치 = ???

덩치 = 그럼 더 나을 것 같아.

코치 = 아. 그런 것 같기도…. (어물어물)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작년 2월, 애리조나 메사였다. 시카고 컵스의 캠프다. 덩치 큰 헐레벌떡은 존 레스터다.

(당시) 177승의 좌완 에이스에겐 지병이 있다. 골프로 치면 입스(yips)다. 포수한테는 곧잘 던진다. 그런데 1루에는 영 아니다. 어디로 튈 지 아무도 모른다. ‘대단한’ 기록도 보유했다. 2014년의 일이다. 한 시즌 내내 견제구가 제로였다. 219.2이닝을 던지면서 말이다.

궁리 끝에 생각한 게 바운드 송구다. 그나마 허공에 날리는 것 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고민 상담역은 수비 코치였다. 브라이언 버터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게 덜 위험하겠지.”

농담 같다고? 천만에, 진지했다. 캠프 내내 갈고 닦았다. 실전 테스트도 거쳤다. 3월 초 D백스와 시범경기였다. 1루에 패대기 송구가 나왔다. 아쉽게도 실패였다. 공이 뒤로 빠져 2루까지 허용했다. 하지만 창의성에 좌절은 없다. “모양이 좀 웃기긴 하더라. 신경 쓰지 않는다. 땅볼이면 어떠냐. 아니, 72번을 튕겨도 괜찮다. 똑같은 아웃이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덩치 큰 투수들이 질색하는 번트

번트는 질색이다. 레스터 뿐만이 아니다. 많은 투수들이 눈쌀을 찌푸린다. 그 중 하나가 맷 가자다. 형편없는 수비 솜씨 탓이다. 레인저스 때 일화가 유명하다.

2013시즌 막판이었다. A‘s 원정이었다. 2-4 경기의 패전투수였다. 그 게임 7회에 생긴 일이다. 에릭 소가드란 타자가 스퀴즈를 댔다. 번트는 투수를 향했다. 평범했다. 그러나 송구가 어처구니 없었다. 1루쪽 관중석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3루 주자의 득점은 당연했다. 공수 교대 때 고성이 오갔다. 투수가 소가드를 향해 험한 표정을 지었다.

’왜 소리 질렀냐.‘ 기자들이 물었다. 맷 가자는 시치미를 뗐다. “그냥. 오클랜드에 유명한 맛집 좀 알려달라고 했을 뿐이다.” 하지만 경기 후 트윗에서 불이 붙었다. 소가드의 부인까지 참전했다. 구경꾼들은 신났다. 댓글이 폭발했다. ‘남자들 일이다. 와이프까지 나서지마라.’

맷 가자의 이유는 뻔했다. 약점을 노린 건 비겁하다고 외쳤다. A’s는 그날 4개의 번트를 댔다. 그 중 2개가 소가드의 소행(?)이었다.

 맷 가자의 형편없는 송구. 공이 안드로메다로 날아갔다.     유튜브 화면 캡처

CC 사바시아도 있다. 덩치만큼이나 대형 에피소드 소유자다.

2년 전 일이다. 양키스 대 레드삭스의 라이벌전 때다. 1회부터 기습 번트가 나왔다. 에두아르도 누네스였다. 뒤뚱뒤뚱. 투수가 허둥거렸다. 1루 송구가 영 빗나갔다. 사바시아가 불만을 터트렸다. “시작부터 번트라니. 그건 겁쟁이들 짓이다. 우리 아들이었다면 내가 혼쭐을 냈을 거다.”

이 얘기에 빨간 양말들이 발끈했다. 짐 라이스가 열폭했다. 보스턴 중계 NESN 해설자다. “번트가 뭐 어때서. 베이스에 나가려면 뭐라도 해야한다. 문제는 번트가 아니다. (CC가 먹는) 치킨과 도넛, 햄버거들이다. 다리만 멀쩡했으면 수비가 되는 플레이였다. 정말로 스튜핏이다.”

가만히 있을 CC가 아니다. “그래 나 뚱뚱하다. 당신 말이 맞다. 그런데 난 그 나이(짐 모리스, 64세) 먹어서도 그런 깐죽이(bitter)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끔찍하다.” 사바시아의 몸무게는 300파운드, 136㎏이다. 무릎 통증이 고질적이었다. 그런 약점을 파고든 게 섭섭했으리라.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또 하나의 능력치 필딩 (fielding)

정규시즌 마지막 홈 경기였다. 설마했던 일이 터졌다. 카운트 0-2에서 3구째다. 94마일짜리 포심이 어정쩡했다. 묵직한 스윙에 ‘덜컥’ 걸렸다. 중견수의 뒷걸음질이 멈추질 않는다. 아차. 타구가 사라졌다. 펜스 너머에서 환호성이 들렸다.

관중들이 벌떡 일어섰다. 중계석도 뒤집어졌다. 타구의 주인만 안간힘 쓴다. ‘웃으면 안돼.’ 표정 관리에 진땀이다. 그래도 홈인 순간은 어쩔 수 없다. 흐뭇함이 입가에 흘러넘쳤다. 덕아웃에 난리가 났다. 동료들이 “베이브 류”를 외친다.

