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정도부터 방송계에 변화가 있었던 것 같은데요.
그 전까진는 비현실적이라고까지 생각될 정도로 과하게 예절을 지키는 장면들로 방송매체가 만들어졌고, 조금이라도 상스러워 보이는 행동들은 방송을 타지 못했죠. (그래서인지 1세대 아이돌들은 죄다 사생활을 공개하지 않는 신비컨셉)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방송이 리얼리티를 담기 시작했습니다.
논란이 되는 후루룩 문제도 그렇고, 가족이나 친구들같이 가까운 사람들끼리 밥을 먹는 자리에서는 음식을 입 안에 넣고 대화를 하는 장면도 등장하기 시작했고, 그 전까지는 방송에서는 볼 수 없었던 온갖 상소리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애정행각도 이전보다 과감해지고, 노골적으로 변했고, 폭력신도 가감없이 노출되었죠.
이런 변화 때문인지 이 때부터 방송의 연령 제한이 생긴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리얼리티를 담은 방송이 현실에 영향을 줘서 개판을 만들고, 그 현실은 또 다시 방송매체에 영향을 주고, 그 방송은 다시 현실을...
제가 2000년 이후에 대학에 입학한 학번인데, 당시만 해도 여대생들이 욕을 하는 건 듣기 힘들었습니다. 사회가 개방적이 되면서 슬슬 담배 피는 여학생들은 늘어났지만, 욕이나 상소리는 듣기 힘들었죠. 남학생이라고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욕 좀 하면 좀 놀았거나, 거칠게 자랐구나. 라고 생각을 했고 일반적으로는 멱살 잡고 싸우는 게 아닌 이상 '아이씨', '빠가', '바보' 정도가 일상에서 쓰이는 정도였습니다. (대학교 신입생 때, 강원도에서 온 친구가 야이 개XX야! 하는 거 보고 놀란...)
하지만 언젠가부터 요즘 학생들은 남녀 가리지 않고 쌍시옷을 입에 달고 살더군요.
어딜 가든 슬리퍼 질질 끌고 다니고 말 할 때마다 쌍시옷을 빠짐없이 쓰는 모습을 보며 불과 10년 만에 세상이 많이 바뀌었구나...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쇼킹했던 장면은 수면바지와 시꺼매진 수면양말, 슬리퍼를 신고 지하철을 타고 가던 여학생... 겉보깅엔 고등학생 같아 보였습니다.)
음식문화도 2000년 전후에는 면음식을 소리내서 먹는 건 예절이 아니었거든요. 특히 짜장면을 먹을 때 후루룩 거리며 먹으면 친구들이 더럽다고 했고, 심지어 라면도 후후 식힌 후에 한 입에 넣어 먹는 것이 예절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래 올라온 글을 읽으며 당황스러웠는데요. 가생이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회원님들 중 상당수가 50살 전후의 아저씨들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그 분들도 저와 같은 예절교육을 받고 자랐다고 생각했는데, 반반으로 나뉘어서 후루룩 먹는 게 어떠냐고 하시는 걸 보고 순간 당황했습니다.
방송에서 그렇게 먹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줘서 거기에 적응이 된 것인지, 제가 자라던 시기가 유난히 식사예절을 강조했던 시기인지는 모르겠으나, 뭔가 다른 세상에 살다 온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