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들판 한 가운데 괴나리봇짐을 어깨에 맨 흰 한복을 입은 청년이
가만히 검지손가락을 올리고 서 있으면 나비한마리가 나풀나풀 손가락에 날아와 앉는다
어렸을 적에 너무나 재미있게 보았던 각시탈이란 만화의 첫장면이다
나비가 날아가자
'아직 나비에게 내 생명체로서의 흔적을 완전히 가리지 못할 정도니 수련이 모자르다'는
독백을 남기며 마을로 들어서는 청년 이강토...
그는 일제강점기하 순박한 일반 조선의 농부들 눈에도 정상적인 삶이 걱정스러울 만큼
바보에 가까운 순박한 청년이었고, 그 와중에 아름다운 동네 시골처자가
그를 안타깝게 여겨 먹여주고, 숨겨주고... 도와주는데
그때쯤 등장하는 일본경찰이나 군인들.. 그들의 패악질..
그 패악질이 절정에 다다를 때 쯤
둥근 달을 배경으로 각시탈이 등장해 웃어대면
그 웃음소리만으로도 일본군경들이 혼비백산...
각시탈을 잡겠다며 가라데명인, 검도명인등등이 등장하지만
면상에 각시탈의 정권이 작렬하며 끝..
각시탈 1권 마지막장에는 양페이지를 통틀어 전면에 각시탈그림이 크게 그려져 있었는데
내용에 한참 감정이입해 있다가 그 그림을 보는 순간 한 5분정도 마비가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음
그.. 마치 처녀귀신과 구미호를 섞어 놓은 듯한 극강의 요사스러움
'네가 어디서 굴러먹으며 호령하던 개뼉다귀인지 몰라도
오늘 재수없이 나 만나서 X되었다'라고 말하는 듯한
그 극강의 오만함과 방약무도함이 품어나오는 입매..
입에서는 한밤중 작은 마을의 어귀, 늙은 버드나무앞에 있는 우물에
휘영청한 달빛받으며 서있다 느닷없이 웃어재끼는 미친 여인의 웃음소리같은
그런 웃음소리가 흘러나올것 같은 느낌...
참 너무나 빠져들어 재미있게 봤던 만화인데..
마지막 에피소드는 보다가 실망해서 중간에 보지 않았음
'각시탈의 스토리가 이래서는 안될텐데..'하는 개인적인 느낌이었는데
수십년이 지난 뒤에야 뭔가 이유를 알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음
몇년전 허영만화백이 TV에 나와 이야기를 하면서 말한 내용인데
아무리 각시탈만화를 그려가도 문화부였던가.. 여튼 당시에 검열하던 기관에서
'지나치게 반일적이다'라는 이유로 거부했다는 것..
여러번 수정해서 들고가 간신히 통과는 받았는데... 그게 마지막 에피소드..
수십년이 지난 추억과 기억도 새삼 씁쓸해 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