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간 전에
아래의 어느 글에서 "우리의 가장 전통적인, 평화로운 종교는 정안수 한 그릇 떠놓고 가족의 안녕을 기복하고 아침밥을 짓는 그 마음"이라는 아주 훌륭한,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깊은 인문학적 교양을 바탕한 것이 분명한 글을 보고 지난 날부터 평소에 본인이 지녀온 생각과 그 맥과 궤를 같이 한다고 여겨서
정안수 기복신앙의 대상인 조왕(竈王)으로까지 생각이 옮겨갔습니다
정안수는 사실
정화수(井華水) > 정한수 > 정안수
로 말이 변한 것인데 표준어로서는 정화수만을 삼고 있습니다
아무튼 그리하여 조왕신(竈王神) 관련 자료를 찾아 읽던 중에 다시 일본어 가마(竈)로 생각이 옮겨갔습니다
竈(부엌 조)는 일본어에서 가마(かま), 또는 가마도(かまど)라고 하는데 이는 우리말 그대로입니다.
우리말에서 불을 떼는 장소, 또는 솥을 가마라고 하는데 이것이 그대로 일본에 전해진 것입니다
일본의 전통가옥에서 부엌에 해당하는 장소는 도마(土間)인데 우리 동북 지방의 가옥 구조 가운데 '정주간'에 해당하는 곳입니다.
일본의 전통가옥은 우리와 같은 부뚜막 형태가 아니라 아주 원시적인 형태입니다. 보통은 방 한 가운데에 이로리(囲炉裏)라 하는 불자리를 만들고 원시인이나 캠핑을 하는 이들처럼 둘러앉아서 거기서 난방과 조리를 동시에 처리하였습니다
이것이 도마(どま)라는 별도의 공간에 있을 때에 부뚜막, 또는 부뚜막이 있는 부엌 구실을 한 것이죠
한편 일본어에서 부뚜막, 또는 부뚜막에 딸린 굴뚝을
쿠도(くど)라고 합니다. 한자로는 曲突, 또는 竈突라고 적는군요.
우리말 굴뚝이 그대로 간 것입니다.
일본 전통가옥 구조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아는 분이라면
일본 전통가옥에는 우리가 아는 굴뚝이라 할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이렇게 앎을 머리 속에서 정리하다가 관련 책이 집에 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사실 10대 시절부터 역사, 민속, 의복사, 음식사, 풍속사 등에 관심이 많아서 잡다하게 너무 많이 읽었던 터라 관련 책도 많이 소장하고 있었지만 한 서른 넘어서는 이사를 하거나 청소를 하면서 마음이 번잡스러워 문학예술 관련 책을 제하고는 많이 버렸어요. 그런데 찾아보니 다행히 한 권 있더군요 이 책을 보셨거나 아는 분도 계실 겁니다
아마 이 책은 절판이 됐나 할 겁니다 도서관에 가시면 찾아볼 수 있을 거에요
한편 아나타는 한국인이라는 책에 우리말이 건너 간 일본어에서의 주거공간 관련어가 많이 정리돼 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이 책도 아마 절판됐을 거에요 도서관이나 중고서점에서 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요새는 긴 글을 못 쓰겠더군요
그래서 "이게 뭐 하자는 글인데?"식의 글이 돼버렸습니다
아무튼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