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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1-13 08:42
[MLB] [야구는 구라다] 류현진과 감자탕
 글쓴이 : 러키가이
조회 : 2,815  


[야구는 구라다] 류현진과 감자탕


본업은 포수다. 하지만 러셀 마틴은 가끔 3루수도 본다. 프로 입단 때는 유격수였다. 올 시즌에는 투수도 봤다. 마무리로도 몇 차례 등판했다. 실점은 없다. ERA는 당연히 0.00이다. 다저스 팬들이 진지하게 요구했다. "켄리 잰슨은 포수로 돌아가고, 마틴이 9회를 맡아야한다."

다양성은 그의 정체성이다. 야구만으론 만족이 안된다. 관심 분야가 특이했다. 종합격투기였다. 겨우내 파이터들과 훈련을 함께 했다. UFC 전 웰터급 챔피언(조르주 생 피에르)이 친구였다. 그의 체육관에서 로프를 탔다.

1기 다저스 시절(2006~2010년) 별명이 있다. 루이스 곤잘레스는 '하키 멘탈(hockey mentality)'이라고 불렀다. 고교 때까지 캐나다에서 아이스하키 선수로 뛰었다. 덕분에 파이터 기질이 펄펄 끓는다. 특별히 사우나를 즐기는 것도 그런 습성 탓이다.

그가 토론토 살 때다. 한참 더운 2016년 7월의 일이다. 블루제이스가 뉴스 하나를 릴리스했다. 부상/결장 리포트였다. "러셀 마틴이 무릎에 통증을 느껴 게임에 빠진다. MRI가 필요할 것 같다."

무릎 부상이야 포수의 직업병이다. 그런데 이 경우는 특이했다. 환자의 설명이다. "사우나를 너무 오래했던 것 같아요. 일어서서 샤워하러 가는 데 핑 돌더라구요. '우지끈' 하면서 쓰러졌는데, 무릎을 심하게 찧었어요."

하키 멘탈, 사우나의 장인을 만나다

2019시즌이 됐다. '하키 멘탈'이 다저스로 돌아왔다. 5년만의 친정 복귀다. 클럽하우스에 서니 만감이 교차한다. 영욕이 점철된 곳이다. 골드글러브 수상으로 최고 포수로 정점을 찍었다. 한편으로는 선수들과 마찰, 사생활 문제로 잦은 스캔들의 주인공도 됐다.

나이가 들며 터프함은 무던함을 만났다. 그러나 한층 독해진 면도 있었다. 사우나의 인내력이다. 추운 토론토에서 단련됐다. 무릎까지 바쳐가며 터득한 내공이다. 따뜻한 LA 아닌가. 감히 적수가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너무나 거대한 상대가 버티고 있었다.

어느 날이다. 유유자적. 느긋하게 사우나실을 지배하던 중이다. 엄청난 덩치가 문을 열고 입장했다. 동료들 안색이 달라졌다. '낭패네' 하는 표정이었다. 그리고는 하나둘 밖으로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엄청난 덩치'는 실내 온도를 슬쩍 조절했다.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온도였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이렇게 묘사했다.

'다저스 클럽하우스에는 스팀 룸(습식 사우나)이 갖춰졌다. 6명까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크기다. 보통 선수들은 화씨 110도(섭씨 43도)에 온도를 맞춰놓는다. 그리고 10분 정도 앉아서 땀을 뺀다. 그러나 류현진은 다르다. 그가 들어가면 화씨 125도(섭씨 52도)로 올린다. 그 온도를 무려 30분이나 버틴다. 다른 선수들은 일찌감치 도망간다.'

당연히 탕의 온도도 다르다. 온탕은 3도 더 뜨겁게, 냉탕은 3도 더 차갑게 쓴다. 동료인 로스 스트리플링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를 향해 이렇게 투덜(?)댔다. "TV 프로그램에서 봤다. 극한의 추위나 더위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류현진이 아마 그런 사람 중 한 명일 것이다."

독특한 루틴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적을 옮겼다. 여러 면에서 극과 극이다. 서부에서 동부로, 따뜻한 곳에서 추운 곳으로, 투수 친화적인 곳에서 타자 친화적인 곳으로. 어쩔 수 없는 변수들이 생기게 됐다. 좋은 대우와는 별개다. 변화란 피곤함과 번거로움을 동반한다. 무엇보다 루틴에 지장이 생긴다. 일류 엘리트 선수에게는 더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디 애슬레틱스>은 올해 각 구단의 과제를 점검했다. 블루제이스의 경우는 새로 영입한 1선발에 대한 항목이 포함됐다.

