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DS, 독감, 사스 모두 여행 금지로 확산을 막지 못했다
첫 번째 사례로 1980년 HIV/AIDS 환자에 대한 여행 금지 조치를 꼽았다. 1984년 HIV/AIDS가 발견된 후 세계 정부들이 이 질병을 가진 사람들에게 입국, 체류 거주에 제한을 뒀다. 실제로 186개국 중 66개국이 제한을 했다는 보고서가 존재한다. 하지만 1990년대까지 이 질병은 전 세계에 퍼지는 데 성공했다. 에이즈 퇴치의 선구자인 길모어 노버트(Gilmore Norbert) 등이 작성한 '국제 여행과 에이즈(International travel and AIDS)' 보고서에는 "HIV 확산의 속도와 정도는 이 병에 걸린 여행자가 아니라 시민들의 위험 유발 행동에 의해 결정된다"라고 적혀있다.
또,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일시적으로 비행 금지와 감소를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독감에 대한 여행의 영향을 파악할 기회를 마련했다. 당시 연구를 진행했던 하버드 의과 대학의 캐나다 전염병 학자 존 브라운스틴(John S Brownstein)은 사람들의 움직임이 줄어드는 것이 독감의 확산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실제 미국 질병 통제 예방 센터(CDC)의 자료를 보면 2001-2002년 독감 시즌 관련 사망자 수는 1만 3천명 이상으로 전 시즌보다 4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다.
국내 감염 환자 대부분은 중국 국적 환자에게서 옮은 것이 아니라 외국을 다녀온 내국인을 통해 감염됐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인'만 입국 금지한다고 문제 해결이 안 된다는 것은 어느 정도 밝혀진 셈이다. 그렇다고 중국'발' 입국을 전면 금지하는 것도 타 국가의 사례를 들며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시한다.
ANSA 통신 등에 따르면 23일 이탈리아 보건당국이 발표한 자국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32명이다. 이탈리아는 중국발 항공을 전면 불허한 나라다. 뿐만 아니라 가장 강력한 통제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의 CDC조차 '코로나 19가 세계적 유행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비하겠다'고 나섰다. 미국 내 환자가 계속 늘고 있으며 그중 중국, 일본에서 돌아온 미국인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벨루즈와 호프만은 자신들의 글에서 '여행 제한'은 다분히 '정치적인 연극'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세계 정부는 국경을 봉쇄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여행자들에게 이 새로운 질병에 대해 교육하고, 중국이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관심과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https://news.v.daum.net/v/20200225094355573