피해자는 어이상실이다. 마운드에서 넋이 나갔다. 원정 투수 안토니오 센자텔라다. “완전히 기분 상했다. 쉽게 아웃을 잡으려한 게 실수였다. 맞은 뒤로 제대로 던질 수 없었다.” 상대 감독(버드 블랙)도 비슷한 진술이다. “그 홈런이 안토니오의 투구 매커니즘에 아주 나쁜 영향을 줬다.”

이후는 일사천리다. 아웃 하나 못잡고 만루가 됐다. 그리고 코디 벨린저의 배트가 번쩍였다. 또 하나의 타구가 담장 너머로 사라졌다. 0-1은 순식간에 5-1이 됐다. 한달 넘도록 기다리던 13승째였다.

화제가 만발했다. 뉴스거리가 쏟아졌다. 환호와 박수, 웃음과 감탄이 넘쳤다. 뜻밖의 멀리치기가 모두를 즐겁게 했다. 와중에 놓지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이 경기에 숨어 있는 관전 포인트다. 또 하나의 능력치, 필딩(fielding)에 대한 얘기다.

7회에 나온 2차례 빛나는 수비

떠올릴 장면은 7회다. 할당된 마지막 이닝이다. 무사 1루에서 라이언 맥마흔의 타석이다. 초구는 헛스윙이었다. 81마일 체인지업에 당했다. 그리고 2구째였다. 몸쪽 패스트볼(89마일)에 기습이 나왔다. 번트였다.

데굴데굴. 공이 라인을 탔다. 3루수는 이미 늦었다. 전혀 대비가 없었다. 처리는 투수 몫이 됐다. 육중한 체구가 떴다. 마운드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순식간에 타구에 도달했다. 독수리가 먹이를 채듯, 가볍게 낚아올렸다. 그리고 빙그르~. 부드러운 턴이 이뤄졌다. 1루를 향해 발사. 두 걸음 앞에서 아웃이다.

말은 쉽다. 그러나 결코 만만치 않았다. 공식 기록은 희생 번트였다. 그런데 아니다. 5-1, 7회였다. 그 대목에 보내기 작전이 나올 리 없다. 타자 자신도 살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때문에 번트와 동시에 스타트했다. 게다가 좌타자 아닌가. 시즌 도루도 5개 있다. 달리기 실력이 평균은 된다는 뜻이다.

노린 지점은 분명하다. 운동 능력에 대한 도전이다. 덩치 큰 좌투수다. 존 레스터, CC 사바시아가 연상된다. 둔하고, 허둥거릴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처음이 아니다. 3회에도 시도가 있었다. 개럿 햄슨이 기습 동작으로 페이크를 썼다.

충분히 전략적이다. 까다로운 투수다. 구질이 많아 예상이 어렵다. 정상적인 공략법은 확률이 낮다. 반면 번트 공략에는 유리한 면이 있다. 일단 땅볼 유도형이다. 가라앉는 구질이 많다. 게다가 커맨드도 좋다. 공들이 주로 존 근처에서 논다. 번트 시도가 쉽다는 뜻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보기와 다르다. 순발력이 만만치않다. 190cm, 115kg인데 둔하지 않다. 잡은 다음도 완벽하다. 입스? 그런 거 모른다. 포수에게 던지는 것만큼 정확성이 좋다. 1루수 가슴 위로 스트라이크를 꽂는다.

7회는 또 한번의 호수비가 있었다. 번트 다음 1사 2루였다. 조시 푸엔테스의 투수 땅볼도 마찬가지였다. 세련되게 2루를 저격했다. 들락거리던 이안 데스먼드가 꼼짝 못하고 당했다.

명예의 전당 기자가 쓴 기고문

지난 5월의 일이다. 업계에 꽤 알려진 칼럼니스트다. 피터 개몬스가 <디 애슬래틱>에 기고문을 실었다. 주제가 흥미로웠다. ‘류현진과 실용적인 운동능력’이었다. 꽤 긴 글이었다. 내용을 정리하면 대략 이렇다.

‘가장 존경하는 야구인과 류현진에 대해 토론했다. 분명히 그는 뛰어난 운동 능력이 예상되는 외형은 아니다. 하지만 달리기나 점프 같은 동작이 전부는 아니다. 사이즈나 체형에 대한 편견을 지워야한다. 너무나 편한 폼을 가졌다. 바디 컨트롤도 훌륭하다. 뛰어난 집중력으로 자신의 동작을 통제해낸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칼럼니스트는 그걸 ‘실용적 운동 능력(functional athleticism)이라고 정의했다.

결코 간단치 않은 수비다. 그걸 아무렇지 않게 처리한다. 보는 사람은 호수비라고 느낄 여지도 없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그냥 당연한 아웃일 뿐이다. 그게 진짜 고급 레벨이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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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키가이 19-09-25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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