"류현진은 독특한 루틴을 가진 투수다. 선발과 선발 사이가 보통과 다르다. 많은 캐치볼을 하지도 않고, 불펜 피칭도 생략한다.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도 즐기는 편이 아니다. 아마도 7년간의 KBO 리그, 어깨 수술 등을 거치며 자신만의 방법을 터특한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최근 3년간 ERA 2.71을 유지한 투수가 특별히 현재의 루틴을 버릴 이유는 없는 것 같다." 그냥 내버려둬야 한다는 말이다.

다저스 입단 초기였다. 몇가지가 입방아에 올랐다. 담배, 달리기, 몸무게 같은 것들이다. 무엇보다 어색했던 부분이 있었다. 훈련 방식의 차이였다.

이를테면 이런 점이다. 커브에 문제가 보였다. 미세한 조정이 필요했다. 보통은 불펜 세션하는 날에 이뤄진다. 투수코치(릭 허니컷)가 물었다. "언제 불펜 들어가지?" 천진난만한 대답이 돌아왔다. "저는 그런 거 안하는데요?"

워커 뷸러의 말이다. "무거운 걸 드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더라구요. 캐치볼도 그렇게 세게 하지 않아요. 아마 내가 그렇게 했으면 분명히 팔꿈치나 어깨를 다쳤을 거예요." 신기한 마음에 이렇게 권하기도했다. "현진, 우리랑 같이 훈련하자. 나처럼 하면 시속 96마일까지는 충분히 나올거야." 느긋한 웃음이 담긴 대답은 뻔했다. "난 괜찮아. 그런 거 필요없어."

햄버거, 시차, 트레이너

몇 가지 변수가 생겼다. 우선은 햄버거다. LA 초기에 찍혔던 장면이다. 감자튀김과 탄산음료가 포함된 더블버거 세트 메뉴였다. 4인분을 앞에 둔 모습에 설왕설래가 있었다. '설마 저걸 혼자서?' 하는 의문이다. 어쨌든 캘리포니아 인근에서만 즐길 수 있는 브랜드다. 서울에서도 3, 4년에 한번씩 팝업 스토어가 열린다. 그 때마다 수백명씩 줄 서는 걸로 유명하다. 아쉽게도 토론토 일대에서는 찾을 수 없다.

시간대도 걱정이다. 서부보다 3시간이 빠르다. 한국 팬들은 새벽 잠을 희생해야 한다. 당사자도 문제다. 한국(이글스) 야구를 즐겨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혹시라도 생활 패턴에 영향을 줄 지 모른다.

가장 큰 변화는 트레이닝 코치다. 1년간 함께 한 김용일 씨는 트윈스로 복귀했다. 리치 김으로 불리던 그의 박수와 기합 소리는 다저스 클럽하우스에서 유명했다. 최고의 시즌을 만들었던 중요한 파트너였음은 물론이다.

대신 김병곤 씨가 합류한다. 10년간 LG 유니폼을 입었던 전문가다. 김용일 씨와는 달리 블루제이스가 고용한 형태다. 때문에 담당 선수는 특정한 개인이 아닐 것이다. 물론 에이스를 집중 관리하겠지만, 다른 선수들도 돌보게 될 것이다.

가장 큰 경쟁력은 유연함…그리고 가족

입단식 때와 귀국 때. 잔뜩 몰린 취재 기자들이 빼놓지 않은 질문이 있었다. "감자탕집 괜찮은 데 알아보셨나요?" 그의 소중한 루틴 중 하나다. LA는 한인 시장이 거대하다. 그만큼 한식당 선택의 폭도 크다. 토론토는 그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입맛에 맞는 집을 찾으리라 믿는다.

게다가 걱정할 일 없다. 혼자가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곁에는 아내가 있다. 힘겨운 재활을 함께 버텨낸 '동지'다. 이미 여러 보도에서도 확인됐다. 배지현 씨의 솜씨가 수준급인 것 같다. 등판 전날에는 감자탕, 당일에는 소고기뭇국과 오리볶음을 상에 올린다는 사실이다.

2019년. 최고의 시즌으로 만들어준 요소가 있다. 위기관리 능력이다. 몰려도 흔들리지 않는다. 수비 실수, 불펜 방화에도 끄떡없다. 루틴도 마찬가지다. 특별히 연연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별나고, 까칠하지 않다. 웬만한 변화에는 영향받지 않는다. 받아들이고, 수긍한다. 그의 가장 큰 경쟁력은 유연함이다. 덩치만큼이나 넉넉한 흡수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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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키가이 20-01-13 08:42
   
훌륭하오 20-01-13 22:54
   
축적된 지방을 소모하긴엔 토론토가 딱입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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