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전고체 배터리 개념은 1980년대 처음 제시됐으나 한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 일본 도요타가 2010년 황화물 전해질을 사용한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한 뒤로 연구가 눈에 띄게 늘었다. 현재는 소재 후보군으로 황화물과 산화물, 고분자 3종이 발굴됐다. 이 가운데 황화물 소재는 가장 앞서 나간다. 일본은 전고체 배터리 연구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국가로 손꼽힌다. 일본에선 주로 황화물 연구가 주를 이룬다.
1991년 일본 소니가 첫 개발해 상용화한 리튬 이온 전지를 대체할 차세대 2차전지로는 리튬에어 전지, 리튬메탈 전지, 리튬황 전지, 전고체 전지가 있다. 그 중에서 전고체 전지를 탑재한 전기차를 2022년 도요타가 출시할 계획이다. 한국은 2025년 전고체 전지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전세계 전기차용 전고체 전지 시장이 2030년 최대 100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도요타는 전고체 전지를 사용하면 출력과 전기저장량이 액체 전지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도요타, 다이슨, 포르셰 등 글로벌 2차전지 수요기업이 전고체 전지 사용화 계획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충전하는데 몇 시간씩 걸리는 리튬 이온 전지에 비해 전고체 전지는 불과 5분이면 80% 충전이 가능하다. 주행거리도 리튬이온전지의 2배 이상에 달한다. 기존의 가솔린, 경유 차량의 주유소 급유시간이 5분이다.
2012년~2014년 도요타가 출원한 차세대 전지 관련 특허의 68%는 전고체 전지 분야다. 200명의 개발인력을 전고체 전지 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리튬 이온 전지에 비해 가격이 1/3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비율은 2024년 2%에서 2030년 10%로 증가할 전망이다. 글로벌 조사 업체 Allied market research는 2017년 633억원이었던 글로벌 전고체 배터리 시장이 2025년 1조6820억원으로 확대한다고 예측했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후지경제는 2035년 전고체 배터리 시장규모가 32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 봤다.
핵심은 '상용화'
전고체 배터리 산업의 성장이 기대되는 것과는 별개로 국내 전고체 배터리 개발 상황은 아직 논문만 내놓고 있는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아직까지 리튬 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만한 전고체 배터리가 나오지 않은 데다, 전고체 배터리의 가격·수명·에너지 밀도 등도 상업화가 가능한 수준이 아니라는 데 국내 배터리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국내 전고체 배터리 양산은 실질적으로 2025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국 산업 은행(KDB) 미래 전략 연구소의 이영진 연구 위원은 "(배터리) 전문가들은 전고체 배터리의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4~5년, 양산 기술을 개발하는 데 2~3년 걸릴 것을 고려해 전고체 배터리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는 시점은 2030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언급하면서, 9년 뒤에 버스 등 대형 차량을 중심으로 전고체 배터리가 서서히 상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 극복해야 할 기술적 과제가 다수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고체 전해질은 액체 전해질에 비해 리튬 이온의 이동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배터리 출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지적된다. 이처럼 낮은 이온 전도도를 개선하기 위해 산화물·폴리머·황화물 등 다양한 고체 전해질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액체 전해질과의 성능 차이는 여전히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영진 연구 위원은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해당 배터리 개선 또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단기간 내에 전고체 배터리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는 낭보가 전해지면서, 배터리 업계 안팎의 기대감이 다시 높아지는 분위기다.
한국 전기 연구원(KERI)은 차세대 전지 연구 센터의 하윤철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공침법'을 이용해 전고체 배터리용 '황화물 계열 고체 전해질'을 저가로 대량 합성하는 신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현재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고체 전해질 중 하나인 황화물 계열 고체 전해질은 연성이 크고 이온 전도도가 높아 극판 및 분리막 제조가 쉽다는 장점이 있으나, 주 원료인 황화 리튬의 가격이 높고 다른 원료와 혼합하는 공정에 에너지가 많이 드는 볼밀법을 사용하는 것이 단점으로 꼽혀 왔다. 이러한 이유로 황화물 계열 고체 전해질은 소량 생산되는 데 그치고 있으며, 그 가격도 100그램(g)당 수백만 원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연구팀은 값비싼 황화 리튬을 사용하지 않고 단 한 번의 용액 합성으로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획기적인 공정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하 박사는 "현재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일본이 원천 소재 기술을 선점하고 있다"라며 "우리나라는 고체 전해질 제조 공정 기술의 우위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 (일본 및 전고체 배터리 시장 등에) 대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KERI는)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향후 기업에 이전해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 공정 라인 확대 및 양산을 추진할 것"이라 덧붙였다.
현 한국 전고체 배터리 산업의 시계에서 핵심은 상용화를 앞당기는 것이라는 데 목소리가 모아진다. 또 이를 위해서는 핵심 소재에 대한 개선 뿐 아니라 현행 리튬 이온 배터리 생산 라인을 전고체 배터리 생산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조 공정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연구 위원은 "상용화에 가장 근접하다고 평가되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경우 현재의 습식 공정 기술로는 성능을 충분히 구현하기 힘들며, 건식 공정 적용 시 유독성 황 화합물을 처리할 수 있는 설비 등을 도입하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한편, 지난해 하반기에 잇따른 현대차 코나 EV 등의 화재 사고로 전기차용 배터리의 안전성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전고체 배터리로의 전환이 빨라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