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mk.co.kr/premium/special-report/view/2021/01/29583/
또하나 빈패스트가 주력하는 분야는 전기차입니다.
팜낫부옹 빈그룹 회장은 심지어 미국 전기차 시장을 직접 노리고 있습니다. 그는 인터뷰 등을 통해 "베트남 전기차 시장은 아직 매우 작다. 따라서 해외시장 개척은 회사가 이익을 내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를 위해 빈패스트는 호주 멜버른에 연구개발(R&D)센터를 개소했습니다. 재규어, 랜드로버, 포드, 도요타,
GM 등 글로벌 자동차 생산기업 출신 100여 명의 엔지니어를 뽑아 전기차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센터장을 맡은 케빈
야들리(Kevin Yardley)는 호주의 GM홀든(GM Holden)에서 20년간 근무했고 중국, 인도에서 신차를 개발한 이력이
있는 베테랑이죠.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호주 GM홀든의 랑랑(Lang Lang) 자동차주행시험장을 인수했습니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인수가격은 1500만~2000만달러로 추정됩니다.
아직까지는 설마 '베트남이 무슨 전기차 시장에서 성과를 내겠느냐' 하는 생각이 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조차 이 프로젝트에 깊숙이 연관돼 있는 상황입니다.
얼마 전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국내 대표 자동차부품 중견기업인 이래AMS와 함께 베트남 빈패스트(Vinfast)에
전기차용 자동차부품을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하프샤프트(Halfshaft)'란 제품인데 전기차 구동축 역할을 하는
부품입니다. 공급 물량은 빈패스트가 생산하는 전기차 약 10만대에 들어가는 분량입니다.
국내 중견사인 이테스는 빈패스트에 전기자동차용 배터리팩을 충전하는 인프라스트럭처 시스템을 수출했습니다. 이에 앞서 LG화학은 빈패스트와 배터리 팩 합작사를 세우기도 했죠.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베트남이 정부 차원에서 완성차 시장 독립을 위한 상당한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진국
입장에서 압축 성장을 위해서는 시대의 흐름을 잘 봐야 합니다. 냉정하게 말해 이미 글로벌 기술 격차가 상당한 내연기관 기술 개발을
위해 베트남 정부가 노력할 의지는 별로 없을 것입니다. 애써봐야 '축적의 시간'을 따라잡을 수도 없고 가성비도 떨어집니다.
심지어 현대차조차 '더 이상 디젤엔진 개발에 나서지 않겠다'고 하는 판입니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장이 열리는 전기차 분야에서는 테슬라를 제외하고는 다 도전자 입장입니다. 현시점에서
테슬라·폭스바겐·현대차 정도를 기술력 톱3 정도로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 분석입니다(현대차가 얼마 전 애플과의 협력 보도가 나온
것은 그만큼 현대차가 그동안 열심히 해왔다는 걸 의미합니다). 중국 역시 전기차 패권을 미국에 뺏기지 않기 위해 자국 기업
육성에 나서고 있지요(구글, 애플 등이 중국에서 힘을 못 쓰게 중국 정부가 막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제반 사정을 보면 빈패스트의 전기차 도전은 의외로 몇 년 뒤 '신의 한 수'가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한국의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 때 삼성이 '반도체의 제왕'이 될 거라고 세계에서 누가 예측할 수 있었겠습니까. 빈패스트가
'전기차의 제왕'까지 될 가능성은 없지만 시장에서 살아남아 유의미한 플레이어가 될 가능성은 꽤 높을 수 있다고 봅니다. 베트남
정부 차원의 밀어주기로 베트남은 물론 캄보디아, 라오스 등 베트남 인접 국가로 시장을 개척할 여지도 있으니까요.
앞으로의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빈패스트가 열어가는 새로운 세계에 관심을 두시면서 투자하는 것도 좋은 전략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